2024125일 목요일. 맑음


실상사에서 올려다본 지리산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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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아침. 마을 부녀회장이 전화를 했다. 부녀회에서 어르신들(동네 사람 전부가 노인들이지만)에게 아구찜 점심을 대접하려는 참이니 꼭 오시란다. 12시에 보스코랑 마을회관으로 내려갔다. 남자들은 건너방으로 가시라니까 '남자사람'이 얼마 없어 그 방에는 방에 불을 안 올렸단다. 점심 식사에 온 남자 어르신은 보스코를 포함해 달랑 3(보스코, 허영감, 노인회 회장). 여자 어르신은 나 포함 12명. 늙어가는 농촌, 무너지는 성비가 눈으로도 실감 난다.


출생에서 사망자를 뺀, 인구 자연감소 숫자가 거창군 550, 함양군 546, 합천군 795명으로 일년에 500~800명씩 줄어든다는 지역신문 기사만 보아도, 농촌 자체가 사라지는 모습이 선하다. 최근 3년간 함양, 산청, 합천 세 군()에 신생아 출산현황이 100명 미만이고, 단 한 명도 태어나지 않은 곳도 함양군만 해도 다섯 면()이나 되며 우리 사는 휴천면도 그 중에 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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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노인만 남고 아기의 울음소리도, 아이들 노는 소리도 사라지는 농촌. 문하마을도 새댁이나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없다내 또래(75) 여자 셋이 새댁’ 취급을 받는다닭 울음 소리도 그쳤고 강아지 키우는 집도 스물다섯 집 중 세 집밖에 안 된다. 소치거나 돼지 치는 집마저 하나도 없다. 


마을회관에 들를 적마다 보스코는 아래숯꾸지 미인들 다 모이셨네.”라는 아첨성 인사를 건넨다. 그가 이 동네 최연장 남자사람이어서 통하는 농담이다. 여자방 아랫목에 상이 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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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 친구 윤희씨의 시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오후에는 구례로 문상을 갔다. 지금은 전주에 살지만 함양에 있을 때 느티나무독서회를 함께 한 인연으로 정옥씨, 미해씨, 희정씨, , 그리고 다른 지인 한 사람 다섯이 인월에서 만나 희정씨 차로 구례에 갔다.


오가는 길 지리산과 바래봉 눈꽃이 기막히게 화려했다. 이리도 아름다운 산을 보여주시고 떠나시느라 시어머님은 가시는 날을 추운 날로 잡으셨나 보다. 장례식장에는 90세 넘으신 할머니 세 분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는데 떠난 고인을 서러워하는 모습은 어디서도 안 보인다. 윤희씨 남편도 아들만 4형제여서 딸이 없는 초상집이라 우는 곡소리마저 들을 수가 없었다. 하기야 90 천수를 누리고 나면 그 장례는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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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 후 돌아오는 길에 구례의 구만리 저수지에 새로 생긴 구만 카페에 들러 커피와 간식을 했다. 서쪽 창으로 구만리 저수지가 한눈에 보인다. 주중이어서 서너 테이블에 동네 아짐들로 보이는 여인네들이 앉아 있는데 의자 위에 양반다리로들 올라앉은 품이 마을회관 할메들 그대로다. 새로 연 업소라는 소문 듣고 보러 온 품세다.


그렇다면 이 한적한 곳에 저리도 큰 건물이 손님으로 유지될까도 의문이고, 커피와 빵과자 값이 서울보다 더 비싼 게 더 놀랍다. 소비 가치의 비중에 가늠이 안 가면 나는 더 이상 그런 소비를 안 하기로 작정한 터다. 요즘 슈퍼에 가면 모든 식품이 손을 내밀 수 없을만큼 비싸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소비만 하기로 마음을 굳히는 참인데 그럼 생산자는? 윤가가 들어서고 모든 게 다 비정상이요 몰상식하다.


서울집 난방은 도시가스여서 연말에 스위스에서 다니러 온 손주들 때문에도 실내온도를 23도로 유지하여 난방비를 많이 썼다 했는데 지난 달 난방비가 20만원 나왔다. 그러나 이곳 함양에서는 20도 미만의 실내온도를 유지하는데도 50만원 이상 난방비가 나온다심야전기온수보일러 요금이 그렇다


오늘도 휴천재 기름 탱크에 주유를 하느라 큰 지출을 했다. 그러니까 도시 사람들은 싼 요금으로 난방을 하고 상대적으로 가난한 시골 사람들은 엄청난 요금에 시달린다. 다만 어제 구례 오가며 올려다 본 저 아름다운 지리산과 화사한 설경을 감상하는 관람료로 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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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제 24일은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의 축일이고 살레시오 관구관 성당에서는 서품식이 있어 사제 세 명과 부제 한 명의 서품이 김희중 대주교님의 주례로 있었다. 빵고 신부도 2011년 같은 날짜에 서품을 받았으니 벌써 사제생활 13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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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작은손주 시우도 영명(靈名)이 살레시오니 그의 축일이기도 하다우리 집은 보스코가 받은 가톨릭 교육 덕택에 살레시오수도회 성인들의 이름을 세례명으로 받았는데 서열상 돈보스코가 당신 사업에 수호성인으로 모신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성인이 맨 윗자리고, 돈보스코의 어머니 '맘마 마르가리타'가 그 다음 자리고, 그 다음이 '돈보스코' 성인이고 돈보스코의 나이 어린 제자 '도메니코 사비오'가 맨 끝이다. 그런데 작은손주가 맨윗자리 이름 '살레시오', 시우의 할머니인 내가 두번째 서열 '맘마 마르가리타', 시우의 할아버지가 '보스코', 시우의 삼촌이 '도메니코 사비오'니 천국에서는 우리집 족보가 뒤죽박죽으로 올라 있겠다.


우리가 문상간 상주 윤희씨 부부도 남편이 광주 살레시오 학교에 다닌 인연으로 살레시오’, ‘살레시아라는 세례명을 갖고 있다. 요즘 윤희씨가 성서 공부 좀 해 볼까 전주교구에서 주최하는 공부 팀에 나가기로 했다는 말에 반갑고도 고마워 오늘 함양 성당에 나가 신구약 성서를 구해 택배로 부치며 기도도 담아 보냈다.


구례를 오가며 바라본 지리산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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