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24일 일요일. 가랑비


22일 금요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보스코는 아침에 짐을 실으라지만 나는 전날 밤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열쇠만 꽂으면 떠나게 짐까지 실어 놓고서 잠자리에 들었다. 내부순환도로 홍은동 터널에서 야간 포장공사로 30여분 길이 막혔지만 북가좌동에서 호천네 부부와 합류하고 630분에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중국에서 얼마 전 백두산과 장가계 두 곳 관광비자를 발급하고 그것도 단체비자로만 입국을 허가한다니 노랑풍선담당자가 단체비자를 같이 받은 사람들과 합류하게 주선하였다. 보스코가 제일 연장자여서 단체비자증서가 그를 1번으로 하고 여덟 명의 대표자처럼 등록해 놓았다.


9시에 KAL기가 출발 하여 1120분 중국 장사(長沙)로 갔다. 산동반도로 진입하여 남쪽 하남(河南)지방까지 가는 항공기에서 내려다본 땅은 평야로 이어져, 중국은 일찍이 펄벅이 묘사한 대로 그야말로 큰 땅 대지(大地)’였다


장사에서 네 사람이 따로 갈라져 염()선생이라고 부르게 된 가이드의 환영을 받고 9인승 버스에 몸을 싣고 장가계(長家界)까지 네 시간 반을 달렸다. 그곳도 오로지 평야였고 장가계 10여분 전에야 비로소 구릉에서 시작하여 산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단체 관광인데 우리 부부와 동생 부부 넷만의 가족 여행이 됐다, 차와 기사와 가이드가 딸린! 우리나라 관광객들은 추석 연휴로 몰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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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 첫날 23.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장가계는 일년에 220일 가량이 비오는 날이란다. 아침 첫 방문은 자연반 인공반으로 생겨났다는 보봉호(寶菶湖)를 배를 타고 타고 도는 일주. 토가족(土家族)이 살아온 골짜기를 막아 깊이가 100미터가 넘는 호수를 만들었다는데 물에 비친 기암봉들의 자연 풍광에 첫날부터 우리 혼이 빠졌는데, 이 정도 경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가이드의 설명


그 물에는 도롱룡을 닮은 아기고기가 자란단다. 크기는 1.5m까지 자라고 수명은 무려 200년을 산단다. 간난아기 우는 소리를 내어 아기고기라 한다니 이 고기가 토막이 쳐져 밥상에 올라온다면 도저히 못 먹을 것 같다. 물속에 조용히 숨어 있는 고기를 눈으로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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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천자산(天子山) 풍경에 해당하는 동-장자계의 십리화랑(十里畫廊)이라는 계곡을 모노레일 기차로 오르내리며 장가계의 진수를 구경했는데 입이 딱 벌어져 닫히지 않았다. 알프스 돌로미티의 풍경에 익숙한 보스코에게도 뽀쪽뾰쪽 솟아 오른 수십 수백의 봉오리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절경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했다. 시간여유가 있다면 이곳 절경은 모노레일보다 걸어서 오르내리며 천천히 감상하고 탄복할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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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후에는 케이블 카를 타고 올라가 천자산을 둘러보기로 했는데 구름이 내려앉아 어필봉과 하룡공원, 선녀산화, 공중정원 등은 오리무중(五里霧中) 말 그대로 감상할 방도가 없었다. 올케 말마따나 구름속의 산책이 되었다


연이어 찾아간 원가계(袁家界)의 기암절벽, 영화 아바타촬영지도 구름이 잔뜩 끼어 한 치 앞도 못 보았다. 저 구름 속에 가이드가 말하는 그런 세계가 있으려니 하고서 335m나 되는, 세계 최고의 관광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니 그제서야 원가계 영봉들이 눈에 들어왔다


과자봉지 들고 다니면 낚아채다 먹는다는 원숭이들도 구경했다. 가랑비 속에 18,000보를 걸었다. 어제의 느낌은 중국은 땅과 자연과 그 규모에 있어 우리에게 낯익은 한반도와 스케일이 다르고 여러 점에서 상상해오던 것보다 다르다는 점이었다. 관광시설이나 교통, 거리와 화장실 등은 내가 마지막 중국 여행을 했을 때보다 활씬 나아져 선진국가 대열에 이미 들어섰음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의 차림과 표정도 정갈해졌다. 그러나 사성음정의 특징과 옆사람을 의식 안 하는 높은 톤의 소리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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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염선생은 여행국 소속 공무원으로 연변출신 조선족인데 자기네가 소수민족으로 자치구를 이루어서라도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아온 나라에 고마워하지만 조선족이 연변 자치구의 30% 이하면 자치구가 취소되기에(지금은 37%) 아내와 17살 난 아들도 그곳에서 살게 하고 자기만 이곳에 와 있단다.


한족(漢族) 이외에 56개 소수민족을 한 품 안에 끼고 있는 중국이 대단해 보인다.그들 중에서도 언어와 문자(한글)가 있는 조선족은 그런 점에서 대단하다. 가이드도 운전기사도 모택동은 나라를 세웠고, 등소평은 정치를 해서 개혁과 경제발전으로 인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고, 지금 시진핑은 부정부패척결과 자연환경보전(綠色國家)을 위해 힘쓰는 지도자라고 크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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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는 토가족(土家族)인데 문자는 없고 언어는 있단다. 저녁을 먹고서 천문산(天門山) 발치를 무대로 꾸미고 일년내내 공연하는 "천문호선(天門婋仙: 천문산 여우 선녀)"이라는 뮤지컬을 감상했는데 토가말로 된 노래(무대 옆에 한국어와 중국어 번역문이 나왔다)와 토가족의 전설을 꾸민 연극이었다.


어느 군주가 왕비를 택하는데 하필 수백 년 묵은 흰 여우를 골랐고, 여우는 토가족 마을 총각을 사랑하는지라 두 연인은 저주를 받아 사흘 유예, 아니 천년 세월을 지나서야 그 사랑을 이루어 승천한다는 전설이다. 뮤지컬마저 500명 출연의 규모와 산비탈을 무대로 공연할 정도의 예술성을 간직하여 우중에서 노천극장에 수백명 관객을 끌어당기는 민족이어서 특히 한국 관광객들의 깊은 경탄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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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둘째 날황룡동(黃龍洞)’이라는 지하동굴을 관람하며 오전을 보냈다. 80년대에 발견된 지하동굴 4분의 1을 개방한 곳인데 그 웅장하고 화려한 석순(石筍)들이며 지하 강물은 배를 타고 건너가고 수킬로를 전등으로 치장하여 꾸며 놓은 규모가 담대하기도 했다. 전체를 개방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로 알려질 듯하다.


오후에는 진짜 장가계라는 황석채(黃石寨)”라는 곳을 방문하였다. “황석채를 오르지 않고서는 장가계에 왔다 하지 말라!”라는 글을 써 놓을 정도로 아름다웠는데 케이블카로 오른 봉우리를 세 시간 넘게 돌았지만 짙게 낀 구름으로 '진짜 장가계' 모습은 감상할 길이 없었고 따라서 이곳 사람들 말대로는 우리는 장가계 진수를 못 본 셈이다.


다만 장가계 절경을 그림으로 그려 중국 지도층과 세계에 알린 오관중(吳冠中)이라는 화가의 동상이 교훈적이었다평생 장가계 풍경을 그린 화가인데 국전에 출품한 그림을 시상하면서 이토록 아름다운 산봉우리들을 상상해내는 창작력이 놀랍소이다라는 심사평에 이것은 상상이 아니고 장가계의 실제 풍경이라오!”라고 주장하니 당간부들이 현장 방문을 하더니만 당간부들의 휴양소로 구역을 봉쇄해버리더라는 역사를 둔 곳이기도 했다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문기념 석판도 벽에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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