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3일 일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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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일 금요일. 보스코가 폐수술을 받은 지 1년 되는 날. 작년 6월에 서울 우이동 동네 병원 서울봄연합의원에서 국민건강검진으로 찍은 엑스레이에서 폐에 이상 소견이 있으니 큰 병원에서 세부 검사를 하라는 말을 듣고도 별 걱정을 안 했다. 보스코의 사촌이 주치의로 심장 스턴트를 수술해줬고, 흉부외과 전문의니 알아서 해 주겠지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637518

주치의가 조직 검사를 하기 전에 PET-CT사진을 찍어보자 했을 때도 설마 했는데, 검사결과 암이 확실하고, 악성이기에 하루라도 빨리 수술하자는 확진이 나왔을 때도 내겐 실감이 안 났다. 그렇게 '~ ~' 하는 사이에 폐암을 확정 받고 겨드랑 임파선까지 절제하는 진짜 환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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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서는 믿기지 가 않았다. 우이동, 지리산 등 이리 좋은 환경에서 그렇게 잘 먹고 잘 자고 술이나 담배를 않는 사람이 어떻게 폐암이 걸린담? 아무튼 1년전 그날 오른쪽 폐 가운데 조각 끝에서 손가락 두 마디 쯤 폐 조각을 잘라냈고, 임파선 전이는 없었으며, 방사선 치료나 항암치료도 필요 없다 했다. "잘 먹고 잘 자면 천수를 누리실 것입니다" 라는 주치의의 농담도 있었다.


그때는 그저 '불행 중 다행'정도로 생각했는데 항암 치료로 고생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니 '여간 다행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이해하겠다. 1년이 되었는데 나는 물론이고 환자 자신도 자기가 그런 병으로 수술했다는 기억마저 없다.


그가 밤마다 무호흡증으로 고생하다 수년전부터 사용하게 된 필립스사양압기에서 발암 물질이 나와, 전세계적으로 리콜을 했다는 사실이나 심장 스턴트 수술 후에 먹어온 약을 돌이켜보지만 환자 측에서 뭘 알아내기는 힘들다


보스코의 나이가 나이인만큼 보스코의 소원이라면 죽기 전에 아우구스티누스의 가장 방대한 저술 시편상해번역과 주석(3년 전 시작했다)을 끝마치는 일이라니 '하느님이 그 정도는 봐주셨으면' 하는 정도다. 이젠 우리도 프란체스코 성인처럼 죽음을 '누이'라고 부르며 그미의 손을 잡고 먼 길을 떠날 채비를 늘 하고 있어야 할 나이다.

"내 주여목숨 있는 어느 사람도 벗어나지 못하는

육체의 우리 죽음그 자매의 찬미 받으소서!"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태양의 찬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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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토요일 아침에 보스코가 '헤로인의 월마트'라 불리는 미국의 마약중독자 거리, 미국인들이 '좀비 거리'라고 부르는 지역 모습을 KBS 프로그램으로 보고 있었다. 5불이면 살 수 있는 '펜타닐'이라는 합성마약은 마약상들이 공짜로 나눠주기도 한단다. 그 피해로 미국의 교통사고나, 코로나 사망 숫자보다 많은 사망자가 나오며 작년에 만도 10만명이 죽었다 한다. 마약에 중독되어 평생을 망치고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사회 모습은 '반공-친일'이라는 극우 펜타닐에 중독되어 다리를 꼬고 허리를 꺾고 비틀거리며 나라를 망치는 이 정권을 연상시킨다. 어디가 끝일까?


해외 살면서도 스위스 취리히 한인성당 교우들이 이 답답한 고국 정치 상황을 그냥 넘길 수 없어 거리에 나섰다는 사진을 소피아씨가 보내왔다. "인류의 공동의 바다에 핵폐기수는 절대 안 된다."는 인류사회 전체의 양심을 한국 윤정권만 '얼마든지 퍼부어라!'고 선전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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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그제 텃밭의 배나무에서 원앙을 따고, 지인들에게 추석인사로 택배 부치고, 뒷정리가 막 끝나가던 어제 오후 5시 경. 배밭에 스무 마리 넘는 물까치가 떼로 내려앉았다. 귀에 몹시 거슬리는 꽥꽥 소리는 '내 배 다 어디 갔어?!'라는 신경질적인 성토로 들렸다. 바로 옆밭 기욱이네 고사리 밭에 난 시누대로 자리를 옮겨 반시간 가까이 반상회처럼 떠들더니 '금년엔 우리가 봐주었지만 내년에 보자!' 했는지, 아니면 '휴천재 배밭은 기억에서 지워버리자!' 했는지 그놈들 언어는 아직 나도 습득을 못했지만 올해의 휴천재 원앙을 맛보는 이들이 혹시 내년을 기대한다면 그건 내 맘이 아니고, 물까치떼 마음에 달렸음을 알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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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의 주일복음 단상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7088

오늘 일요일 아침. 9월 첫주여서 공소식구 10여명이 임신부님과 미사를 드리고 함께 아침식사를 나눴다. 몇 개라도 배를 받아간 사람들은 다들 반겼다. 가을에 가지치기를 하고 몇 차례 바이러스 소독을 하고 배봉지를 싼 보스코의 건강 노동의 결실이어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보스코다. 저녁 산봇길에 인간이 살아 숨쉬는 매순간이 오로지 은총임을 절감하는 로사리오를 지리산 자락의 노을에 실어보내는 일이 이런 행복을 두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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