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16일 일요일. 흐리고 살짝 비


세월호 참사로 젊은이들이 희생된지 9! “청와대는 재난관리청이 아니다!”라는 철면피한 정치가 결국 박근혜를 내려앉고 감옥가게 만들었듯이, 이태원참사를 놓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국내정치도 외교도 오로지 망신살을 일으키는 자가 아직 집권을 하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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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에 비 예보가 있어 이른 아침에 예냉고(豫冷庫) 설치를 마무리하러 사람 둘이 왔다. ‘신라냉동최사장은 꼼꼼하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다. 12시가 다 되어 일을 끝내자(냉장실과 냉동실에 삼단 짜리 선반도 설치하고 감동창고에 전등도 달았다) 비가 후두둑거리기 시작한다.


남동생 호천네 부부가 예냉고 안에 넣을 앵글을 코스코에 가서 사서 차로 싣고 왔다. 막내 호연이의 택배 차량에 실어 보내겠다더니 뜻대로 안되었는지 직접 갖다 주겠다며 내려왔다. 새벽 6시에 서울을 떠났는데 쉬면서 자면서 오느라 12시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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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 식당채에 내려가 보니 봄나물 한 보따리 문밖에 놓여 있었다. 취나물, 드, 엄나무순이 신문지에 얌전히들 쌓여 놓여 있다. 그런 착한 짓을 할 사람은 딱 하나 잉구씨다. 전화를 하니 "으째 이제 왔소! 한 달이 지나도 사람은 안 오제, 엄나무랑 두룹은 자꾸 패제. 애가 터져 더는 못 기다리고 어끄제 끊어다 냉장고에 넣었다 가져가꼬마. 그래서 조꼼 쌔들하요.” 라고 한다. 덕분에 동생이 방문한 휴천재 '시골밥상'에 산나물을 그득 올리게 되었으니 너무 고마웠다. 그저 이웃 덕분에 오나 가나 풍족하게 산다.


점심 후에 호천네 부부는 보스코의 '관광안내'로 남호리 우리 밭을 둘러보고 용유담을 구경하고 백무동 입구 '함양생태체험공원'에 화려한 튤립을 보고 돌아오더니 "지리산 할무이, 요래 좋은 것 보느라 서울에 못 오시는 고마."라고 누나를 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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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나절, 호천이는 서울서 싣고 내려온 앵글 두 개를 보스코를 '시다'로 써서 조립했다. 하나는 남호리 컨테이너 안에서 조립하여 세워 놓았고, 하나는 휴천재 감동에서 설치해서 예냉고에 들여놓았다. 무거운 철제일을 마치고서 식탁에 둘러앉으니 동생의 너그러운 동기애가 새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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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을 먹고서 우리 넷이 뱀사골 산행을 갔다.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잔뜩 긴장했지만 산보를 하고, 능이버섯 닭백숙을 들고서 호천네 부부가 서울로 떠날 때까지 참아주더니 그 차 시동 소리에 맞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12일 짧은 봄소풍을 함께 하고 나니까  우리가 지리산의 이 풍요한 대자연을 얼마나 잘 누리는지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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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천네가 떠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천에는 비가 그쳤기에 나도 튤립을 보러 갔다.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맑아진 하늘 아래 맘껏 아름다움을 뽐내는 그 화려한 자태에 찬탄을 보냈다.


집에 돌아오니 엊그제 예냉고를 만든 차사장이 귀여운 딸 셋과 사랑스런 아내와 함께 휴천재를 방문했다. 내게 자기 가족을 보여 주겠다고 데려왔다이 얼마나 귀하고 사랑스런 생명들인가! 네 여자의 사랑을 듬뿍 받은 남자이기에 모든 언행이 저렇게 당당하고 기운찼나 보다. 가족이 삶의 터전이고 거기에 단단히 뿌리 박은 삶일수록 남정네 인생은 더 풍요롭고 활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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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공소예절에는 다섯 명 참석. 성탄과 부활 대축일이 있는 달에는 본당주임신부님의 공소방문 미사는 거르기로 정했다. 코로나는 끝났다는데, 신자들의 마음은 아직도 교회와 사회적 거리두기 중. 신앙인들에게 그동안 교회가 무슨 의미였는지는 대재앙이 끝나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선뜻 못 주어 신이 필요치 않은 세대, 신을 대신할 재미가 너무 많아 진 세상인가 보다.


우리집 살림을 보고 우리딸 순둥이도 우리 올케 정분이도 열 사람은 족히 쓸만한 '두 집 살림'이요, 그것마저 제각기 1,2층으로 빼꼭히 차려놓아 사실 '네 집 살림'(여자는 하나임)을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한탄하는데, 새로 설치한 냉장실과 냉동실에 감동에 있던 낡은 냉장고 둘과 식당채에 쌓여 있던 식재료들을 옮겨 넣느라고 오늘 온종일 바빴다. '손님들 맞아야 하니까', '시골이라 이런저런 것이 필요하니까', '장 보러면 읍까지 나가야 하니까' 라며 쌓아두다 보니 그야말로 포화상태였다.


저녁 무렵 완전 녹초가 되어 라면으로 저녁을 들고 나서도 내일 신선초 뜯으러 오는 수녀님들을 대접하러 피자 반죽을 하는 내 모습에 내 스스로 탄식한다. “전생의 업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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