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11일 화요일.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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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집 나무들이 깔끔하게 손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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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자들은 외국에서 부활주일 다음 월요일은 엠마우스 소풍’(이탈리아에서는 작은 부활절[Pasquetta]’이라고 한다)을 가고,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일주일간 부활방학을 누리기도 한다. 그날 모두 집 밖으로 나가 야외에서 싸간 점심을 먹는다. 예루살렘에서 시오리 떨어진 엠마우스라는 마을로 가던 제자 둘이 길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얘기를 기념한다


빵고신부가 사는 살레시오 관구관 공동체도 철원으로 엠마우스 소풍을 갔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가톨릭성가에 실려 있는 원선오 신부님의 성가 엠마우스”(보스코 작사)를 부르는 날이기도 하다. 한국현대사의 여러 시점에서 우리가 가슴 조이며 하늘에 호소했던 기도이기도 하다, 특히 오늘 같은 한국 정치를 두고도... "서산에 노을이 고우나 누리는 어둠에 잠겼사오니, 우리와 함께 주여, 드시어, 이 밤을 쉬어 가시옵소서..." 


https://www.youtube.com/watch?v=ZQ6wTQSblX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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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친구 한목사가 한신 후배 강성혜-임흥기 목사 부부랑 가까운 우이동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보스코가 바티칸 대사로 있을 때 종교간의 대화팀이 바티칸 방문 왔었는데, 교황님과 만남을 주선하고 바티칸 정원도 안내해준 환대를 기억하여 임목사가 점십을 대접하는 자리였다. 그게 언제 적 일인지 우리는 기억도 못 하는 일로 점심을 잘 얻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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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집마당 화단을 손질했다. 좁은 화분에서 잎을 피우지 못하고 고생하는 천리향을 산당화 곁에 심어주고, ‘둘째딸 순둥이가 뿌리내려 준 수국 네 포기를 자리 찾아 심어주었다. ‘큰딸엘리가 엊그제 쿠팡을 통해 충주원예조경이라는 데서 택배로 사보낸 으아리도 심었다. 그런데 택배상자를 뜯으니 지름 2~3mm 가량에 한 뼘도 안 되는 가지 하나에 잎사귀 2개가 나 있어 택배값까지 포함 21,000원이라는 값에 비해서 속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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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정의구현 사제단 월요기도회(‘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에 간 두 딸 이엘리와 엄엘리가 보스코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두 딸과 시국 미사를 드리며 흐뭇해하는 모습이 나를 미소짓게 한다


시국기도회가 끝나고 밤늦은 시간에 엄엘리가 보스코를 차로 집에까지 모셔왔고, 그 차로 동행한 엄엘리네 성남 본당 주임사제 최재철 신부님이 우리 집에 잠깐 들려 차를 하고 가셨다. 엄엘리가 평소에 자랑하던 대로 좋은 분으로 사제단의 주요 인사였다. 담담주 수원에서의 시국미사를 주례하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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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과의 대화 중 심순화 화백이 3년간 수원교구 주보에 그린 그림 중 아기 예수님을 늘 양반집 자제로 그린 게 마음에 걸리더란다. 목수의 아들로서 가난이 뚝뚝 떨어지는 민중 중의 민중이었고 남의 집 외양간에서 태어난 아기가 거친 삼베 배냇저고리나 무명옷에 (아마 세수도 제대로 못한)얼굴 아니었겠느냐는 생각이 늘 들더란다. (한국의 가톨릭 화가들이 성화 전시회를 열어도, 마리아를 우아한 처녀로, 부잣집 마나님으로, 귀하디 귀하신 공주님이나 여왕님으로 그려야 그림이 팔려나간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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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한목사가 전화를 해서, 화요일엔 새벽부터 비바람에 우박이 협업으로 난리 날 꺼라며 지리산에 가려면 새벽 일찍 떠나라고 했기에 오늘 새벽 4시에 일어나 출발을 서둘렀다. 다행히 고약한 일기는 피하고 지리산에 도착하니 10시가 좀 못 됐고 이곳은 날이 개어 해까지 나고 있었다.


한달간 비워둔 남호리 신선초와 호도 밤 체리 엄나무가 궁금해 들렸더니 나 없이도 하늘이 내리시는 비에 잘 크고 있었다. 취나물, 엄나무순, 쑥을 뜯으니 장보러 산비탈에 올라간 길이 됐다. 그것으로 점심에 쑥국을 끓이고 엄나무순 초무침을 하고 취나물을 무쳐 얼갈이김치와 소박한 시골 밥상을 차렸다. 굳이 읍내 장에 안 가도 봄이면 사방이 식품점 좌판이다. 집 주변에는 참나물, 신선초, 부추, 돛 나물, 돌미나리, 달래, 머우, 상추, 루콜라.... 없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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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 텃밭에는 배꽃이 거의 지고 골골이 심겨진 감자는 싹을 곱게 올려 세상 구경 중이고 쪽파도 살이 통통 올랐다보스코는 2층 마루에 겨우내 동거한 화분들을 데크 밑으로 마저 내놓고 떡잎을 따 주었다. 텃밭 미니 온실도 거둬주었다. 내일부터는 빡 센 휴천재의 하루가 시작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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