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9일 일요일. 흐리고 눈발


금요일 아침 여전히 날씨는 추웠다. 얼어붙은 온수를 겨우겨우 녹여낸 다음인지라 더운 물 수도꼭지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게 해놓았기에 별 걱정 안 했다. 그래도 온수 꼭지를 틀면 쏴아 물줄기가 한참이나 차면 앗차!’ 싶기만 했다. 그런데 보스코가 샤워를 하고 나온다. 더운 물 안 나오자 목욕 안 해도 된다는 핑계를 얻고 은근히 좋아했을 법한 사람이니까 찬물로 샤워를 했을 리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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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은 쌍으로 오는 일이 없고나쁜 일은 혼자 오는 일이 없다던가? 온수가 안 나오더니, 난방보일러 전기가 나가더니, 온수보일러 물통이 비더니.... 모처럼의 한파에 사흘 내리 사고가 터지다니...


목요일 온수 문제를 처리하고서 ‘그나마 난방이라도 잘 되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는데 금요일엔 보일러 실내 조정기에 전기가 나갔다. 방바닥이 식었다. 후다닥 내려가 심야전기온수보일러를 살펴보니 보일러에도 전기가 안 들어온다. 그 순간 내 머리에 과부화가 걸린다


우선 우리집 전기공사 대부분을 도맡았던 한빛전기막내 다두씨에게 전화를 하니 자기는 멀리 출장 나와 있고 전공들도 큰 공사장에 투입되었으니 큰형님에게나 전화 해 보란다. '친절한 사람 누굴까?' 생각하니, '중앙전기' 사장님한테 부탁해야지 하다가 문자만 보내고 보일러 문제니까 함양경동보일러에 전화하자는 생각이 미쳤다. 그런데 경동에는 연락도 안 됐고, 전국 A/S도 전화 자체를 안 받는다. "모처럼의 한파에 동파된 보일러가 얼마나 많을까, 더구나 낡고 낡은 시골집들은?" 짐작이 간다


용산댁 상수도가 얼어터져서 한길이 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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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우리집 기름 보일러를 설치해준 임채영씨에게 전화를 했다. "서울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내려가는 길입니더. 허나 이 추위에 노인네들 어쩌겠소? 저라도 오후에 들르죠." 아픈 사람까지 부르는 게 마음이 불편하던 차에 문자를 받은 '중앙전기' 사장님이 당장 오겠다고 전화를 했다.


사장님은 '틀림없이 차단기 문제'라며 집안 전체를 돌아봤는데, 문제 있는 차단기는 없었다혹시 몰라 아래층 진이엄마에게 차단기 사고 없었느냐고 물었다. "오늘 아침에 다용도실 차단기가 떨어져 전기 코드를 점검하고, 모르는 코드 하나가 있기에 빼놓았어요."란다. 내 , 범인은 어처구니없는 곳에 있었다.


'중앙전기' 사장님에게 출장비를 드리고, 다두씨와 임채영씨에게는 상황을 설명하여 안심시키고, 신고전화도 안 받는 경동 A/S에는 '아무리 동파 사고가 많아도 접수도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라는 경고장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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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토요일. 오후가 되며 태양은 두꺼운 구름 뒤로 숨고 하얀 눈발이 흩뿌린다. 먼 산엔 나무 그루터기며 바위 위로 큰눈이 쌓여 내일 아침엔 백설의 왕국을 이룰 게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이라지만 이 추위에도 들에 마을에 휴천재 마당에  내리는 눈은 바람에 날려 흔적도 없으리라. 온종일 기다려도 올 것 같지 않은 님처럼  허망한 그리움으로만 쌓인다.


아무튼 저녁 6시쯤 집안이 추워 보일러를 올렸는데 온도가 점점 떨어지기만 한다. 18, 17, 16도! "일 났구나!" 화장실의 각방 배관들을 열어 에어를 빼보니 심상치 않다. 휴천재 뒤꼍 언덕 위로 올라가 얼마 전 깨끗이 청소한 보충수통을 열어보니 텅 비어 있다. 보충수 호스가 얼어 자동 물 보충이 안되는 데다 에어까지 뺏으니 밤중에 온수 호스까지 얼면 손쓸 길이 없다


깜깜한 오밤중에 보스코랑 둘이서 언덕 위로 물을 열 양동이쯤 길어다 보충수통을 채우고서 집안에서 에어를 뺐다. 이렇게 두어 시간 소란과 고생 끝에 방바닥에 뜨거운 물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튿날 날이 새고 해가 들어 추위가 조금 풀리자 마당의 호스를 끌어다 보충수통을 다시 채우고 사다리를 놓고 큰보일러 꼭대기의 나사를 돌려 에어를 빼고나기까 문제는 일단락 됐다. 내 얼굴을 본 소담정이 보일러 고장으로 고생한 얼굴이 분명하단다. 


인간들이 저질러 놓은 잘못으로 대자연이 내릴 재앙을 골고루 맛본 기분이다. 기후 변화로 얼마나 많은 재앙, 상상도 못할 자연의 복수가 우리 인류를 기다리고 있을까? 얼마 전까지도 "웬 겨울이 이렇게 따뜻하담?" 하던 소리가 전지구에서 쏙 들어가버렸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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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오후 서너시면 드물댁을 찾아가 두어 시간 말동무를 해준다. 마을회관에 가면 가동댁이나 어람댁을 선두로 "이런 빙신 어째 노인 일자리 신청을 안했노?"라며 그미의 실수가 고소해 죽겠다는 놀림을 받나 보다. "내가 등신인 건 알지만, 그 에펜네들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듣기 싫다." 닭장 안에 상처 입은 닭을 성한 닭들이 뒤쫓으며 쪼아대니까 상처 입은 사람에게는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오늘 하루 뭘 하고 뭘 먹었나 나한테 얘기해 주고무엇보다 누가 자기 곁에 있어주는 게 든든하단다TV를 보면서 내용도 나한테 설명해 준다. '교숫댁이 텔레비도 안 보나?' 하는 투다.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하루 종일 이재명 죄상을 '검찰이 ...카더라'로 화면을 까는 방송사들이 혐오스러워 '겸손은 힘들어' 라디오가 아니면 감당을 하기 힘들어선지 우리집 TV는 일년 넘어 켜지질 못했다. 



오늘 연중 제4주일 공소예절은 다섯 명이 했다. 휴천재 위아래집 부부 네 명과 한남마을 엘리사벳씨. "행복하여라, 행복하여라, 하늘나라가 너희의 것이다!" 말씀이야 그렇게 하시지만 우크라이나 전쟁판에 무기장사로 떼돈 버는 나라들, 전세계 전쟁 난민 4000만명, 먹고 살겠다고 목숨 걸고 유럽으로 몰려오다 지중해 저 겨울바다에 수장당하는 북아프리카 '이슬람' 난민들의 죽음을 구경만 하는 '그리스도교' 국가들... 정말 하느님은 뱃고물에서 베개 베고 주무시기만 하는가 싶어 한숨만 깊어진다. 


보스코의 주일복음 단상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7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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