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0일 화요일. 맑음
오늘 안중근 의사의 순국을 그린 뮤지컬 영화 “영웅”을 보았다. 문섐 부부가 새해를 맞아 남원에서 만나 영화도 보고 점심도 먹자고 연락이 왔다. 우리도 두 사람이 보고 싶던 터. 남원 ‘NH시네마’는 작고 깨끗해서 마음에 든다. 안중근은 우리 역사 속에 살아 있는 영웅이다. 그런데 이순신도 안중근도, 진정한 영웅의 삶은 너무 살아내기에 힘들고, 아내와 어머니로서 지켜보면, 주변과 가족을 힘들게 만드는 모험이다.
안중근 순국에 대한 보스코의 글: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172244
저 모든 영웅의 희생으로, 순국선열들의 혈육이 함께 치른 고난으로 지금 우리가 한반도에서 이만큼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애국지사들에게 빚을 많이 졌다. 뮤지컬을 영화화 해서 내용이 깔끔하고 음악으로 처리한 부분도 좋았다.
1909년 초대 일본 총리이자 조선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의 짧은 삶과 조국애를 생각하며 지금 일본 앞에 굽신거리는 정권이 왜 부끄러운지 근본 있는 사람들에게 일깨워주는 작품이었다. 호남땅 남원에 있는 극장이어선지 어린이 관객들도 여럿 있었다.
"누구의 죄냐? 이 이또의 자슥들아!"
그러나 오늘 검찰청에 불려간 이재명 후보의 곤욕을 떠올리면서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 반도에 쉬슬어놓고 간 종자들이 너무 많고 또 성하게 세도를 부리고 있다는 역사적 현실에 영화 내내 여간 내 속이 뒤틀렸다.
친일파와 군사반란자들의 통치가 끝나고 겨우 새싹을 내민 민족주의자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정권을 정치검찰이 어떻게 박해하는지, 조국, 이재명, 김경수, 박원순 등을 무슨 죄명으로든 류순 감옥의 형장에 세우고 있는지, 당시 대한매일신보(1910.3.30)가 안중근을 '의사'라고 부를 때, 또 본인 입으로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대한민국 독립군 대장이다!"라고 선언하고 죽은 순국열사를 "이등박문공(公)을 저격한 안중근 잔당(殘黨)"이라고. 항일투사들을 ‘비적’(匪賊)'이라고 부른 조선일보(1921.1.20) 같은 보수언론이 시국을 얼마나 호도하는지 오늘도 국민은 또다시 목격하는 중이다.
점심을 먹고서 ‘남원항일운동기념탑’을 둘러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임진왜란 때부터 해방시기까지 항일에 투신한 남원 지역 열사들의 이름을 저렇게 돌에 새겨 넣고 마음으로 되새기는 한, 우리 속에 흐르는 민족혼을 다시는 짓밟지 못하게 궐기해야 하는데도 다음 총선까지는 우리가 애만 끓이며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는지... 보스코가 요즘 밤잠을 설치며 울분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어제 가계부를 정리하며 토요일에 마트에서 시장 본 영수증을 보니, 틀림없이 1+1이라고 해서 스파게티소스 6개를 샀는데, 3개 값 아니고 6개 값이 찍혀 있다. 리따에게 전화 하니 “우리가 영수증 안 보고 가게를 나온 게 잘못이지 어쩌겄나?”라고 덮으려 한다. “아니지, 더 받았으면 돌려받아야지.”
그래서 목포에 있는 (영수증에 찍힌 번호로) 그 마트에 전화했다. “뻬뻬론치니와 파르미쟈노 소스는 세일 물품이 아니고 베지터블만 1+1이었어요.” 라는 대답. 리따와 내가 눈 4개로 확인하고 골랐기에 실수할 리가 없었다. 80년대 로마 사는 가난한 유학생들의 가난한 아내들로서 우리가 슈퍼마킷에 함께 가 얼마나 꼼꼼히 가격을 살피고 싼것으로만 싼것으로만 골라 사야 했던 주부들인데?
내 설명에 수긍이 갔던지, 물건을 가져오면 환불을 해 주겠단다. “난 지리산 속에 살아요. 목포 사는 친구한테도 3년 만에 갔어요. 그 돈 환불받겠다고, 이 먼 데서 소스 6병 들고, 88고속도를 타고, 광주까지 가서, 다시 목포까지 운전해 가야겠어요, 당신이라면?” 숨넘어가는 내 말에 잠시 생각하던 담당자가 그 돈 환불할 테니 계좌번호를 달란다. 리따의 사후평. “아이고, 고것들이 자네를 뭘로 보고 돌라먹을라 했는지 모르겄네. 암튼 성공했으니 잘혔서. 이젠 맘 놓고 편히 자소.”
어제 오후에는 드물댁을 데리고 면사무소에 갔다. 그미는 우리 동네에서 땅이나 논이 한 평도 없는, 그러니까 유일한 ‘프롤레타리아’다. 작년에 독거노인인 그녀에게 전달됐어야 했던 지원물품들을 물어보고, 올해는 작년 같은 ‘배달 사고’ 없도록 챙겨 달라고 담당에게 신신당부 했다.
오늘 점심 먹고 남원 ‘남원항일운동기념탑’ 바로 앞 ‘하정동 커피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보스코와 나는 김원장님 부부한테서 '평생교육'을 받았다. 내 무릎 질병으로 보아 이층집인 서울집도 휴천재도 (계단을 오르내리는 고생 때문에) 두 늙은이 살 곳이 아니란다. 남원 같은 평지에 있는 아파트에서 살면서 평지를 걸어 다녀야 한단다, 큰병원도 가까운 곳이어서.
두 의료인이 내 다리를 염려해 주는 마음이 정말 고마운데, 내 두 다리가 성해야, 두 사람이 정말 아끼는, 보스코를 돌볼 수 있다는 우정에서 나온 말이어서 더 간절했다. 지리산 내려오면 우리 둘의 문화생활과 건강을 챙겨주는 정성에 '아무튼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인사로 헤어져 어둑한 산길로 휴천재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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