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일 일요일. 맑음


정가일 작가의 추리소설 신데렐라 포장마차3,4,5,(출판사 들녘)이 증정본으로 왔다(1, 2 권은 예전에 받았다). 아마 보스코가 작가에게 라턴어 문장 번역 자문을 해 준데 대한 감사의 증정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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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추리소설이 워낙 한번 잡으면 끝날 때까지 손을 못 놓지만 이 추리소설은 너무 재미있고 예측불허의 박진감으로 전개되어 한번 잡으면 놓을 수가 없다특히 대한민국의 범죄조직으로 꼽히는 검찰의 행악이 독자들을 끌고가는 동력이 된다. 마지막 5권은 무려 700페이지가 넘는 두께였지만 읽다가 놓을 수가 없어 밤을 샜더니 머리가 멍하다. 17세 소녀도 아니고 70 넘은 할매가 추리소설로 밤을 새우다니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 만하다. 그런데 소설가들은 몸속에 거미처럼 이야기 주머니를 갖고 태어나는가보다. 어디서 그렇게 끝도 없이 상상의 세계를 헤매며 거미줄을 뽑아내는지 그들을 따라다니다 보니 밤을 꼴딱 새우게 만들었다


얼마 전 빵기가 사온 일본 추리소설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1, 2, 3,권을 읽었는데 내 평생 그렇게 지루하고 재미없는 추리소설은 처음이었다. 그에 비해 정가일 작가의 신데렐라 포장마차는 요즘 일본문화와 한국문화의 차이만큼이나 다르다. 박진감과 상상력 추리력 재미에 있어 탁월하여 한류라는 자긍심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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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에는 도정마을 사는 보스코의 견진대자 프란체스코 부부가 병문안 차 찾아왔다. 블루베리 농사와 벌치기, 그리고 칡넝쿨과 복분자 가시넝쿨과 싸우다싸우다 못해 결국은 빈 땅을 놓아두면 그것들에 점령당하니 꽃을 심기로 했단다. 다행히 수국 삼목에 성공하여 빈 터만 보이면 옮겨 심는데, 그늘과 반그늘에서도 잘 크고 꽃도 잘 핀다고 얘기한다.


처음에 뭣 모르고 지금의 그 큰 터를 샀는데 지나고 보니 400평 정도 땅에다 집 짓고 텃밭 정도 가꾸는게 가장 이상적일 듯하단다. 7000평 땅을 돌아가면서 예초기를 돌리다 보면 이건 미친짓이다싶단다. 그 집 길 건너 언덕 위에 김교수네도 6000평 넘는 산비탈을 간수하느라 서울에서 내려오면 쉬지도 못하고 죽어라 예초기만 돌리다 지쳐서 돌아간다며 이렇게 큰 땅을 사는 건 미친짓이다라고 탄식하던 얘기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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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 강건너 운서 쪽으로 산보를 갔다. 강 건너자마자 펜션 '자연의 향기'에 오랜만에 주인이 온 듯하여 가보니 나무 손질과 예초기 돌리느라 땀으로 목욕을 하고 있다. 서강대로부터 휴양소 명목의 땅을 매입하여 지난 12년간 쉴 새 없이 포클레인을 운전했는데 그 넓은 땅만으로도 충분했을 법하건만 와불산 자락의 사과 과수원까지 사들여 야심차게 나서더니 이젠 모든 것에서 손을 놓아야겠다. 남 보기 좋아서 귀촌이지, 돈은 돈 대로 들어가고 일만 죽어라 하고 소득은 없어 자기가 하는 일이 미친짓이다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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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두 아들과 네 딸도 나더러 '이젠 제발 너무 힘들여 일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다. 귀촌한 사람들 생각대로 대지 550평 터에 집 짓고 텃밭을 가꾸는 이상적인 귀촌을 하고 있노라는 나마저 주변 사람들 눈에는 미친 짓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보스코의 연중 제27주일 복음 단상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7078

오늘 오랜만에 공소에서 임신부님 아침미사에 참석했다. 미루와 이사야 그리고 봉재 언니도 모두 반가운 얼굴이었다. ’겨자씨 신앙에 관한 강론을 듣고 미사 후에 후천재에서 아침을 먹으며 그동안 미뤄 놓았던 이야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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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재언니는 더욱 말수가 줄고 보스코와 함께 손잡고 걷는 모습에서도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남동생 임신부님 얘기로는 '밥과 된장찌게는 끓이는데 그외에 반찬은 어떻게 조리하는지 아예 기억에서 지워진 듯하다'며 깊은 한숨을 쉰다. 나도 몇 달간 외국 여행을 다녀오면 반찬 하던 기억이 어디로 사라져 버려 허우적거린 때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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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막내딸 꼬맹이부부가 휴천재에 내려왔다. 오늘 내일 연휴라서 보스코 문병차 왔단다. 우리는 산청함양 추모공원을 방문하고서 산청 약초축제에 가서 미루도 만나 보고 저녁도 들고 돌아왔다. 우리 넷은 밤늦도록 오래 묵은 이야기를 나누고 지난날의 사연을 나누며 서로의 관심 세계를 공유했다


앞산 머리 위에 휘영청 반달이 여유로이 떠 있다.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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