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94일 일요일. 비 태풍 힌남노의 한반도 강타


91일 목요일. 오전 회진에 의사섐이 병실을 방문하여 11시쯤 수술을 할 것 같다고 준비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스코의 토요일CT와 수요일 PET-CT에서 확인한 암세포 외에 보스코의 흉각외부에 멍울이 보이더라면서 촉진을 하고 갔다. 토요일CT와 수요일 PET-CT에서 확인한 암세포 외에 수요일 PET-CT에서 임파선이 있는 부분에서 발견된 종암의 조직을 검사하는데 일주일의 시간 절약하기 위함인지 바로 수술에 들어가겠다고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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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병세가 내 일기에 오르자 수많은 휴천재독자들에게서 문안과 위로와 기도가 도래하였다.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다니 얼마나 큰 하느님의 은혜인가. 특히 여러 수녀님들과 수도자들이 기도가 다발을 이루어 당도하고 있었다. 우리 대모 가브리엘 수녀님은 하루에 2000번씩 의심을 버리고 '감사합니다' 라는 말만 하게 되면 모든 게 감사할 일로 된다고 하신다. 우리 인생을 돌이켜보면 오로지 감사할 일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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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분에 대기에서 수술로 바뀌고 35분에 중환자실로 이동이 뜬다. 보스코를 위한 기도 부대의 힘이 느껴진다. 수순을 끝내고 수술실을 나온 주치의는 수술은 생각한대로 잘 됐고 1기인데 혹시 몰라 임파절까지 떼어냈단다. 7일후면 멍울의 조직검사 결과가 나올 것이고 환자의 나이가 있으니까 항암치료는 안하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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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이 깊은 강위에 얇게 언 얼음 위를 걷는 기분이나, 물 위를 걷던 분이 우리의 주님이시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유한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새삼스러운 깨우침은 그 한정된 시간을 훨씬 보람 있게 살고 갈 계기를 준다,


수술 시간에 새 차 아반떼 하이브리드를 병원까지 가져왔다는 연락이 왔고, 우리 세째 미루는 네이버에 3년간 벼르고 벼르던 신상품을 띄웠다. 출생 신고하는 시간이었다. 모두 잘된 일이다.


10시 보스코는 전신 마취에서 잘 깨어났고, 의사섐의 계획대로, 앞으로 보스코의 남은 시간이 흘러가리라. 그래도 일찍 발견되고 일찍 수술하고 빨리 예전생활로 복귀된다면 주님이 주신 그 시간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남으리라. 우리가 여영부영 허송한 세월에 비하면 우리들 인생은 대부분 짜투리시간들로 엮어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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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는 자투리시간 이용의 명수로 829일 입원부터 금요일 아침까지도 충실하게 아우구스티누스 번역문을 윤문하고 있었다. 9월 2일 수술실과 중환자실을 벗어나 원래의 흉부외과 병동인 901병동으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부터 미음이 나오는데, 배에 아직도 마취가스가 찼는지 속이 메슥거린다며 안 먹으려 하더니 잠에 취해 밤새 끙끙거리며 자다깨다 를 했다. 토요일 아침부터는 미음을 먹고 병원복도를 돌았는데 첫 바퀴에 지쳤지만 큰 수술을 이겨내고 이 땅을 내 발로 걷는다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점심 후에는 두 바퀴 저녁 후에는 세 바퀴 이렇게 해서 살아있음에 눈 도장을 찍는다.


트림으로 위에 찬 가스는 내보내고 밑으로 내보내는 방귀의 반가운 소리로 그의 모든 장기가 소통하는 소리를 들었다. 의사는 천수를 누릴 것이라고 했는데, 그건 하느님만이 아실 숫자다. 우리 병실은 5인실인데, 우리까지 4개의 병상에만 사람이 있어 실상은 4인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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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각자 자기 앞가림 하고 속 썩이지 않는 것 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고, 밉든 곱든 부부의 연으로 이어진 남편을 '내가 감당할 내 몫'이라고 말없이 돌보는 할머니들의 병간은 아마 우리가 볼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의 모습이리라. [남편이 다섯 여자를 보았다면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무릇 생명은 여자의 자궁에서 생겨나 가슴에서 크고, 세상을 헤매고 다니다 마지막 여자의 손길[대자대비의 손길]을 거쳐 거두어지는 모습도 본다


보훈병원 안에 성당이 있지만 주일이라도 코로나로 인해 미사가 없단다. 빵고 신부가 오후에 와서 봉성체를 해주고 아빠에게 병자의 성사를 주었다. 돌아가며 주차장에 세워 두었던 새 차를 수도원으로 가져갔다. 그 차로 우리가 퇴원하는 날 데리러 오겠단다.


아들의 봉성체와 강복에 행복한 보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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