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7일 일요일. 흐리다 한 바탕 소나기


요즘도 밤에는 솜이불을 덮는다고 자랑하던 친구가 어제는 그곳 강원도도 너무 더웠다고 전화를 했다. 피서차 평창에 있는 외할머니 별장에 가 있는 손주들도 덥겠다는 생각이 들다 물속에서 노는 사진, 월정사를 찾아간 사진을 보니 안심이 된다. 아범이 오늘은 원주로 친구를 보러 간단다. 80년대 유학시절 여름 방학이면 우리 식구들이 이탈리아 전국을 돌며 이탈리아인 친구들을 찾아다니고 거침없이 또 염치 없이 그들에게 신세지던 때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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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NASA)7월달 동안 지구상의 기온을 측정한 사진을 82일자로 발표했는데, 지글지글 타고 있는 지구와 유럽의 열기를 보여주면서 인류가 저지른 짓으로 지구가 얼마나 몸살을 하나 한눈에 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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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토요일. 낮기온이 34, 올 들어 제일 더운 날. 숨쉬기도 힘든 날에 함양 사는 친구가 함양문화회관 극장에서 그대가 조국영화를 무료 상영한다고 초대했다. 그렇지 않아도 더운데 열 받겠다 싶지만 극장대실과 상영을 준비하느라 고생했을 친구의 수고가 고마워 보스코랑 함께 갔다. 경상도 함양 땅에도 닫힌 문을 두드리며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어 민주주의는 한 발자국씩 전진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대한민국 사법부(검찰과 법원)를 거의 범죄조직으로 목격하면서 살아온 나이면서도 이 영화에 기록된 검찰청과 법원의 그 뻔뻔스러운 짓에 다시 한번 치를 떨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이 제일 깨어있다는 말이 맞을 테니 내 죽기 전에 저 양심 없는 사법부 인간들이 한반도에서 영영 사라지는 세상을 꼭 보고 싶다. 영화에서 제일 인상 깊은 대사는 윤석열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한 마디. 조국이 온 가족과 더불어 이 시련을 겪는 것으로 보아 그에게 머지않아 역사적 소임이 주어지리라는 예감도 들고 기대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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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영 주최측과 저녁을 나누고서 읍에 나간 김에 상림공원을 산책했다.그래도 바람기가 흐르는 강가를 거닐며 로사리오를 바쳤다. 내일 수술을 앞둔 마지막 진단을 받는 이세실리아를 위해 기도했다. 우리 큰딸이 하나밖에 안 남은 피붙이인 여동생의 병세에 얼마나 가슴 아파할지 내게도 느껴온다.


보스코의 주일복음 단상: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7096

오늘은 8월 첫 번 째 주일, 임신부님이 오시는 날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우리 귀요미가 일이 있어 못 오고 신부님 오누이만 와서 몹시 허전했다. 그래도 미사 후 휴천재로 올라와 아침을 들고 임신부님은 산티아고 순례에서 얻은 영적인 체험을 한참 얘기 나누다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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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입추요 오늘까지 무더위라고 해서 모처럼 보스코 서재의 에어컨을 한 시간 쯤 켰다. 어제 오늘 습도도 기온도 올여름 최고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후 430분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돌풍이 일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폭포 같은 물줄기를 내리 쏟았다. 펄펄 타오르던 장작 더미에 호스로 물을 쏟아 붓듯 더위가 삽시간에 사그러들고 시원한 바람이 인다. '입추맞이 소나기'였나? 가을로 들어서는 통과의례를 거쳤으니 무더위도 차츰 가시면서 머잖아 가을의 앞마당이 우리 앞에 펼쳐질 테고 그 바람에 우리 인생의 가을도 깊어지려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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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8월초면 구장이 자기네 감자 밭에 난 쇠비름을 갈아엎고 비닐을 멀칭하여 가을 배추와 무를 심는데 남편이 떠난 올 가을은 구장댁 혼자서 어찌 하려나 걱정스럽다. 부부가 농사를 지면 밭 가는 일, 논두럭 풀베기처럼 힘쓰는 일은 주로 남정네가 하고 사소하지만 한정 없이 많은 나머지는 아낙에게 맡겨진다. 그러다 남정네가 하루아침에 가고나면 그 많은 농사일이 모조리 아낙에게 다 떨어진다. 구장댁이 두어 달 사이에 폭삭 늙어버렸다상주댁 아래 터는 가동댁 밭. 남들처럼 봄에는 감자와 옥수수를, 가을엔 배추와 무를 심는데 오늘 저녁에 만난 가동댁은 재작년 암수술 후 눈에 띄게 쇠약해졌다


과수댁이 된지 오랜 모든 아줌마들이 흙강아지처럼 기어다니면서라도 호미질을 하고 풀을 뽑고 거름을 흩고 다가 오는 겨울을 위해 가을배추를 심는다. '힘들게 일하지 말라!'고 자손들에게 타박듣는 여인들은 되레 더 빨리 시든다. 자식들에게 욕을 먹으면서도 논밭에서 몸을 움직이는 엄마들의 삶 또한 다른 형태의 모성애니 그걸 안다면 자식들은 엄마를 겁박하지 말아야 한다. 엄마, 그 게 여태까지 엄마의 삶이었으니까.


저녁 산보를 끝내고 올라오다 보면 드물댁집 처마 형광등이 외등으로 켜져 있다. 내가 아줌마, 뭐해요!”라고 부르는 소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표다. 보스코는 그냥 올라가 책상에 앉을 게고 잠시 나는  그미의 말동무가 되어 주러 들른다. 스무 명 넘는 이 동네 과수댁들, 가까이에 아무도 없는 밤이면 '깨 팔러 간' 낭군들 대신 TV를 하나씩 끼고 희미한 형광등 밑에서 자다가 졸다가 졸다가 자다가 밤을 새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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