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4일 목요일. 햇빛은 쨍쨍, 그러다 가끔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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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와서 강물이 불어나자 제일 속상한 사람은 성시우다. 낚시를 워낙 좋아하여 제네바에서도 청소년 낚시코스가 있다는데 호수에 나가 3번 강의와 실습 중에 제일 꼬마인 시우가 고기를 제일 많이 잡았단다. 덕분에 며느리가 밤늦도록 물고기 손질을 하느라 고생이 컸고 생선을 잡기만 하고 먹지를 않아 그 비린 걸 어멈이 혼자서 다 먹느라 또 고생을 했단다


어제도 하도 조르는 바람에 기어이 물가에 데려다주었고 무려 두 시간이나 강태공 노릇을 했는데도 피라미 한 마리도 안 걸려 시우가 무척 속이 상했는지 삼촌의 저녁미사 시간에도 훌쩍거리고 있었다. 낚시뿐 아니라 움직이는 모든 생물에 관심이 있어 오늘 아침에도 수세미 줄기를 타고 이층 테라스까지 올라온 청개구리 한 마리를 붙잡아 어찌나 환대하는지 내가 죽기 직전 구출해 능소화 덩굴로 탈출시켜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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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기빵고 형제간도, 시아시우 형제간도 유머가 꽤 수준 높다. 어제는 시우가 모기가 문 다리를 긁어서 생긴 딱지를 자꾸만 뜯어내기에 함무이와 어멈이 하지 말라니까 옆에서 하부이가 괜찮아. 뜯으면 또 딱지가 생기거든.”하며 편들어주니까 시우가 참 착한 할아버지십니다라고 응수했다. 오늘 아침에도 아범이 구운 파르페에 누텔라(쵸코크림)를 바르겠다니까 어멈이 너무 다니까 쨈이나 꿀을 바르라했건만 하부이가 “파르페에는 역시 누텔라야, 자 발라!”하며 건네주니 참 좋은 할아버지십니다. 몸에 안 좋은 것을 자꾸 먹으라시니.” 라는 말로 칭찬을 대신했다. 아직도 어리광을 부리는 이 손주에게 악역은 아범과 할머니가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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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엔 동의보감촌에 놀러가서 출렁다리와 기바위를 보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빵고신부에게 아빠는 엄마가 끝까지 집에서 돌봐드리겠지만,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만 남으면 양로원으로 갈 테니 그리 알아라!”고 했다. 빵고신부가 불쑥 두 분이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돌아가시겠다고 하셨잖아요? 저도 열심히 기도하고 있어요. 두 분이 한 날 한 시에 가시면 저희야 일타쌍피죠.” ? 생사문제로 하느님께 떼쓰다간 피박 쓰기가 딱이겠지만 이 '일타쌍피'만은 처음부터 우리 부부가, 그리고 오래 전부터 두 아들이 하늘에 빌어온 소원이다, 제발 이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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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엔 성씨 나부랭이 세 남자에게 총동원령을 내렸다. 새벽 530, 먼동이 트자마자 텃밭으로 내려갔다. 빵기는 옥수수대와 지천에 깔린 호박줄기를 거둬 밭가로 치우고, 빵고는 예치기로 텃밭 전부의 풀을 치고, 보스코는 옥수수대 뿌리를 괭이로 캐냈다. 이어서 두 형제는 텃밭 이랑을 (잡초 못 나게) 덮어놓은 부직포를 모조리 걷고 이랑이랑에 퇴비부대를 날라가서 거름을 뿌렸다. 다들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옆에서 총감독을 하는 내가 무척 뿌듯하다.


'성씨나부랭이들' 모양새가 꽤 '현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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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을 해서 배가 고프다는 빵고에게 가져간 물을 마시라니까 “‘배고프면 물이나 마셔!’ 하는 짓은 전형적인 악덕기업주 노동자 대우라며 나를 성토한다. 아빠가 힘차게 괭이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큰아들이 하는 말. “어르신, 열심히 하시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연뱃분들은 저 앞산 옆산 중턱에 편안히 누워 쉬시는데 참 수고가 많으십니다요.”라며 아빠를 놀린다. 그 나이에 10시간 이상 책상머리에서 일하고 밭일도 거드는 게 신기하다며 "두 분이 건강하시고, 안 싸우고 사이좋게 사시는 게 저희에게 평안이로소이다"라고 두 아들이 합창한다.


어제 점심은 빵고가 고기를 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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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끝나고 보스코는 물까치 지킴이 독수리들을 수리했다. 하나는 날개 한 편이 찢어졌고 한 마리는 두 날개가 접혀 종이비행기가 됐고, 한 마리는 대나무에 아예 감겨 버렸고, 한 마리는 배나무 가지에 사로잡혔다아무리 비닐 독수리라지만 래도 5,000원이나 주고 산 건데 큰 비 한번에 네 마리가 부상병이 되다니. 세 사람 다 피부에까지 뿌리는 모기약으로 샤워를 하고 텃밭에 내려갔건만 나 많은 보스코만 양 귓바퀴와 머리와 뺨을 깔따구에 물려 좀비 얼굴로 부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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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8시에 아침미사를 했다. 시우가 복사를 서며 거양성체에는 무릎을 꿇고 종을 치는 모습을 보는 보스코의 얼굴에 대견하다는 미소가 뚝뚝 넘쳐 떨어진다. 온 식구가 작은아들의 강론을 듣고 작은아들 손에 양형영성체를 하는 기쁨이라니...


미사 후 식사를 하고 930분에 빵고 신부가 수도원으로 떠나고, 10시에 빵기네 가족은 시아 외할머니네 별장이 있는 평창으로 떠났다. 우리 온 가족 일곱 사람이 한데 모인 것은 20178월 이탈리아 밀라노 근처에서 빵고신부가 알바사목을 하던 관자테에서였으니 이번 모임은 5년만의 이산가족 총상봉인 셈이다.


우리 가족 공식 '단체사진'[2017.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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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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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는 시아가 떠나기전 진공청소기를 돌린 집안을 물걸레질하고 나는 세탁기를 세 번 돌려 빨래를 해 널었다. 모처럼 해가 구름 속을 들락거리며 빨래를 말려준다. 두 아들, 두 손주(+ 가엾은 며느리’는 언제나 꼴찌로 헤아려지곤 한다, 내 참!)가 떠나고 나니 휴천재에 갑자기 고요가 집안 가득 밀려 들어온다. 그 편한 고요에는 아쉬움‘그리움그리고 ‘외로움이 바닥에 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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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교를 건너 저녁 산보를 가는데 민루치아(75)씨의 부고가 왔다. 보스코가 살레시오에서 한솥밥을 먹은 신시몬씨의 아내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8년간 식물인간으로 살다 세상을 떠났다. 외아들 우철이가 일찍 과부된 어머니를 모셨고 병원생활에서도 지극한 효성을 보였다는 지인들의 평이다


빵고가 내게 안겨 있는 1980년의 사진 (이 중 다섯 분이 세상을 떠났다) 

아랫줄 왼편에서 세번째에 빵기를 안은 이가 민루치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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