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714일 목요일, 흐림


느티나무 독서회모임을 새로 열면서 한 달에 한번 하니까 좀 해이해진다. 아우님들이 책 (한 달에) 2권을 읽는 일은 벅차다 하니 한 권으로 정했다. 아우님들은 내게 좀 쉬운 책, 재미있는 책을 추천하라고 볼멘소리를 했는데 이번에도 돌을 맞을 것 같다.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변진경 지음. 2022 출판사 아를), 다들 아이를 키우는 처지고 우리나라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데 공감하게 만드는 책이다. 나는 교육이나 육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나이이지만 손주들이 당면한 일이니 남의 일이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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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구독하는 주간지 시사IN변진경 기자가 그동안 아이들의 문제를 취재하고 글을 써온 걸 책으로 묶었으니 전체적인 문제와 현안이 한눈에 보였다. 책을 사 보내준 친구가 교육부총리와 행안부장관이 꼭 보고 공부해야 하는 책이라 해서 농담으로 들었는데, 현세대 교육의 전반문제를 고루 들여다보고 있다.

여기 시골에서는 아이를 보기만도 힘든, 정말 귀한 존재가 되었다. 문상문하 두 동네에 아가는 물론이고 초등학생 어린이가 단 한 명도 없다(귀농한 두 집의 중고등 학생이 여섯 명인데 부모는 마을에 사는데 아이들은 모두 외지에 사는 듯하다). 귀한 생명들 하나하나를 돌보는데 우리가 얼마나 자세를 낮추고 귀 기울여야 하나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그런 아이들을 낳아 키우면서 철없고 의식 없는 부모들이 학대하고 방치하고 죽도록 놓아두는, 어른들의 거대한 폭력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의 기본적인 생활, ‘먹고 사는문제만 보더라도, 가난한 애들은 돈이 없어서 밥을 먹을 거점이 없어서 굶주리고, 있는 집 애들도 학원으로, 과외로 내몰리다 보니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삼각김밥, 컵라면, 햄버거로 대충 끼니를 떼운단다. 이렇게 삶이 없는 공부가 과연 어떤 인간을 만들까가족이 함께 밥상머리에서 식사하며, 그 밥상머리 교육이 제일 중요한 세대가 어린이들인데... 


아이들이 등교하는 길만 해도, 모든 것에 우선해야 하는 게 인간이고 그중에 제일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가 어린인데 우리는 거대한 폭력의 주체인 자동차에 실권을 내주고 있다. ‘민식이법이 나왔으나 극우 청년들이 그 법을 조롱하여 어린이를 차로 깔아뭉개 죽이는 영상게임을 만들어 즐기며 인간이라면 생각도 해서는 안 되는 잔혹성을 버젓한 시청각으로 내보이니 치가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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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꽃으로 피어날 어린이들이 기이하게  비대해진 백합처럼 조작되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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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부모라는 어른들이 키즈 유투브에 애들을 이용하고, 부모가 수감자일지라도 어린이는 보호받아야 하는데 이 사회는 그 자녀들을 같은 범죄자로 치부한다. ‘맘까페라는 곳에서도 극우 젊은 여성들이 나서서 몇 명 안 되는 난민아동보호에 욕설을 퍼붓는 사례도 소개되었다. 저 여자들이 낳거나 키울 아이들은 무슨 괴물로 자랄까?  가난했던 시절에도 밥상에 수저 하나 더 놓아 남의 배고픈 애도 챙기던 넉넉하던 어머니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하나 낳아', 아니 '한 집 건너 하나 낳아' 키우는 엄마들은 저 엄마들이 보여주던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들을 기억이라도 하게 될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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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코로나 19’ 팬데믹을 거치며, 학교도 못 가고 집에서 컴퓨터로 교육을 받게 되자 가난할수록 교육에서 배제되는 불평등의 공백은 앞으로 그 세대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빚이 되었단다. 가난하고 힘없는 아이들이 사고무친처럼 버림받아서 그들이 겪은 지난 2년은 앞으로 국가가 짊어질 100년의 빚으로 남겨졌단다(‘평생동안 3% 가량 저 세대의 소득이 낮아진다.’는 통계 진단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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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 모임엔 5명이 모였다. 모두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이런 작가의 갸륵한 생각과 우리의 염려가 당사자 엄마들에게 어떻게 받아 들여질까 더 걱정하며 얘기를 나누었다. 올바른 생각과 말을 하면서도 확신을 못 갖는 두려움이 내게는 더 기분 나쁘다.


오늘 목요일 8시 30. 한 주간을 예상하고 서울로 떠나며 진이 엄마에게 다녀오겠다니 제발 서울 가셔서는 아무 도 하지 말고 푹 쉬고 오시라는 당부. 내 팔자가 일을 몰고 다니니 저런 부탁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다섯 시간 운전하여 우이동 집에 들어섰는데 뜰이 작은 밀림이다. 보스코는 타잔이 되고 나는 제니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치타?). 정원 손질은 내일에 맡기고, 오늘은 2시에 박순용정형외과에 가서 수술한 엄지를 검진했다. 수술 결과가 좋다며 21일에 철사를 빼주겠다는 진단을 받았다. 휴천재 텃밭 농사는 손가락 재활운동을 미리 시킨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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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로 은평성모병원에 가서 보스코 양압기 사용 체크를 했다. 어마어마한 병원 신식 건물을 둘러보며 그래도 세계적 수준의 한국 의료보험으로 가난한 서민들도 이런 큰 병원에서 치료 혜택을 받는 게 잘 되었다는 생각에 동조한다. 가난한 서민들도 으리으리한 병원일수록 선호한단다. 


서양에서도 교회와 수도회들이 자선병원을 만들어 2천년 동안 빈민들을 돌보아 오던 역사가 드디어 전 국민이 보험료를 공동으로 부담하여 가난하든 부자든 의료혜택을 받게 나누고 있으니 보스코가 이것을 국민사도직이라고 부르는데 수긍이 간다. 다만 가톨릭교회는 교회가 운영하는 병원일수록 1차의료에 종사하라고 권유하는데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설득이 안 되는 것같다.


은평에서 돌아오는 길에 정릉에 들려 한목사와 한솜이랑 저녁을 했다. 그 동네 식당에서 '봉화 묵밥'을 먹었다. 꼭 한목사의 성품 같은 맛이다. 배고플 때 밥이 돼어주는 친구, 맛도 별루고 모양도 그저 그렇지만 먹고 나서 은근하고 투박하게 기분 좋은 맛,다시 먹고 싶은 딱 그미의 맛이다.


덕성여대 후문공원에 자라나는 메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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