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710일 일요일


금요일. 요 며칠 새벽녘 실내온도가 28도나 30! 열대야 새벽 세 시에 비가 한 차례 쏟아지자 무논에 개구리도 빗방울의 리듬에 귀 기울이느라 조용해진다. 밤새 후끈하던 열기도 잠잠해진다. '물이 생명이라' 외치며 타들어 가던 텃밭의 열무, 배추, 상추, 루콜라가 세상을 향해 발돋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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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리 밭에 컨테이너를 한 채 갖다 앉혔다. 농기구나 밭농사에 필요한 것들을 넣어둘 목적이다. 그리고 서울 쌍문동 우리 동네 덕성여대 후문일대‘3080 아파트가 착공된다면 공사기간 3~4년간 서울집 살림살이를 옮겨다 보관할 목적도 있다


얼마 전 터를 닦았고 금요일 아침에 컨테이너를 실어왔다. 며칠전 내린 비로 토사가 쌓여 싣고 온 크레인이 언덕길을 올라오느라 고생을 했고 진이 네가 끌어온 전선주가 설치되어 전깃줄에 걸리지 않고 내리고 설치하는데 네 남자(크레인기사, 컨테이너 제작회사 사장과 직원, 보스코)와 나 이렇게 다섯 사람이 아침나절 고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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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는 밑에 합판만 깐다고 해서 50만원을 더 주고 바닥에 철판을 댔으니 장치한 물건이 썩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겠다. 우리 부부는 구경만 했는데 힘은 우리가 더 쓴 듯 지쳐버렸다. 서울집 개발사업이 성사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주민들의 욕심도 만만치 않아 유비무환의 차원에서 설치한 컨테이너다.


한낮의 무더위가 가라앉기를 기다려 우리 부부가 저녁산보를 다니는데 내 복장이 동네아짐들 입방아에 오르내린단다. 팔 없는 원피스를 입었다고 "교수댁은 허연 팔다리를 다 내놓고 꾀벗고 다니드만."이라고 수근거린단다. 하지만 그 부수효과로 그동안 아무리 더워도 긴바지에 긴 팔을 입고 다니던 문하마을 아짐들 틈에도 복색혁명이 일어나 칠부바지에 반팔 티를 입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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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도 배왔나? 이참에 누구처럼 깨벗고 나서라."라고들 하며 그걸 '흉보는 조동이'들은 어깨를 가린 반팔을 내보이며 꽉 막아버린다나. "아나, 눈귀녁 있음 봐라봐. 팔 요만큼 가렸다 아이가?" 그리고 '소장댁'이 내게 넌즈시 귀뜸하는 평. "사모님 따라 반팔 입으니께 씨원코마."


나야 천성적으로 누가 뭐라도 개의치 않는 자유부인인지라 서방 끼고 살랑살랑 운동다니다 보니된장공장 부부도 우리처럼 저녁이면 산보를 함께 나섰으며 동네 입방아 여론에서는 호평을 받는다. '저 집은 옛날엔 겁나 싸우드만 늙어가며 철들었는지 이젠 둘이 친해졌드만.' '사위도 보고 손주도 봤는데, 옛날같이 싸워싸면 되겄는가!' 동네에 신식복장에 보태서 신식산보의 새 바람이 불어오는 것은 다행이다. 스무다섯 중 스무 집을 차지하는 과수댁들에게는 미안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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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네 형제간 장유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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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가 가물어 열매가 작아졌는데, 전쟁이나 기아의 특수상황에 처한 인간의 자식들과도 같다. 한 그루 옥수수 나무가 업어 키우는 자식들 수염이 누렇게 익은 순서대로 딴다. 한 그루에서도 아이들의 나이가 엄연히 달라 보인다.


어제 토요일에는 우리 '셋째딸 귀요미'의 환갑잔치가 있었다. 남편 이사야와 동갑이어서 부부환갑을 맞아 은빛나래단 8명이 산청에 모이고 미루 여동생 부부와 두 아들 프코와 안셀모 그리고 조카가 모였다. 보스코의 생일도 끼워서 춘산식당에서 축하점심을 먹었다. 조촐하게 점심을 먹고 축하케이크도 자르고 축하노래도 부르고 깔깔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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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같으면 집 마당에 멍석 깔고 소리꾼 불러다가 동네사람 다 불러 동네 잔치를 할 일인데, 인간 수명 100세를 내다보는 세태에 나이 60오래 장수했다고 축하하는 일은 뜨악해졌다.


단호박이 나오고 금년치 방석호박도 열려가는데 작년치 늙은 호박 몇 개가 휴천재 구석구석에서 버터고 있다. 내가 호박으로 죽은 물론이고 호박파이, 호박전, 호박쿠키 등을 하니 주변에서 몰빵을 해주어 지난 겨우내 먹고도 남아 있었다. 오늘 새벽 공소를 보고나서 올해 나온 단호박이랑 늙은 호박들을 상자에 담아 담양 사는 국수녀님댁에 가져다 드렸다. 늘 손님이 많고 그 집에 가면 버리는 것 없이 뭐라도 맛있게 성변화를 일으킨다.


오늘도 어떤 본당에서 온 피정팀 25명이 수녀원 강당에서 국수녀님 강의를 듣고 있었다. 수녀님들은 이렇게 더운 날에도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셨다. 부르심에 응답하여 가난하게 순명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참 숭고하다


하기야 결혼생활도 마찬가지. 내가 원하여 선택 결단한 삶이기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산다면, 본인부터 제일 행복한 한 생을 살아간다.


보스코의 주일복음단상: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7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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