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75일 화요일.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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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수술을 한지 한 달. 수술의가 한 번 서울에 올라와 철사가 제자리에 잘 있는지 사진을 찍고 검진을 받으라 했다. 그렇게 쓰지 말라고 했는데 건강한 손과 똑같이 썼으니 나도 걱정이 됐다. 그러나 그 일로 이 찜통더위에 왕복 10시간 상경길을 오간다는 게 쉽지 않아 함양읍에 있는 병원엘 갔다.


원장님은 X-Ray를 찍어보고 엄지수술이 원래 까다로운 작업인데 수술도 잘 됐고 철사 고정 상태도 양호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수술의에게 카톡으로 사진만 보내고 서울까지 안 올라가도 되겠단다. 내 설명을 전화로 들은 수술의는 함양 외과의가 그렇게 말했다면 마음 편히 먹고 14일 서울에 올라오는 길에 병원을 방문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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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의 그 병원은 읍내에서 신뢰 받는 개인병원으로, 전에는 의사가 두세 명 근무하고 평소에는 환자들의 대기시간도 만만치 않았는데 어제 보니 의외로 한산했다. 관계자에게 물으니 원장님이 대폭 개혁을 단행했단다. 환자도 조력 의사 없이 혼자 보고, 금요일 오후 3시 이후부터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을 다 쉰단다. 예전엔 장날이면 일요일 오전에도 진료를 했던 전례를 생각하면 의사의 생존권’에는 놀라운 발전이다. 이 사회에서 재능과 훈련을 가장 철저하게 검증 받은 지도층이면서도 자기 사생활에는 의사들이 얼마나 빈약한지 널리 소문나 있으므로 그 원장님의 병원운영 개혁은 꽤 현명한 결단 같다. 


그렇지만 젊은 의사들을 시골에 모시기도 힘들다니 소도시나 읍에도 국립 거점병원을 세우는 일은 더 난감해지지 않을까? 우리 동네 할매들도 어지간한 병을 두고 서울대병원’, ‘현대아산’, ‘삼성병원을 꼽으면서 거기서 진찰 받고 수술 받았노라고 자랑하는데 문정주 선생님이 늘 주장해온 공공의료의 큰 틀을 손 보지 않으면 의사나 환자 모두가 고달프다. 더군다나 새 정권이 영리병원 출발에 정책을 쏟겠다니 더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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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거의 매일 새벽 5시 눈 뜨는 즉시 일복을 차려 입고 밭으로 내려간다. 매일 무슨 할 일이 그렇게 많으냐고들 묻지만 어디 밭일에 끝이 있나? 오늘도 화단끝 축대를 넘어 화단을 점령하려는 덩쿨식물들을 소탕하는데 축대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그야말로 발본색원(拔本塞源)’을 했다. 덩쿨들은 물론 가시 제피, 북나무, 도깨비방맹이 등을 사정 없이 낫으로 쳐냈다


좀 늦게 일어난 보스코가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며 예초기 돌릴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일 할 사람이 내려와서 현장을 보고서 정하라는 말이다. 그가 모처럼 맨발에 작업화를 신고 내려오는데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다. 그가 예초기를 돌리는 동안 나는 어제 풀 뽑아 엎어 놓은 자리를 부직포로 덮고 핀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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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초기를 돌린 뒤 보스코는 지난번 봉지를 싸다가 남겨 둔 화수분용 배나무에 열린 배도 제법 실하게 컸다며 봉지를 마저 싸겠다고 한다. 잘 자란 배알이 눈에 띠니 싸고 싶어졌나 보다.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서 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늘 새벽이면 텃밭에 서고 그곳에서는 늘 서너 시간의 일거리를 발견한다.


작년에 받은 단호박이 너무 맛있어 씨를 받아 심었는데 의외로 다섯 개를 땄고 아직도 조랑 조랑 열리는 중이다. 농사꾼이 씨앗을 받아 심어 새 열매가 열리는 걸 신기하게 생각하는 세상이 됐으니 통탄스럽다. 금년에도 찬성이 서방님은 친구에게서 산 모종으로 단호박을 심었는데 오늘 보내온 호박이 우리 텃밭 호박보다 잘고 못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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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 심는 모종들이 거의 유전자 조작(GMO)이 돼 있어 한번 심어 소출을 보고 이듬해는 열매가 불량하여 매해 모종을 새로 돈 들여 구입하게 만든다. 전 세계에서 씨앗장사를 독점한 미국이 저 가난한 아프리카에도 매해 자기네 씨앗을 팔아먹어 가난한 민족들이 더 가난해지게 착취하는 야만에 분개한다. 더 한심한 것은 각국 농림부 공무원들이 토종씨앗 박멸에 앞장서고 종자회사들이 미국에 팔려가게 방관하며 GMO 씨앗과 모종 보급에 앞장선다는 점이다.


한 예로, 광주학살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이 하루 한끼 분식 장려를 전국운동으로 일으키면서 (그렇다면 우리 국산밀로 그 운동의 바탕을 삼아야 할 텐데) 우리 토종밀 연구소를 해체하고 제분기를 전국에서 수거하여 없애버리고 전량 미국에서 밀을 수입하여 식량종속을 강화했다. 내가 공동대표로 참여했던 80년대의 우리밀살리기운동에서 국내소비량의 0.001퍼센트를 우리밀로 되살려내자 미국 상무부 직원들이 우리 제빵회사들을 직접 방문하여 우리밀 사용을 저지시키고 다녔다. ‘문둥이 콧구멍에 마늘 빼먹는다는 속담 그대로였다.

 

폐교된 학교 운동장에 떠도는 산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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