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515일 일요일. 맑음


검푸른 소나무숲 위로 구름이 한 조각의 배를 띄우며 그림자놀이를 하지만 온 세상이 하얗게 타들어간다모심을 농번기가 다가오는데. 금요일 날씨가 잔뜩 흐리더니 땅을 축일만큼은 비가 내렸지만 논에 물을 채울만큼 시원한 빗줄기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이 농사꾼 모두를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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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서 양파, 감자, 마늘이 알을 키워야 할 철이지만 물기 없이 메마른 땅에서는 그것들 뿌리도 어떡 할 도리가 없다. 진이네는 매일 블루배리 농장에가서 물을 주지만 비 한번 푹 온 뒤에 불루베리 알 굵어지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단다. 나도 우물에서 호스를 끌고 가 텃밭에 물을 줘보지만 언발에 오줌 누기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 경황에도 신선초는 배밭 가장자리로 세를 넓히고 고추밭까지 점령하려고 호시탐탐. 그제는 빗방울이 조금씩 지는데도 텃밭 두엄더미에 토란만큼 무성한 잎을 자랑하는 우영잎을 잘라내고 뿌리를 캐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보스코가 나중에캐준다고 그냥 두라고 한 지 열흘이 넘는다. 여러 해 자란 우엉이다 보니 땅속으로 1미터 쯤은 파들어간 뿌리일텐데 심이 박혀 나물로는 못 먹고 캐서 천상 우엉차로나 마실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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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 빵기가 오면 그 편에 며느리에게 우엉차를 보내려면 당장 캐서 씻어서 말려서 덖어야 한다. 8번 찌고 말리자면 시간이 필요하고 나중을 기대할 수가 없다. 나 혼자 괭이, , 호미, 꽃삽 모든 기구를 동원해서 캐낸 건 겨우 50cm 길이였지만 소쿠리로 절반이 넘었다. 그걸 씻고 썰고 찜기에 찌고 밤새 건조기에 말렸다. 여덟 번 쪄서 햇볕에 말려야 했지만 이번에는 세 번만 찌고 말려서 그냥 덖기로 했다. 그 한 소쿠리 양이 겨우 한 웅큼으로 말라서 줄었다. 내가 만들어 보면 차 만드는 사람의 노고를 알게 된다.


어제 토요일 1시 남원 의료원 주차장에서 김원장님과 문선생 부부를 만났다. 평소처럼 점심 먹고 영화를 감상하는 문화생활이다. 우리 두 산골 노인들위로차 두 분이 마련한 월중행사. 중국 화교가 4대째 한다는 100년 전통의 중국집 경방루에서 점심을 먹고 농협극장 ‘LH 시네마에서 민스미트 작전이라는 전쟁영화를 보았다. ‘히틀러를 속일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라는 선전구처럼 2차대전에 연합군과 추축군이 전쟁의 승패를 가름할 시칠리아 상륙작전을 두고 벌이는 두뇌 싸움이 줄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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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독일군 23만명이 시칠리아에 주둔하고 있던 상황에서 연합군 해군 장교 이웰과 찰스를 주축으로 하는 트릭이 숨막힌다. 전쟁영화 치고 전쟁 장면이 거의 안 나오고 여자가 그렇게 많이 등장하는 영화는 드물거다. 여성들에게 전쟁영화는 남자들의 축

구얘기만큼 흥미가 없던 차에 정말 흥미진진하게 전쟁영화를 보았다.


오늘 일요일 아침. 일찌감치(5시반경) 눈이 떠져 텃밭으로 내려가 신선초를 낫으로 베고 채소밭에서는 뿌리까지 찍어내면서 그것들의 침공 루트를 차단하고 있는데 이층 데크에서 나를 찾던 보스코가 한마디 한다. “놔두면 내가 하루 날 잡아 괭이로 뽑아낼 턴데 성질하고는...” “언제쯤?” “나중에.” “좋아요, 나머지는 나중에 하게 그냥 둘 께요.”


배나무 밭 무성한 신선초를 그에게 양보하고(7시 반경) 허리를 폈지만 언젠가 저것도 내가 하게 되겠지.”라고 혼잣말을 했다. 보스코에게는 언제나 내일이 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이 성나중씨, 전순란에게는 내일이 없어 (나의 언행에 길들여진 성씨 남자들이 세 단어로 요약하여) 내 별명이 지랄지랄지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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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참새들의 산란기여서 휴천재 지붕 기와 밑으로 둥지들을 만드느라 움직임이 부산한데 서재앞 가문비나무 위에서 짝짓기하는 참새 연인들의 현장을 자주 목격한다. 수컷이 암컷을 차지하는 구애동작으로 작은 벌레나마 선물로 주는 모습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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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텃밭에서 낫을 휘둘다 배나무 밑 참나물 잎새 틈으로 앙증맞게 숨겨진 새집(4년전 일기를 보니 '붉은머리오목눈이'라고 부르는 뱁새의 둥지)도 찾아내어 고양이한테 들키지 않도록 위장도 해줬다얼마나 정성스럽고 매끈하게 지은 둥지인지 감탄을 자아냈다. 터키색 알이 딱 한 개였다.


 '붉은머리오목눈이'퍼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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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312618 (4년전에는 여러 알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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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주일이어서 본당신부님이 저녁 미사를 오셨다. 공소예절로 그치는 것보다는 미사가 좋아 열댓 신자가 주일미사에 참석했다. 부활 제6주일의 사랑의 계명을 주제로 사람사랑으로 엮어지는 강론이 좋았다


보스코의 부활제6주 복음단상: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7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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