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43일 일요일. 맑음


금요일 아침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애플파이!’ 토요일에 김 원장님 부부랑 데이트하는 날인데 두 분(서울 의대 CC였단다)이 연애할 때 사과 과수원집 딸 문선생님이 데이트에 애플파이를 구워왔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 저 여자와 결혼하면 맨날 맛있는 애플파이를 먹겠구나싶어 결혼을 했노라는 얘기. 그 기대가 예상대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원장님이 내 애플파이를 좋아하는 듯해서 굽기로 했다. 나야 맘만 먹으면 두어 시간에 해내는 일이지만 사과가 없어 읍내까지 나가야 했다.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81817: 애플 파이 굽는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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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11시에 임실 치즈테마파크주차장에서 김원장님 부부를 만나 전주엘 갔다. 산속에 묻혀 사는 우리 두 노인에게 거의 매달 도시의 문화생활을 마련해주는 두 분이 고맙다. 전주 한옥 마을은 그간 여러 번 갔었지만 마을을 내려다보는 오목대는 어제 처음 올라가 보았다. 한여름이면 편히 한 소금 자고 싶은 정자가 크고도 운치 있었다. 언덕 밑으로는 전주 한옥마을의 기와 지붕이 멋드러진 물결을 이루는데 멀리 둘러선 아파트들이 시야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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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우리 동네와 지리산 휴천재가 좋은 건 저 흉물스러운 아파트가 안 보이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이동의 서울집도 머지않아 헐리고 아파트가 들어선다니 노년에 특히 보스코가 그토록 싫어하는(로마 유학 6년간은 아파트 생활이었다) 상자곽 생활을 한다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하기야 우리가 늙고 나면 네가 젊었을 때에는 스스로 허리띠를 매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다. 그러나 늙어서는 네가 두 팔을 벌리면 다른 이들이 너에게 허리띠를 매어 주고서,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라는 성경 말씀(부활하신 주님이 베드로에게 하신)도 염두에 둬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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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주 출신 소설가 최명희의 혼불을 기념하는 최명희 문학관은 처음 찾는 길이라 좋았다. 50년 삶을 그 작품 하나로 “90년대 한국문학의 최고봉에 오른 그미의 혼에 불붙어 딴 생각을 도무지 할 수가 없었다. 그 문학관 방문으로도 오늘 여행은 차고 넘쳤다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413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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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장님 부부가 의사로서 전주예수병원에서 10년을 보내며 단골로 다녔다는 가족회관에서 비빔밥과 떡갈비를 먹고, 가구백화점 1층의 널따란 카페에서 먹은 커피와 디져트도 좋았다, “전주국제영화제를 조금 앞둔 참이지만 전주예술극장에서 스페인 영화 패러렐 마더스라는 영화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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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병동 같은 병실에 태어난 두 아이가 바뀌는 건 자주 보는 영화 소재인데, 프랑코 군사정권이 남긴 상흔을 교묘하게 엮어넣은 게 인상적이었다. 학살의 현장을 파내는 장면이 특히 뇌리에 꽂혔는데, 우리나라도 얼마나 많은 학살현장이 묻힌 채 잊혀가고 있는가! 저렇게 발굴하여 한 맺힌 가족에게 뼈라도 돌려준다는 건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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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바로 제주 4.3혁명 기념일이어서 제주에서, 여순에서, 6.25를 맞아 전국에서 양민학살을 저지른 패거리들이 재집권했다는 통탄할 일이 한 동안 우리에게 가슴앓이를 시킬 듯하다. 유영감님이 떠나셨지만 영감님이 키우신 동백이 한창 붉다. 


오늘은 4월 첫주일이지만 미사 오시는 임신부님이 다른 행사로 겹쳐 미사 없이 공소예절(7시반)을 가졌다

보스코의 주일복음 단상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7178


공소 모임을 끝내고 집에 막 들어섰는데, 드물댁이 따라 들어오며 내일 서울 간다는데, 빈손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서둘러 머위랑 쑥을 뜯으러 가잔다. “서울 가면 전화 자주 혀! 궁굼해서 죽을 뻔했다니께.” 세상에! 내 전화가 궁금해서 죽을 사람을 이 나이에 이 산골에서 만나다니 이 무슨 행운인가!


나물을 뜯으면서 서울댁한테 갖다주게 토란 씨 좀 달라'는 부탁. 그러면서도 그 부탁이 좀 멋쩍었는농사짓는다는 여편네들이 씨도 안 남기고 홀랑 다들 먹어삐리나? 팽생 농사짓는 사람들이 뭔 일로 교수댁한테서 씨앗들을 얻어간데? 패씨, 무시씨, 토란씨, 옥수수씨까지 안 얻어간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구래!” 그러고서 한 마디 축원도 내게 배려하는 지혜를 보여준다. “곡식 씨 남한테 퍼주는 사람은 자손들이 잘 된다더구먼.” 


휴천재 텃밭에 두 그루 벚꽃과 자두꽃이 만발하고 배꽃도 몽오리를 다 영글어 집안에서 겨울을 난 화분들 50여 개가 마당으로 풀려났다. 포인세티아만 며칠  더 집안에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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