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30일 일요일 날씨 서늘함

 

새벽에 공소예절을 하고 집에 오는데 빗방울이 졌다. 목요일에는 천렵을 하겠다는 회장님 공지사항. 산행은 추후 발표키로... 수요일 저녁에는 화계 식육식당에서 헤드빅 수녀님이 한 턱 쏘는 회식. 당신 병구급치료에 손을 써준 교우들을 상대로...

 

올라오면서 밭을 보니까 빨리 땅을 손질하고 김장배추를 심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김장배추를 거의 다 심었다. 농사는 이 동네에서 이장님네가 제일 모범적이다. 우리 밭 배농사는 어제로 끝났다. 물까치들이 거의 쪼아먹었고 봉지 안에서도 흐물흐물 썩어 있어서 진이네가 미리 따버렸다. 오이밭도 치워져 있었다.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보스코가 텃밭과 옥수수 끌텅을 파내고서 굉이질을 해서 밭을 세 고랑 일쿠어 놓았다. 가을이라 풀이 여름 같지는 않겠지만 검은 비닐을 이랑에 씌워야겠다는데 보스코는 알아서 하라는 말투다.

하는 수 없이 진이엄마 도움을 받아 비닐을 씌우고 가장자리에 흙을 덮었다. 일곱 딸에 밭농사, 과수원 농사에 진력이 난 진이엄마는 밭농사에는 신이 안 나나 보다. 덮을 비닐이 약간 부족했는데 거긴 비닐 없이 심어봐야겠다. 배추 모는 대자 이기자네와 유선생댁에서 심고 남은 것을 얻어다가 심을까 보다. 다시 비가 뿌린다. 주일이어서 이 정도로만 일을 하라는 말씀 같다.

 

호미로 땅을 파는데도 얼마나 푸근푸근한지 마치 백설기 시루에 쌀가루를 체로 체서 쌓아놓은 것 같다. 비닐에 덮여 있던 흙이라설까, 아니면 비온 뒤라설까? 지렁이 가족이 할배, 할메, 아들 손자 며느리까지 그득그득 들어 있어서 생명이 가득한 흙덩어리임을 알게 해 준다. 밖으로 기어나온 놈들은 다시흙으로 덮어주었다. 농사라고 하려다 보니 지렁이 한 마리도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