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36일 일요일. 맑음


그제는 사전 투표(34~5) 첫날이었다. ‘또철수의 갈지자걸음이 내 마음 밭을 질겅질겅 밟아 곤죽으로 만들었는데 이렇게 속뒤집힌 사람이 어찌 나뿐이겠는가? 그래서 한 사람이 한 명씩만 설득해서 이재명을 찍게 만들면 너희가 어찌 해도 안될 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동네에 와서 자리잡고 산지 15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선거에 임박해서 동네 누구에게 누구를 찍으라는 말을 꺼내본 일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시도해보자. 저토록 무식한 후보 본인을, 최순실보다 더한 무속인으로 소문난 부인을,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도 사위의 빽으로 법망을 벗어난 것으로 소문난 장모를 둔 '본부장(본인, 부인, 장모)'에게 대한민국의 국정을 맡긴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웃아짐에게 전화를 해서 대통령 찍으러’ 면사무소에 가는데 같이 가겠느냐 물으니 고맙단다. 차 안에서 나더러 몇 번 찍을 꺼냐 묻기에 "우린 그중 기호 1, 맨처음에 나오는 사람, 작대기 1번" 찍을 참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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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미 말에 따르면, 면에서 하는 공공근로에 나오는 아줌마들(60대와 70대)이 스무 명이 넘는데, 그중 자기 이름 석자를 쓸 줄 아는 사람은 세 명뿐이란다. 그런데 자기는 글자도 숫자도 몰라도 1자는 안다고 짝대기 한 개아니냐 묻는다


휴천면 투표소에 제법 투표하러온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줄을 서고 있었다. 이번 대선에 투표율이 높겠다는 징조였다. 먼저 체온 체크를 하고 지장을 찍고 투표를 하고 나왔다. 간절한 마음으로 1번 이재명 옆에 칸에 '사람 ㅅ'자 빨간 도장을 꾹 찍었다. '꼭 당선되세요!'


투표장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미는 "나도 1번 찍었고마. 짝대기 하나. 맨 위에 나오드만. 칸밖에 인주도장 안 나가게 잘 찍었고마." 자랑한다. 나는 말 없이 기특하다는 미소를 보내주었다. "내사 마, 글은 몰라도 신통하게 내가 찍는 사람들은 다 되드마." 시골노인네의 상서로운 말에도 나는 속으로 "아멘!"으로 화답했다.


금요일 오후에 바람이 좀 뜸해 송전 쪽으로 산보를 하고는 돌아오는 길에 진이네 집 짓는 현장에 들렸다. 진이 엄마와 아빠 그리고 도우러 온 시동생, 이렇게 셋이 스물한  평 짜리 집을 짓고 있었다. 부부 둘 다 몸피가 작지만 '일꾼을 구할 수가 없어서' 셋이 직접 짓는단다. 철골과 합판으로 짓고 있었다천장과 지붕을 얹는 일이 너무 힘들어 주말에는 사위를 불렀단다. 보기만도 안타깝다.그 일을 해내는 진이 아빠의 모습은 바로 작은 거인의 '인간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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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전만 해도 산에서 소나무 베다가 기둥 세우고, 서까래 올리고, 옥수수대로 벽을 묶어 진흙에 볏집을 작두로 썰어 섞어 벽으로 바르던 시대에도 동네 장정들 모두가 울력을 나와서 함께 하던 이웃들의 도움이 있었는데....


그날 오후 김원장님 부부가 광주에서 전화를 했다. 광주의 큰 시장에 들렀는데, 딸기와 대저토마토가 너무 싱싱해 보여 우리 것도 샀는데 전해주러 지리산으로 오는 중이란다. 보스코가 워낙 마음이 여리고 섬세한 사람이라 '안철수의 또철수'로 대선 패배를 염려하고 상심해 있을까 위로차 찾아오는 길임을 알 만하다. 그래서 친구 아닌가?


https://www.youtube.com/watch?v=skwmtbB1Z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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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fE3iGu_Ka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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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이 광주에 간 것은 '백남기 농민 기념사업회'로부터 김경일 의사에게 드리는 의미 있고 뜻 깊은 감사패 수여가 있었기 때문이고, 우리도 우리 일처럼 기뻤다.


'백남기 농민 기념사업회' 촛불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백남기 농민 투쟁 당시 헌신과 사랑으로 "우리가 백남기다"를 실천하여 민주주의를 지키는 등불이 되었기에 회원들의 뜻을 담아 이 패를 드립니다


김원장님의 전문의로서 양심적이고 당당한 국회 증언이 있었기에 백남기 농민 공권력에 의한 살해사건은 서울대병원 의사들과 당시 정부의 조작으로 잘못 흐르던 시국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김원장님은 정말 이 시대의 의인(義人)임은 '인도주의 실천 의사협의회'(인의협)이 2016년 '올해의 인도주의실천의사상'을 받은 사실에서 드러난. 정권에 야합하여 모든 사실을 조작하던 서울대 병원장과 담당의들의 비굴한 민낯을 까발려주었다. 우리 부부가 살아온 가장 큰 행운이 있다면 이렇게 의롭게 살아온 분들과 가까이 지내온 우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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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요일. 매달 첫주일에 문정공소에 산청 임신부님이 오셔서 미사를 드려주시는 날이다사순절 첫째 주일이어서 '재의 수요일'에 재를 못 받은 교우들에게는 신부님이 머리에 재를 얹어주셨다. "사람아, 너는 먼지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 미루네가 임신부님 오누이를 모시고 와서 미사 후 휴천재로 올라와 함께 아침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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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가 남동생처럼 보살피던 모세의 마지막 길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그는 어제 성심원 묘지에 묻혔다. 오랜 투병을 마치며 천국길을 준비하던 모세에 대한 미루의 경탄과 동행은 머지않아 우리에게도 다가올 시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깊이 생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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