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5일 화요일.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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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네도 작년에 방천 난 커다란 불루베리 밭을 포크레인으로 닷새째 손을 보고 있다. 귀농이나 귀촌으로 시골에 들어와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 땅에서 농사지어 돈을 벌면 그 땅에 다시 쏟아붓는 일이 다반사다. 우리 텃밭도 지인들과 나눠 먹는 재미 외에는 소득이란 없는데 집 쪽으로 쌓아 올린 축대가 밭쪽으로 자꾸 배를 내민다. 올여름 큰비라도 내리면 그 축대가 버텨줄지 장담할 수가 없다. 그때쯤이면 우리도 오이를 따다 팔든지 파 장사를 해서 포크레인을 불러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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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부터 송문교부터 송전 마을 사이 둘레길 옆 강변을 손대기 시작하더니 요새도 거기 일구는 집터에서 기계를 돌리는 굉음이 골짜기를 메우고 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호기심이 많고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이라 점심 후 송전길로 산보를 갔다. 어려서 빵기가 맘마차만 보면 맘마도 안 먹고 맘마를 퍼 나르는 포크레인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우리 부부도 어제 집채만한 돌을 머리로 두드려 깨서 이빨로 물어다 축대를 쌓는 맘마차의 힘센 모습에 넋을 잃었다.


하기야 보스코는 그 많은 비행기 여행 중 비행장 활주로에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몇 시간이라도 지켜보며 감탄하는 사람이다. 우리 집 남자들은 어쩌다 셋다 인문학을 전공했지만, 두 아들은 대학 가서야 적성검사에서 압도적으로 이공계두뇌임이 드러났고, 보스코도 인문계 고3시절 수학II’화학을 따로 청강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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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전번보다 많이 녹았다. 이 겨울이 지나면 무너질 집들이 동네에서도 여럿 보인다. 사람이 살지 않으면 집도 존재 이유를 잃고 쉬이 망가진다. 사람도 자기한테 기대어 가꾸고 돌볼 사람이나 집이 있을 적에 살아갈 힘이 생긴다. 시골에 혼자 남아버린 어매들의 삶은 이 코로나 시기에 더욱 견디기 힘들어 보인다


그런 사정을 아는 마을 이장이 요즘은 밥을 해 먹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마을회관을 열어준다. 아무것도 안 하고 우두커니 서로 바라만 보는 분위기지만 아직 숫자 계산을 하는 댓 명 아짐은 10원짜리 고스톱을 치고, 나이가 더 많은 할매들은 빈 플라스틱 물병에 수돗물을 채워 베고서 편히들 누워 있다. 얼마 후면 모두 앞산이나 뒷산에 뗏장이불을 덮고 누울 연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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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태우할매를 찾아갔더니 낫살 일곱이나 적은 동생이 골수염으로 먼저 가삐맀다며 죽은 사람보다 더 처연한 모습으로 넋을 놓고 있다. 마음이 몹시 심란하단다. 살아도 죽은 이보다 더 비참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아 다들 죽은 이들을 부러워한다. 하기야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우리 속담도 있고 제아무리 늙어도 내일 하루 더 살고 싶은 욕심 없는 노인 없다는 서양속담도 있지만...


하느님이 오늘 아침 올겨울 내가 그렇게 바라던 대로 눈 오는 산골 풍경을 한 10분간 상영해 주셨다. 그리고 끝이었지만 골짜기엔 멈춘 눈이 멀리 지리산 하봉을 눈가루로 단장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지리산에서마저 겨울철 눈 구경이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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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분부터 이주여성인권센터정기총회를 준비하고 2시부터 ''으로 회의를 시작했다. 정회원 48명 중 40명이 참석했으니 각자 있는 곳에서 참석하는 회의가 편키는 한데, 열띤 토론은 기대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장장 세 시간 걸쳐 꼬박 총회를 했다


지난 15년 동안 사무처장으로 우리 단체 살림을 챙기던 한가은씨가 떠났다. 베트남 여인으로, 한국 국적을 갖게 되자 설립자 한국염 목사의 성을 따서 한씨가 되었다니, 그만큼 설립자 한목사가 이 단체에 끼친 영향이 컸다는 얘기. 그녀가 떠나는 길에 내가 덕담을 해주고 시 한 편도 그미에게 띄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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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요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요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요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것은 한참이더군요

영영 한참이더군요. (최영미. “선운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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