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8.19 수요일 밝고 무더움

 

오후 2시에 함양 농업대학에 "미생물 재제를 이용한 비료" 강의를 들으러 갔다. 뒤지터 나여사, 프란치스코씨, 스테파노씨와 부인 체칠리아씨 등 5명이 갔다. 나만 빼고 청강생들이다.


계획대로 강의 대신 현장 실습을 갔는데 날씨가 하도 더워서 현장 강의는 다음으로 미루고 미생물 20 킬로 짜리 보카시 비료 한 포 씩만 얻고 그냥 사과 과수원을 둘러 보았다.

 

과수원 주인이 얼마나 부지런했고 정성을 얼마나 쏟았는지 손가락으로만 파도 50센티는 푹 들어갈 만큼 땅이 보드랍고 기름졌다. 사랑을 듬뿍 받는 여인처럼 우리에게 온통 맨 살을 드러내 보이면서 뽐내는 흙이라니...  거기에 뿌리를 박은 튼실한 몸통과 건강한 열매를 주렁주렁 과시하는 사과들...

 

얼마나 자주 풀을 깎아 주었으면, 우리 텃밭 고추처럼 밀림 속에서 고개가 빠져라고 쳐들어야 간혹 얼굴일 내비치는 처지와는 비교가 안 되었다. 농사를 짓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는 이곳 생활 한 해 만에 채마밭 손바닥 만하게 가꾸어 보고서 비명까지 내지르는 내 처지가 웅변이 되고 남는다.

 

그래서 내린 결론, "도회지 아낙들이여, 사 먹는 게 제일 싸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