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7일 일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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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친구들에게 설빔으로 유과를 보내려 그제 영숙씨네 운림원엘 갔다. 함양에서 유과를 하는 사람이 내가 알기로도 너댓집 된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내 입에 제일 맛있는 집은 당연 영숙씨네 유과다. 남이 보기엔 설 한철 일을 하는 것 같아도 겨울에 보리를 심어 길금을 장만하고, 그 길금으로 11월부터 열 가마의 쌀로 엿을 고아 조청을 만들고, 찹쌀과 콩을 섞어 반죽하여 유과판을 만든다. 그걸 말려서, 튀겨서, 일일이 조청을 바르고, 튀밥을 붙여 유과를 만드니 가끔 가서 바라만 보는 나는 그 수고를 어떻게 치하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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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서는 다만 깨진 비품을 얻어먹는 것으로 만족하고 일 끝나고 밥 한 끼 사주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일터에 가 보면 일을 도와주는 아주머니들의 얼굴이 매해 조금씩 더 늙어가는 게 눈에 띤다. 얼마 후 저분들이 더 이상 일을 못하면 이일도 끝이겠구나!’ 싶다. ‘내 칭고리따도 한번 맛을 보고는 그 먼 목포에서도 열 상자나 사서 친지들과 나누었단다. 아마 우리 세대가 끝나면 유과를 찾는 사람들도 사라질지 모른다.


2011년에 우리집 우편배달부 아저씨의 간청으로 우체국 실손보험을 들었다. 처음 5년은 월보험료가 45,000원 정도였고 그 다음 5년은 6,5000원으로 50% 가량 올랐다. 10년간 납입한 보험료가 650만원 정도 돼고 보험혜택으로 140만원을 받았다. 말하자면 우체국이 500만원 정도의 이득을 본 셈이다. 그런데 올 3월에 새로 5년간 납일할 보험료가 통보왔는데 월 16,5000원으로 무려 250%가 올랐단다. ‘들 테면 들고 말 테면 마시오, 누가 아쉬운가 봅시다!’는 배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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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마다 실손보험이 있다는 환자에게는 과잉진료를 하고 있어 심지어 내가 아는 지인은 백내장 수술로 실손보험에서 천만원을 받아냈다고 자랑했다. 그러다보니 손실이 커서 일률적으로 올렸다지만 나같은 사람은 그동안 양심적으로 행동한 일을 오히려 억울해야 할 판이다


상담을 들은 김원장님은 우리나라처럼 보험이 잘 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실손보험은 불필요하고 그렇게 갑자기 일률적으로 올리는 것은 사기란다. 또한 실손을 들었다고 불필요한 보험료 지출을 하게 만들고, 루저를 양상하는 병원이 많고, 돈있고 강한 사람만 살아남는다는 안 좋은 관념만 심어주므로 당신네 가족 중에는 그 누구도 그런 보험을 든 사람이 없단다. 나도 이번 달로 보험이 끝나면 그 돈으로 2년마다 2년만기 적금을 들어 의료 예비비로 예치해 놓을 생각이다. 우리나라처럼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안전하게 책임지는 나라에 사는 이상, 국민으로서 내 권익을 지키고 나라를 믿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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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이 계속해서 불편하여 위내시경도 하고 나와 보스코의 눈 정기검진도 받아야 돼서 서울에 올라왔다. 내가 서울에 온다는 소식을 반기는 우리 딸들이 오늘 우이동으로 세배 차 왔다. 더구나 내 친구 한 목사도 납시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며칠 있는 서울살이에서는 제발 밥좀 하지 말라!’며 엄엘리는 만두전골꺼리를 사왔고, 이엘리는 김치랑 반찬을 해왔다. 보스코가 조서방이라 부르며 좋아하는 양원씨도 다녀갔으니 서로 반기는 그 모습에 다들 기분이 좋았다. 평상시 같으면 벌써 여러 번 만났어야 하는데... 그 쬐그만 놈 코로나가 사람 사이를 어지간히 소원하게 만들어버렸다.


둘째인 순둥이 오드리는 남편과 둘이서 하는 식당일이라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우리가 서로 아쉬워하며 식탁사진을 찍어보내 눈으로만 맛을 전해 주었다. 그미가 자리에 없는데도 우리끼리의 얘기에선 나와 '우리 순둥이'가 너무 닮아 '그 엄마에 그 딸'이라며 우리 둘을 놀리는데 결코 칭찬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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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미가 제라늄 화분 흙 속에 벌레알이 있더라며 제라늄 화분을 엎어, 뿌리는 흐르는 물에 깨끗히 씻고, 화분은 락스로 닦고, 흙속의 벌레알은 토치로 불붙여 죽이고서 다른 흙에 다시 심었다니... '내가 어미지만 난 절대 그렇게까진 않는다'는 내 말에 보스코가 며칠 전 내가 베들레헴 꽃대에 한 의료행위를 지적한다.


휴천재 마루에 들어와 있는 대섯 개의 베틀레헴 화분들이 꽃대를 올리는 중인데 유독 빌빌거리는 한 화분에서만 꽃대가 못 올라와 들여다보고 들여다보았더니 이파리에 싸여 몸을 내밀지 못했다. 그래서 아주 조심스레 이파리를 벌리고 벌려 꽃대를 꺼내 주었다. 그걸 보고 있던 보스코가 '순둥이 엄마 맞네!' 했다. '난 다르지, 걘 화분 속 벌레를 토벌한다고 난리였지만, 난 지금 유도분만 내지 제왕절개로 베틀레헴 꽃봉오릴 살리는 중이라구!' 말은 그럴듯한데 내 스스로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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