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6일 월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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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 제네바 사무실에서 전화한 큰아들이 묻는다. “엄마 어디세요?” “제주야, 은빛나래 친구들과 놀러왔어.” “맨날 잘 노시니 좋네요.” “우리야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열심히 일하는 모범적인 대한민국 국민 아니겠니?빵기가 껄껄 웃더니 대한민국 만세란다


그애가 몇 해 전 이탈리아 초딩중딩 동창들과 만나 바닷가에서 노는데 특별한 주제도 없이 지껄이다 바다에 들어가 잠시 텀벙거리다 나와서 다시 수다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데 무척 지루하더란다. 한국애들이라면 짧은 시간이라도 온갖 창의적인 놀이로 찐하게 놀 텐데 긴 시간을 그렇게 보내는 걸 보니 노는 일도 우리가 무언가 다르단다. 하기야 그래서인지 시아 시우도 가을 방학을 맞아 루체른에 가서 엄청 신나게 지내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니 한국사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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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려고 해도 체력의 뒷받침을 해야 한다. 어제 오후 내내 휴천재 화분들 겨울나기를 돕고 일기를 쓰고 나니 밤12시가 다 됐다. 그런데 오늘 완도에 와서 차를 싣고 배를 타려니 새벽 4시에 일어나 미루네 공장에다 우리차를 놓고 5시 반에 산청을 출발해서 9시 이전에 완도 선착장에서 차를 실어야 했다. 다행히 노인들이라 아침잠이 없고 공동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이어선지 순조롭게 10시에는 제주행 카페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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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어찌나 좋은지 은물결 위에 날치가 가끔 날아오르는 일 외에는 고요하기 이를 데 없는 바다였다. 1130분에 제주항에 도착하여 점심으로 물회와 해물뚝배기를 먹고 썬비치 리조트에 짐을 풀었다. 자그마한 건물로 바다가 잘 내대보이고 방이 넓고 깨끗하여 맘에 든다. 미루와 파스칼 형부가 미리 사귄 주인이라는데 보스코 친구 ()허충남씨의 부인이 이곳 안주인과 대모대녀여서 우리의 도착을 미리 알고 가져다 놓은 귤상자와 양주 선물이 우릴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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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첫번 프로그램은 성김대건 신부 제주 표착 기념 성당과 기념관이 있는 용수성지 순례. 최초의 한국사제로 라파엘호라고 이름붙인 배를 타고 입국을 시도하다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가 용수리 해안에 표착한 사건을 기념하는 성지다. 선교사나 하느님의 사람이 섭리에 손길에 이끌려 가는 곳이라면 그곳은 어디든 성스러운 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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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모양으로 지은 기념관, 김대건 성인의 생애를 그린 성당 모자이크, 기념관 벽에 걸린 제주교구 성직자들의 사진에서 눈에 익은 분들(보스코에게 견진을 주셨다는 현대주교님, 우리의 친구 임승필 신부, 이시도로 목장의 임피제 신부님과 지금 그곳에 와 있는 살레시안 오윤택 신부, 보스코 동창의 아들 허찬란 신부)의 모습이 우릴 반겨주었다.


성지순례를 마치고 가까이 있는 수월봉을 찾았다. 고산기상대 언덕으로 찾아가 아름다운 제주 바다와 섬들을 바라보았다. 차귀도와 누운섬 당산봉과 삼방산 한라산이 다 보인다. 수월봉 해안 절벽은 동쪽으로 약 2Km까지 이어지는데 이 절벽(‘엉알이라고도 부른단다)의 떡시루 같은 용암 절벽은 경탄을 자아낼 만했다. 한라산은 제주 어디에서도 올려다보이는 영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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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가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운전하는 이사야를 꼬시는 바람에 고산에서 제주까지를 해안도로로만 돌고돌아 바다경치를 실컷 감상하는 호사를 누렸다. 거인처럼 세 팔을 휘두르는 풍력발전기들이며, 모든 밭을 차지한 콜라비며, 시커먼 화산돌을 쌓아서 만든 담장이며, 제주도 서해로 지는 찬란한 일몰이며, 중간에 들러 저녁으로 먹은 보말 메밀 칼국수며, 어두워지자 제주도를 빙 둘러싼 갈치배들의 조명등이 이룬 바다속의 신도시가 제주의 첫날을 장식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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