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712일 일요일, 하루종일 큰비


711, 한여름에 아이 낳느라 어머님은 고생을 많이 하셨겠다. 그래도 건강한 아들을 낳고는 먼저 떠내 보낸 자식들에 대한 상실감에서 위로를 받으셨으리라. 보스코 위로 세 형제가 있었는데 첫째로 태어난 누나는 몇 달 만에 죽었고, 그 다음 형은 여섯 살까지 살았다는데 머리가 영특하여 아버님이 몹시 귀여워하셨단다. 모내기 철, 서너 살 어린 나이에도 막걸리 받아오라는 말씀에 마을 앞 논에서 하얗게 뜬 뜸물을 주전자에 떠오곤 해서 가족을 웃음 짓게 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단다


그 담이 금심이누나6.25 전쟁 중에 10세가 넘어 장티프스로 죽었다는데 그 누나가 학교운동회에서 타다준 눈깔사탕의 이야기를 보스코가 자주 하였다. 그 맛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단다.


[회전]일기장IMG_8478.JPG 


아버님이 전쟁 전 가산을 정리하여 맨발의 성자이현필 선생님이 이끄시는 수도공동체 동광원에 입회하시는 바람에 누님도 열 살의 어린나이부터 수도생활(?)을 시작했는데 전쟁 통에 해남의 피난처에서 발명하여 치료도 못 받고 죽었단다. 누님과 같은 나이로 개신교의 첫 번 수녀원 동광원에서 수도생활을 시작한 분들이 지금도 남원 대산의 수도원에 몇 분이 생존해 계신다.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16232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16704


그렇게, 보스코가 실은 넷째면서 큰아들이 된 셈이다. 그러다 보니 행여 그 아들마저 어찌될까봐 부모님이 얼마나 받들어 키웠을지 지금 왕자님으로서의 면면은 그때 이미 형성되었으리라. 보스코의 지인이 요즘 그의 신수를 봐준다면서 손윗분들의 목숨까지 이어받아 ()에 빠지는 운세라 참 오래도 살 것 같다는 운세를 짚어준다.


일기장20200710_083625.jpg


일기장20200710_143906.jpg


보스코 생일이라고 작은 아들이 내려와 함께 지낸 사흘간 모든 게 풍요로웠다. 10일 아침에는 함께 성무일도와 미사를 드리고 그날 점심으로 생 방울토마토로 파스타그 전날 저녁 산보길에 뜯어온 치커리 나물에 비프스테이크에 포도주를 곁들이는 저 부자(父子)는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아들이 설치해준 네플릭스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만화영화 눈의 여왕을 하루에 보았으니 일년치 영화를 다 본 셈이다젊은이 하나가 나타나니 집안 문화의 패턴이 바뀌었다그러나 우리 둘 다 눈으로 영화 보는 것 보다 책으로 읽는 것을 더 좋아하니 아마 한달 후에는 돈 아까워서라도 영화시청 프로그램은 닫을 지 모른다.


일기장IMG_8227.JPG


일기장IMG_8237.JPG


어제 11일 아침 930분 미루네 팔보 공장에서 빵고 신부의 주례로 가족 미사를 드렸다. 그동안 워낙 미루가 우리 부부한테 살갑게 잘 해 주어 우리 작은아들이 늘 고마워하던 터였지만 지난 6일이 이사야 생일, 어제가 보스코 생일, 내일 13일은 셋째딸 귀요미의 생일이어서 세 사람의 생일을 함께 감사드리는 미사였다. 그리고 짚어보니 큰딸도 양력 717, ‘꼬맹이도 음력 66(금년에는 726)이 생일이니 내 주변이 온통 삼복더위에 어머님들에게 산고를 드린 자녀들이다!


미루네 차로 봉재언니 남매랑 같이 남해 미조항으로 가서 남해형부 파스칼 선생님의 단골식당 삼다도 식당에서 전복죽과 소라를 먹었다. 빵고 신부가 3시 서울행 버스를 타기로 해서 남해버스터미널 가까운 카페에서 이사야, 보스코, 미루 세 사람의 생일축하를 했다.


일기장20200711_143803.jpg


일기장20200711_143658.jpg


작은아들이 아버님 생신을 축하해드리러 여름휴가를 받아온 사흘을 보내고 서울로 떠난 뒤 남해 바닷가를 달려 형부네 집에 토착하여 임신부님 주례로 토요특전미사를 드렸다. 바다는 늘 풍요로워 많은 새들한테도, 그 동네 아짐들에게도 고루 풍부한 먹거리를 내어준다


미사후에 언니가 준비한 자두를 내놓자 미루가 효소를 담그려면 자기도 자두가 200Kg 쯤 필요하다는 말을 하자 형부는 그 자리에서 즉시 지인들에게 연락하여 미루네 자두구매를 주선하신다. 엊그제 본 영화 인턴의 주인공 로버트 드 니로가 따로 없다. 한때 큰 회사의 구매담당 이사로서 물건의 질과 가격 등을 아는 형부의 풍부한 경험이 실제 도움을 필요하는 지점에서 빛을 본다. 노인들과만 논다고 염려할 일이 절대 아니다. 노인들의 그동안 지녀왔던 능력과 지혜가 얼마나 귀한지 알아보는 미루는 복을 받을 만하다.


일기장20200711_160846.jpg


일기장1594467924303-5.jpg


내일이 미루 생일이라는 기억이 떠올라 오늘 집에 혼자 있을 미루를 집으로 불렀다. 그냥 된장국에 나물이지만 오랜만에 함께 하는 식사시간. 남편 이사야는 블랙야크에서 주최하는 '한국의 명산 100 프로젝트' 등반을 위해 충북 영동전북 무주, 경북 김천이 서로 만난다는 삼도봉이 있는 '민주지산'(1242m)으로 등산 가고 두 아들은 주말은 엄격히 자기네 시간을 따로 갖는다니 그미 혼자서 집을 지키던 중이었으리라


일기장20200712_152226.jpg


일기장20200712_173025.jpg


하루종일 내리는 장마빗속에 박시장의 외로운 넋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2016~2017년의 겨울, 광화문광장에서 몇 차례나 마주친 그의 선량한 미소가 떠올라, 그가 우리에게 박근혜 정권을 몰아낸 민주화의 선물을 가져다주었음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우리 국민이 박원순 시장에게 큰 빚을 졌다. 7억이라는 빚을 가족에게 남기고 갔다니 이번에는 우리가 갚아줘야 할 차례다. 무슨 방도가 없을까?


일기장IMG_8302.JPG


일기장사본 -IMG_834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