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628일 일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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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 입구에 능소화 두 그루가 아치를 이루고 그 중 한 그루는 독일가문비나무를 타고 15미터 이상 기어올라 이 오뉴월을 유난히 화려하게 꾸미고 있다. 지난 몇 해 동안은 깍지벌레가 몽우리마다 또각또각 끊어버려 제대로 꽃구경을 못했는데 올봄에 보스코가 몇 차례 소독을 해선지 보는 사람마다 감탄이다


그런데 오늘 진안 마이산 탑사 암벽에 자라오르는 능소화에는 댈 바가 아니었다. 100여 미터 깎아지른 암벽을 한그루 능소화가 등산도구 하나도 없이 거의 다 기어오른 장관을 보았다. 아직 꽃몽오리만 갖고 있어 활짝 피어나면 대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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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큰딸이엘리가 재택근무로 꼼짝 않는 작은딸 혜지한테 바람도 쏘여줄 겸 휴천재를 방문했다. 동의보감촌에 올라가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마이산을 보러 갔다. 장수-완주 고속도로를 달릴 적마다 마이산휴게소에서 멀리 건너다보이는 마이산엘 꼭 한번은 오르고 싶다 했는데 어제 오후 큰딸네를 따라가서 드디어 그곳에 있는 탑사와 은수사를 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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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의 수마이봉은 667m, 서쪽의 암마이봉은 673m인데 암마이봉이 수직으로 올려다 보이는 곳에 탑사(塔寺)가 있다. 이갑룡(1860~1957)이라는 처사가 크고 작은 돌로 108기의 탑을 혼자 쌓았다는데 수십년 지난 지금도 80여 개 돌탑이 남아있고 그 노인은 어느 새 신선이 되어 산신각에 모셔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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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은수사로 오르는 표지판이 있어서 그곳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리는가매점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10분 정도 걸린단다. 곁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아주 가까. 무르팍 아픈 나도 가는데 젊은 것들이 뭘 그려?” 하기에 두 번도 생각 않고 올라갔다. 이성계가 그곳의 물을 먹어보고 은 같이 맑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은수사(銀水寺). 지금도 샘물이 나오긴 하는데 이 코로나 시절에도 먹을 수 있나?’ 망설이는 참에 보스코가 한 바가지 떠먹고서 이 동자승이 올립니다라며 내게도 한바가지 떠주어 마셨다. ‘이 노승이 물을 올립니다라고 할 만한 나이에 동자승을 자처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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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 마이봉 사이의 천황문에서 내려오는 장정에게 어디서 오느냐?’고 물으니 암마이봉 정상을 다녀온단다보스코의 심장수술 이후 오랫동안 등산을 안 한 터라 걱정도 되었지만 한 아줌마 등산객에게 힘들더냐?’ 물으니 '껌이예요!`라기에 예정에도 없었던 암마이산 정산으로 등산을 하게 됐다. 수마이산은 암벽타기도 금지된 터라 오를 수 없고 데크와 쇠줄로 안심하고 오르라고 마련된 암마이산을 올랐다. 진안 들판과 '무진장' 산봉우리들이 한눈에 바라다 보인다.


어제 제일 횡재한 사람은 보스코. 미녀삼총사(아내에 큰딸에 혜지까지)한테 에워싸여 그토록 오르고 싶던 산봉우리까지 올라갔으니 다음에 인규씨네 외양간 소귀만 보아도 오늘을 기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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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는 오랜만에 도정 체칠리아를 보았다. 더구나 남편 스.선생이 안마를 해준다고 만졌는데 그만 갈비가 부러졌단다. 여자들이 나이 들면 구멍난 스위스 치즈모양으로 칼슘이 다 빠져나가 까딱하면 바삭바삭 온갖 뼈가 바스러진다. 그미를 못 본 두 주 사이에 얼마나 야위었는지! 더구나 땡볕에 밭일을 하다가 더위를 먹었는지 기운을 못 차린다. 도메니카가 닭을 사고 나는 도정으로 올라가서 삼계탕과 반찬을 해서 그미의 건강을 함께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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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다시 장마가 온단다, 장마 전에는 할 일로 제각기 바쁘다. 진이네가 큰 비 지기 전 블루베리를 하나라도 더 따려고 놉을 여덟이나 얻어놓았다며 오늘 공소예절 주례를 보스코한테 부탁했다. 매해 장마와 블루베리가 익는 시기가 겹쳐서 낭패를 봐왔는데, 그래도 올해는 빗님 눈치도 보고 날씨의 비위도 맞추며 간당간당 수확을 해나가는 중이다.


공소에 일찍 나가 신자들을 기다리니 한남에 사는 엘리사벳씨 딱 한 사람이 왔다. 그미는 시계를 잘못 보고 한 시간이나 일찍 걸어서 와 공소마당을 쓸고 있었다. 그미와 우리 부부 셋이서 공소예절을 했다. 코로나 계절에 교우들 없이 혼자 미사드려온 신부님들 심경을 알만하겠다. 


하느님도 서운하셨겠지만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다.”고 하셨으니 기본요건’ 세 명은 채운 셈인데다 하느님도 농부시라니까 농사철 농사꾼들 바쁜 속마음도 알아주시리려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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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아줌마들도 비오기 전 들깨모를 옮긴다고 산비탈에 따개비처럼 붙어 일손이 바빠 공소에 못 왔으리라. 묵은 밭마다 망촛대가 하얗게 피어 지난날의 영광을 뒤덮어 버린 형국에 저렇게나마 들깨라도 옮겨 밭을 묵히지 않고 가꾸는 오매들은 되레 고맙기만하다. 자식들이 퇴직하면 들어와 살겠다며 집도 못 팔게 하고 그렇다고 힘에 부치는 노인들을 돕지도 않으니, 앞으로 10년이면 문정리 논밭이 모조리 묵정밭 묵정논이 될 숙명이다.


큰딸이 코스트코에서 구입해다 그 무거운 철재선반을 자기 승용차로 어제 지리산까지 실어온 터라 그 선반을 오늘 오전내내 보스코가 조립했고, 집안에 들여 아래층 화장실에 정리해 넣느라 나도 바빴으니 오늘 이 동네에 한가한 사람은 주변 10Km 안에 한 명도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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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박하차 마련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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