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530일 토요일, 맑음


아침마다 서쪽 창문 커튼을 열면 감동으로 지은 쇠기둥 구멍에 둥지를 만들고 아침밥을 물고 올 엄마새를 기다리는 새끼 찌르레기들과 눈이 마주쳤었다. 토실하게 살이 찐 큰놈이 입구를 차지하고 작은놈은 큰놈 다리 사이로, 아니면 겨드랑 밑으로 겨우 머리를 내밀고 한눈으로 세상을 내다보았다. 작은놈의 몸피는 큰놈의 절반이나 될까? 그렇다고 어미가 불쌍한 작은 놈을 각별히 챙기지도 않았다. 주둥이를 크게 벌리고 큰소리를 질러대는 큰놈에게 먹이를 넣어주었다. 적자생존의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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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보니 커다란 흰뺨기러기나 바다오리가 깎아지른 절벽 꼭대기에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고는 어느 정도 크면 그 절벽에서 뛰어내리게 한다. 바위에 부딪치면서도 땅에 떨어져 제 발로 어미를 쫓아가는 새끼만 키우지, 두려워서나 체력이 약해 뛰어내리지 못하는 새끼는 포기하고 떠난다.

https://www.youtube.com/watch?v=B1bh2z2oS58

그 동안의 '정의연' 수요집회나 실무회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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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윤미향씨가 의연하게 기자회견을 하고 의원직 사퇴를 거부하여 마음이 놓인다. 강제로 끌려가 최전선으로 끌려다니면서 왜놈 병사들의 정신대(廷身隊) 노릇을 하던 여인들이 8.15 해방으로 저 까마득한 절벽에서 떨어진 만신창이의 몸으로 목숨이 살아 돌아오자 환향녀처럼 무시하고 수요집회마다 맞불집회를 하는 토착왜구들이 "이제는 우리가 할머니들 편에 설게요!"라며 덤비는 꼬락서니는 윤미향을 무서워해서 국회에서 내쫓자는 목적 외에는 없을 터라서 더욱 그렇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온 국민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윤미향 의원이 조국 장관처럼 의연하게 개검을 이겨내고 비중있는 여성 정치인으로 우뚝서기를 기원한다.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293093


한겨레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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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침마다 눈인사를 하던 찌르레기새끼들이 떠나고 난 빈 자리는 우리 가슴에 휭하니 구멍을 남기고 찬바람이 그 구멍을 훑고 흩어진다. 아픈 사랑의 상처는 다른 사랑으로 위로 받는다. 데크밑 구멍에서 뱁새 둘이 나와서 전화선에 앉거나 자동차 지붕 위를 오가며 서로 부리를 부비고 서로 깃을 다듬어준다. 얼마나 귀여운지 저것들도 떠나면 허전해서 어쩌나? 눈길도 안 주려다 우리 둘은 어느덧 그것들에 혼이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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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논에도 황새가 날아와 개구리와 미꾸라지 사냥을 한다. 꽃과 나무도 예쁘지만 동물들을 보는 재미가 너무 좋다. 물을 주다가도 주황색 배를 한 개구리나 엄지 손톱만한 초록개구리를 보면 일손을 놓고 걔들의 매력적인 몸동작에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다. 하느님은 어쩜 저렇게 다양하게 재미지게 세상을 만드셨을까? 당신이 만드시고 참 좋다!’ 스스로 감탄하셨다니 지상의 모든 생명을 지켜보시는 창조주의 눈길도 그러하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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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는 소담정의 점심초대로 산청 동의보감촌엘 갔다. 그곳에 우리 서울딸들도 맛있다고 칭찬한 육회비빔밥이 제격이다. 점심을 먹고 그곳에 마련된 꽃밭이며, ()를 받는다는 기바위를 돌아보면서 한나절을 즐겼다. 산청 군의회가 동의보감촌에서 왕산 꼭대기까지 케이블카를 놓기로 결정했다니 정신나간 사람들이다. 지리산에 사는 여유로운 행복이 댐을 만들고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개발론자들 땜에 또 한번 소란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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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희정씨가 자기 고등학교 적 선생님이 추성에 사시는데 보스코를 만나보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기에 모시고 오라 했다. 전교조 초창기에 창원에서 교직에 계시다가 해직당하고 이듬해에 각서를 쓰고 복직하며 함양으로 왔을 때 희정씨를 가르치셨단다. 워낙 강직하게 반골로 사셔서 그런 시기를 거치며 어려움이 많으셨으리라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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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짓고 싶어 정년을 10년이나 앞두고 명퇴를 신청하고 마천 의탄 마을로 들어와 집을 짓고 펜션민박과 사과 고사리 등의 농사를 지으며 사는 행복한 농부라니, ‘사람이 빵만으로만 사는 게 아니다는 말씀을 몸으로 사시는 분이다. 진리와 역사, 문화와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보스코와 의기투합하여 좋은 이웃을 한 쌍 만나게 되어 우리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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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가물어 감자나 양파, 마늘도 잎이 누렇게 지쳐 널부러져 있다. 양파도 잎이 누우면서 알이 굵어져 큰다는데, 마늘도 몸피를 늘리고 감자알도 부쩍 커야 할 때 날이 너무 가무니 하는 수 없이 내가 직접 물을 주어야 한다. 물을 주다가 흙이 흘러내려 밖으로 튀어나오는 감자알은 제법 커서 열댓 개 캐다가 감자 졸임과 구운 감자를 했다. 6월이면 저녁으로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식사다. 막 캐다가 쪄서 올리브유에 구운 감자는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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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더러 배가 나온다고 마냥 구박하면서도 포시시한 분홍 감자 한 개만 더 먹어요라며 접시에 집어주는 나를 어쩌나! 우리가 이렇게 오손도손 식사하는 모습을 누가 창밖에서 들여다보면 무척이나 부러워할 것 같아 열린 커튼을 닫는다.

유노인이 요즘 부쩍 기운이 없고 늙어 보인다. 겨우내 멀쩡한 축대 사이에 풀을 긁어내어 식물의 뿌리가 잡아 지탱해 주던 축대가 논에 물이 차자 그만 터져버린다. 터진 축대 이쪽저쪽을 쫓아다니며 막던 영감님은 저녁이 되자 논둑에 널브러져 있다. 물을 채워야 모를 낼 텐데 도랑의 물도 점점 말라가고, 서 마지기 논 중 한 개만 겨우 물이 찼는데 나머지 두 마지기는 무슨 물로 채우나 걱정으로 구부러진 허리에 머리가 땅에 닿았다. 어둑한 저녁인데도 기다리는 이 없는 노년의 저녁은 소찍새 울음만큼이나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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