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41일 수요일,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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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을 보면 제주가 생각난다. 그 붉고 순수한 꽃송이가 싱싱한 채 !’하고 떨어져 하늘을 향해 보며 나에게 보내는 원망의 눈빛. 그 4.3의 눈빛에 가슴이 저려온다. 동백에는 홑동백, 겹동백, 분홍에 흰색, 그리고 피처럼 붉은 동백이 있다. 엊그제 간 봉재 언니네 마당에는 내가 좋아하는 붉은색의 홑동백이 여러 그루 있었다. 제주의 상징인 그 붉은 홑동백꽃! 친정집 마당에 있던 동백을 모셔 왔다는데, 씨가 떨어져 나고 커서 지천이 동백이다. 언니에게 동백 좀 나눠달랬더니 크고 작은 족히 스무 그루는 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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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 올 때는 욕심이 동하여 가져왔는데, 정작 심을 곳을 찾느라 망설였다. 곶감덕장 앞 끝자락에 추린 돌을 던져 놓은 구석이 있는데 그야말로 자갈밭이다. 그곳을 괭이질해서 파내고 아래 텃밭에서 밀차로 흙과 거름을 실어와 깔고, 상토를 섞어 한뼘 크기의 동백모종까지 다 심었다. 질긴 목숨으로 살아남더라도 절반은 다시 필요한 사람들에게 시집보내야 할 터이니 정성껏 키워야지.


미루네 공장 앞터에 봉재 언니가 양배추를 심어주러 왔다 나한테도 모종 스무 개를 갖다주었다. 지난 가을 브록콜리 서른 포기를 심어 뜯어 먹는 재미가 요즘 솔솔해서 양배추 농사로 올여름 찾아올 친구들에게 나눠 주려던 참이었다. 참깨씨도 가져갈 겸 봉재 언니가 휴천재까지 갖고 왔다. 봉재 언니 말이 미루네 앞마당 텃밭에 자갈이 어찌나 많은지, 심고 나서 물을 주면 흙은 싹 씻겨내리고 자갈만 솟아남더란다. 다시 흙을 덮어주기는 했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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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같은 모종 양배춘데 출발점부터 불평등하다. 우리 밭은 94년 이후로 거의 30년간 비료나 농약을 쓴 일이 없고 아래층 진이네가 십전대보탕을 넣은 흑염소와 개소주 찌꺼기를 15년간이나 밭에 섞어 준 비옥한 땅이어서 별도의 시비 없이도 작물들이 잘 큰다. 말하자면 우리집에 온 양배추는 '스카이 캣슬'에 금수저로 심겨져 유복하게 자랄 참이고, 미루네 텃밭 모종은 자갈밭에 흙수저로 심겨져 한참이나 용을 써야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을 들을 게다.


이런 뚱딴지 같은 소리를 내가 하는 까닭은 어제 뉴스에 강남 '타워팰리스'도 코로나에 뚫렸다!”고 대서특필한 조선일보 제목 때문이다. 부자동네여서 아이들을 다들 유럽이나 미국 유학을 보냈을 테고, 유럽의 코로나 법석에 그래도 집이라고 돌아오다 보니 확진판정을 받은 사람도 나올 법하므로 요즘 같아선 평범한 사건인데 저렇게 대서특필되어 자기네 독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다니....


이에 질세라 동아일보는 한국 확진자수 10위권 밖으로 밀린데 이어 또 한 계단 하락!”이라는 어리둥절한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현정부가 코로나 대처를 하도 잘해서(그래서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고 총선 판도가 심상치 않단다) 우리나라에 코로나 환자가 줄어드는 소식마저 기레기들 귀에는 뭔가  밀리고’ 뭔가 ‘하락'해서, 어떻든 ‘나라가 폭망했다!’는 어감을 주나보다. 그러다 코로나를 완전 극복할 때는 "한국은 코로나에서 탈락!"이라는 더 반가운 제목을 뽑겠구나. 역시 조중동답다.


서울에서 제일 잘 산다는 타워팰리스’! 돈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사람들에게 철옹성 같은 우리 성곽에도 바이러스가 침투했다니, 문죄인 정권 그 동안 뭐 한 거야!”라는 생각이 불끈했나보다. 펜데믹 앞에서 인간은 모두 평등하고, 부자도 가난한 이도 죽음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좀 배우고 타인과 가난한 이들에게도 좀 더 겸손해졌으면 좋으련만....


요즘 강남과 영남의 부자들 총선 구호가 있는 놈도 살아보자!"('기껏 고생해서 벌어 쫌 살 만하니까 세금으로 다 뜯어간다!')라고 하던데... “못살겠다, 바꿔보자!”는 통합당 김종인의 선거구호는 딱 60년전, 그러니까 내가 열 살이던 '3.15 부정선거' 때 들었던 소리여서, 세월도 모른 채로 그야말로 살짝 맛이 간’ 구호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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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지인이 루드베키아 모종을 보내왔다. 휴천재 마당은 사방을 둘러보아도 마땅한 자리가 없다. 꽃밭 판판한 자리는 먼저 자리 잡은 식물들 텃세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하는 수 없이 정자 옆 화단을 조금 늘리기로 했다. 큼직한 돌을 주워다 경계를 만들어 잔디의 출입을 막고, 텃밭에서 좋은 흙을 파다가 거름을 섞어 꽃을 나눠 심었다. 꽃이 보고 싶어 어서 여름이 오면 좋겠다(곁에서 한참 뽐을 내는 수선화가 들으면 섭섭할까 수선화 몰래 혼자 하는 생각).


올케한테 보낼 쑥이랑 민들레를 뜯는데 오늘은 꽃샘 바람치곤 너무 사나워 머리카락도 산발이지만 그보다 더 괴로운 건 깔따구(각다귀) 떼! 하는 수 없이 검불이랑 섞어 가져다가 나도 드물댁 처럼 집에서 가렸으니, 그미의 행동에도 다 깊은 의미가 있었다. 뒤란의 오죽을 손질하던 보스코도 깔따구 공격으로 얼굴이 멍게가 됐다. 지난겨울이 너무 따뜻했으니 올여름 물것들한테 어지간히 시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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