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322일 일요일, 맑음


스위스에도 인구대비로 따지면 한국보다 코로나 환자가 더 많이 발생했단다. 의료시설이나 의료서비스가 우리나라보다 월등하면서도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는 우리나라를 따라갈 수 없다니 이 전염병을 거치며 의료선진국의 자리도 뒤바뀌나보다.


빵기네 아이들이 학교를 못 가자 그 몸살에 큰 병 걸릴 사람은 바로 우리 며느리다. 아이들의 모든 요구를 받아 주면서도 큰 소리 한번 안내는 우리 며느리 심성으로 보아 속이 썩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워 물어보면 괜찮단다. 워낙 욕심이 없는데다 애들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딱히 바라는 것도 없어 애들이 보통 다 저런 것 아닐까?’ 생각하니 특별히 힘들 것도 없단다. 훌륭한 마나님을 두면 따라가느라 꼼짝 못하는 건 바로 우리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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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왕산에 떠오르던 붉은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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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내 주변에서 훌륭한 마나님을 두어 동분서주하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 ‘열린민주당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변옥경(아가다)의 남편 박승우(프란체스코)가 바로 그 사람이다. 착하고 진솔하고 재미있는 그 남자가 아내를 위해 온갖 외조를 하고 있을 생각을 떠올리니 짠하기도 하다.


그 가족을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그 집 아들 시찬이. 자유스럽고 유머러스하고 넉넉하며 당당한 청년, 학교나 공부나 성적순에서 완전히 해방된 평회주의자이며 인정있고 사랑스런 그 젊은이를 보면 우리 한국의 부모들이 다 저런 모습으로 아이를 키워낸다면 대한민국이 달라질 거야라는 생각이 든다.

https://www.youtube.com/watch?v=hqCg5Tmk-CE


엄마가 후보로 나서자 가족 모두가 바빠졌다. 나도 무언가 도와 줘야 할 것 같아 변옥경의 박사학위증 번역을 보스코에게 부탁했다. 학위증을 공증받아 제출해야 하는데 라틴어로 쓰인 증서를 대한민국에서는 알아볼 사람이 몇 없어 걱정하고 있었단다. 새벽 같이 일어난 보스코가 뚝딱 번역해서 보내니 , 이런 내용이었네요! 정말 신세계를 보는듯해요.” 하는 그미의 대답. 자기 학위증을 처음으로 제대로 읽은 셈이리라. 보스코 얘기로는, 옛날 중세엔 교황청이 발부한 이 양피지 학위증 하나면 유럽 어느 대학을 가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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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여보, 나도 '라틴어 학위증 번역!‘ ’1 건당 얼마' 라고 광고를 낼까?” 하는 보스코. 누구한테 신세계를 보여주고 돈을 벌어야 생계를 유지하는 노년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여하튼 유럽의 오래된 대학(볼로냐 대학은 1083년에 개교했다)과 미국의 유수 대학들은 아직도 학위증을 라틴어로 작성하고 울긋불긋 금박을 입혀 발부하는데 그 박사님들이 학위증을 번역하고 공증받느라 누구한테 찾아가는지 궁금하다.

https://openminjoo.org/19/?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3540483&t=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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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던 아들네가 코로나 전염을 피해 귀국한다는 전화를 받고서 그럼 우리 늙은이들은 어쩌란 말이냐?”(너희가 병을 옮겨오면 우린 어떡하라고?)라는 반응이 나오더라는 글을 읽고서 이 전염병의 공포가 부모 자식간에도 이처럼 거리두기를 쌓아가는 게 몹시 씁쓸했었다. 그렇지만 뉴질랜드에 40일 예정으로 갔다가 2주만에 앞당겨 귀국했는데 아슬아슬하게도 그게 마지막 한국편 비행기였다는 도정 체칠리아


일단 부산집을 지키시던 친정어머니와 함께 자발적인 자가격리를 실시한단다. “여러분이야 외국에서 돌아와서 그렇다지만 어머님은 무슨 명목으로 자가격리를 하시냐?”고 물으니 가족은 운명공동체라는 스.선생 답변! 요즘 코로나가 신천지에서 보듯이 '가정' 파괴범이요 이웃끼리 기침만 해도 흘겨보고 서로 만남을 기피하는 '인심' 파괴범인데 체칠리아네집은 코로나 공포보다 가족의 연대가 승리한 사례 같아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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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와 어제는 보스코가 휴천재 감동 옆 늙은 감나무에 사다리를 기대고 올라가 손톱과 기계톱으로 가지치기를 했고뒤꼍의 매실나무 두 그루도 전기톱으로 잘랐다. 한 그루는 죽은지 오래고 한 그루는 대밭에서 너무 옹색하게 몸붙이를 하고 있었다. 전기톱에 워낙 익숙치 못한 사람이라 곁에서 바라보는 내가 더 조마조마했다.


그래도 시골이라는 곳이 땀 흘려 일하고 나면 가슴 뿌듯하고, 내 손으로 채소를 농사지어 밥상에까지 올릴 적의 흐뭇함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마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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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마당 정자 옆 반그늘에 연산홍 열 그루를 구해다 심었다. 땅을 파다 보니 사방으로 두더쥐굴이 뚫려 있어 꽃나무들이 누렇게 죽어가는 이유를 알 만했다. 여수 사는 양선생님이 고춧대를 땅에 박아세우고 패트병을 거꾸로 꽂아놓으면 바람에 흔들리는 패트병 울림이 귀에 거슬려 두더쥐들이 아예 이사를 가버린다는 말을 해 주신 기억이 나서 오늘 그 말대로 해보았다


여하튼 휴천재의 봄은 수선화, 히야신스, 무스카리, 설란, 크로커스들이 '두더쥐 등살에도 우린 일 없슴다!' 하듯 부지런히 피어오르고 있다. 코로나가 저렇게 기승을 부려도 봄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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