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22, 토요일 맑음


바람이 무섭게 분다. 오늘 날짜가 2020.2.22여서 2월다운 숫자가 무려 다섯 개나 들어갔다. 군청에서는 강풍주의보를 날려 축대, 옹벽, 비닐하우스, 축사 등 농축산 시설물 관리 및 화재 예방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한다. 재작년 2월에 엄청 내린 봄눈으로 아랫집 진이네 도정 불루베리 농장 방조망에 큰 손해를 입혔다. 방조망에 쌓인 눈이 녹으며 망을 찢고 철제기둥을 망쳤고 10여년 된 불루베리 나무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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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문정 골짜기를 훑고 불어 올라오면 보스코와 나 둘이도 세우기 힘든, 테라스의 접이식 식탁을 번쩍 들어 엎어버린다. 방송이나 경고문자에서 특히 조심하라는 홀로 계신 어르신, 노약자, 임산부중 우리는 둘이 계신 어르신에 속하여 그나마 둘이 힘을 모아 넘어진 식탁을 다시 세울 수 있다.


이 고약한 바람보다 더 심각한 게 5분 간격으로 핸드폰에 뜨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경고 문자! 경상남도 일대 지자체와 남원시까지 연속해서 경고 문자를 보내어 우리 두 '어르신' 마음을 심란케 한다. 의외로 감염자가 대폭으로 늘어나고 죽은 사람도 생기지만 이미 오래 아팠던 사람들이라 쉽게 돌아가신 것 같다. 김원장님 말대로, 일단 전염원에 노출되지 말아야겠지만, ‘고약한 독감정도로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지내련다. 지나친 공포심은 모두를 위축시킬 뿐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공포인데, 정작 공포에는 실체가 없다.


창틈으로 들어와 커튼 뒤에서 겨울을 난 무당벌레들이 슬슬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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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들은 미루부터 두엘리, 오드리까지 산속에서 꼼짝 말고 있어라!’ ‘사람 찾아 나다니지 말아라!’ ‘오라고도 말고 가려고도 하지 말라!’ 우리 두 노친네한테 번갈아 경고문자를 보내온다. 은근 슬쩍 흐뭇하다, 딸들한테 잔소리 듣는 기분. 그렇담 산비탈 논두렁 밭고랑에 평화로이 싹을 올린 나물이나 뜯어다 먹고, 이 기회에 (보스코의 숙원사업인) 냉장고 비우기나 한번 해 볼까나? (아마 석달은 먹고 살 게다.)


손칼과 바구니를 들고 논두렁 밭두렁에 나가니 겨울을 이겨낸 모든 풀이 다 나물이고 약초고 보약이다. 광대나물, 국수나물, 꽃다지, 엉겅퀴, 씀바귀, 민들레, 점나도나물, 신선초, 망춧대.... 눈에 뜨이는 대로 뜯어 담으니 한 바구니가 금방 가득. 텃밭에서 파랗게 색을 되찾아 땅 맛을 올리는 쪽파도 한 줌 뽑았다. 속이 노란 월동배추는 쌈으로, 새가 쪼아 먹다 남겨준 파란배추는 된장국으로...  태우할머니가 주신 따끈한 두부도 한 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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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성귀로 차려진 점심상 ('당신은 참 좋겠다, 우렁이색씨가 다 차려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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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우리 텃밭 두럭에 앉아 김을 매는 손끝에 느껴지는 대지의 부드러운 살결! 매화가 벙글어지고 늦마늘이 싹을 올리고... 이렇게 우리가 흙으로 빚어졌으니 머잖아 이 보드라운 흙으로 돌아갈 운명임을 깨닫는 데도 그리 힘들지도 두렵지도 않다.


가장 가까운 이웃 친구 소담정 도메니카가 며칠 연락이 안돼 걱정이 됐는데 오후 늦게 연락이 왔다. 암투병 중이던 제랑이 걱정스러워 서울로 올라가보았더니 다른 가족들은 맘이 느슨한데 간호사인 자기 눈에는 죽음이 임박한 게 보여서 납골당이며 사후 절차를 돌봐주었는데 이틀 후에 운명하더란다. ‘영안실이며 화장장이며 왜 그렇게 죽은 사람이 많은지!’ 그럼에도 누구와 영이별하는 일은 쉽지 않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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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면 내 주변도 자꾸 돌아보게 되는데, 병약한 작은올케가 걱정 돼서 호천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걔는 의외로 담담하다 못해 당당했다. ‘우리 집사람 수영장 잘 다니고 나도 전철 타고 회사 잘 다니니 걱정마시라!’ ‘우리나라 5천만 인구에 4, 5백명쯤 코로나 폐렴에 걸린다고 해도, 해마다 오는 겨울 독감 환자보다 적은 숫잔데 왜들 그리 소란하냐?’ ‘중국 138천만 인구에 중국코로나로 2200명 죽었고, 미국은 32천만 인구(4분의 1)에 미국독감으로 14,000명(일곱 배)이 죽었다! 입국금지를 시키려면 중국이 아니고 미국인을 막아야 옳다.’ 우리 동생 대범하고 논리가 정연하다.


대구대교구에서 시작한 천주교 주일휴폐업이 마산교구인 우리 문정 공소까지 이르렀다. ‘공소 예절 없으니 주의 기도 33번 바치라는 공지가 떴다. 전 지구가 중국코로나로 법석을 떨고, 신천지 교도들이 코로나 슈퍼 전도사로 나서는 바람에 하느님도  피로하실 테니 좀 쉬셔야 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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