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5일 수요일, 맑음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발 밑에 처연히 앉아 계시던 성모 마리아를 묵상한다. 아들이 유다에서도 가까운 마을에 와서도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한다는 소식에도, 앉은뱅이를 걷게 하고 죽은 이를 살려내기도 하고 수천 명을 먹이기도 했다는 여러 소식에도 가슴이 뿌듯하면서도 마음은 늘 불안했을 엄마 마음! 저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성전에서 만난 노인이 아기 신수를 봐준다면서 이 아기는 사람들이 숨긴 생각을 들어나게 만들고 반대받는 표적이 되어 당신의 마음은 예리한 칼에 찔리듯 아플 것이오.”라는 불길한 말을 들었던 터라, 그 예언이 한시도 어미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하성봉 사진작가가 어제 보내준 지리산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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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딸을 수도원에 보낸 엄마들의 심경도 비슷하리라. 살레시오 대림동 시설장 신부님의 어머니는 내 전화에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천하 없이 착하고 성실한 아들, 늘 남을 먼저 생각하고 헌신적으로 살던 그 신부님을 생각하면, MBC가 떠뜨린 가짜뉴스에 억울하고 어처구니없어 고통을 당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그 어머니 심정이라니! 내게도, 내 딸들 특히 살레시안들과 더불어 사고뭉치 청소년들을 돕는 일에 헌신하는 오실비아의 맘에도 그 아픔이 찢어지게 와 닿는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매달려 죽우신 죄목이 유대인의 왕을 자처한 반역도’(I.N.R.I.)였던 것처럼, 악인들은 그제나 지금이나 기막힌 죄목을 씌워 하느님의 사람들을 빌라도의 손에 넘긴다. 예수를, 돈보스코를, 그 성인을 본떠 그분과 같이 살기로 해서 이 세상 재미를 모조리 버리고 나선 수도자들을 조롱하고 중상모략하는 언론인들의 저 패악


간혹 인간적인 미숙함이 있어도 즉시 그 길에서 마음을 다잡고 걸어가는 수사님들 모습에서, 십자가를 지고 넘어지고 일어나며 다시 걷는 고난의 길에서, 주님이 함께하심을 믿는다. 악은 밝은 빛에 실체를 드러내고 우리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보게 되리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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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이 시간마다 알려주어 밤을 꼬박 새우고 나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나 새벽미사에 갔다. 아침기도의 찬미가 구절이 절실하기만 하다. “기쁨을 상급으로 내려주시고/ 감사의 은총선물 주시옵소서/ 다툼의 사슬일랑 풀어주시고/ 평화의 약속들을 다져주소서.” 이런 불의 앞에서도 마음의 기쁨과 평온’이 있다면 오로지 주님의 상급’일 테고 뜻밖의 이 시련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품을 수 있다면 역시 은총의 선물임을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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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월요일에는 제26한국교부학연구회모임이 있어 왜관 분도수도원에 갔다. 보스코는 회의장에서 성령을 거스르는 용서 받을 수 없는 죄의 의미에 대한 성아우구스티누스의 교회론 고찰이라는 김현웅 신부의 발제를 듣고, 나는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를 읽는 숙제가 바빠 아래층에 남아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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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신종 코로나 독감으로 연구회 모임에도 사람들이 반 정도만 와서 단출했다질병 하나가 전국민의 마음을 이렇게 위축시키다니! 아침에 전화한 김원장님은 의료인으로서 코로나병원균이 신종이긴 하지만 그냥 독감 정도로 생각하며 대처하면 된다고,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하여 사실상 정치적 선동을 감행하는 언론이 더 위험한 존재라고 타일러준다


위험하다면 미국 독감이 훨씬 더 위험한데(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131일 발표에 의하면, 미국 독감으로 인한 감염자는 올해 1900만 명, 18만이 입원했고, 1만 명 이상이 사망했단다) 중국 후베이성에서 들어오는 중국사람보다, 뉴욕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들어오는 양키들을 통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기레기 기자들이 엮어내는 쓰레기 언론들은 미국의 중국 죽이기에 장단 맞추어 떠들거나 모두 다 문재인 탓!”이라는 한나라당 선전이나 열내어 퍼나르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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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난리 속에도 분도수도원 성당의 저녁기도와 어제 아침의 경건한 미사는 한결 마음을 가라앉게 한다. 왜관까지 온 길에 우리가 보고 싶다고 했더니 서울 갔던 정한길 (가톨릭농민회 전국회장)님과 부인이 성주에서 우리를 보러 왜관까지 찾아왔다.  나와 그 부부는 80년대의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함께 한 동지들이어서 그 우정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훨씬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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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장네가 우리 휴천재 옆 논 너댓 마지기를 2m 넘는 축대를 싸서 한 두세 마지기로 넓힌 단다. ‘갈수록 나이는 먹어 손일은 못하겠고, 논밭이 클수록 기계농사가 수월하다는 명분이다. 하루에 80만 원하는 포크레인(08)이 와서 오늘부터 열흘 넘게 논을 만져야 하니까 앞으로 몇 년 쌀농사는 저 기계가 다 먹는’ 셈이란. 보스코의 서재가 바로 논옆인 줄 알아선지 구장은 시끄럽게 해서 미안해서 일 끝나고 삼천포에 가서 회랑 막걸리를 사겠다는 인삿말도 한다. 보스코가 싱긋 웃는다. 생선에도 술에도 알러지에 가까운 거리를 두는 보스코로서는 속으로 '일 없슴다.' 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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