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30일 목요일, 맑음


서울 가 있는 동안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지 열흘 동안 꽃잎을 꼭 다물고 있던 화분의 꽃송이들이 벙긋벙긋 꽃잎을 연다. ‘너희들 어떻게 그리 예쁠 수 있니! 긴기아난, 베고니아, 칼란 코에, 제라늄... 긴기아난은 해가 뜨면 그 향기로 태양을 맞이하고밤이면 별 빛으로 향기를 품는다. 


미루가 소개했던 정치인, 나에게 난화분을 선물했던 그 후보는 낙선했지만, 그의 난만은 일 년 간 몇 송이라도 쉬지 않고 릴레이로 꽃을 피워 올리고 있다. ’끈질기면 이긴다는 신념인가 보다. 선거에서는 비록 졌지만 사람 됨됨이에서 오는 향기는 사라지지 않아 주변에 늘 사람을 끌어 모은다. 그의 부인이 한 몫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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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거창에 있는 세무사엘 두 번 다녀왔다. 손바닥만한 땅을 사들여 이전해 오며 세금을 내는데, 올해 가져 왔으면 적은 돈으로 충분했는데 작년에 가져가라 해서 땅값만큼 세금을 내게 됐다. 일을 그렇게 만든 사람이 원망스러워 간밤에는 잠이 안 왔다. 그런데 요즘 읽던 책 흥하는 말씨와 망하는 말투처럼, '용서하고 사랑하자, 처음에는 없었다'는 문장을 주문처럼 백번쯤 외우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다.


세무사는 경위를 찬찬히 설명을 해주며 '처음에는 모르면 다 그래요. 수업료 낸 셈 치세요.'란다. 그래도 속을 아리는 내가 안쓰러웠던지 그가 던진 한 마디가 나한테 직통으로 먹혔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조세로 헌금 했다고 치세요." 


그 말 한마디에 양지에 쌓인 눈이 햇볕에 녹듯이 억울했던 마음이 싹 가셨다세무사는 현정권에서 얼마나 조세제도가 철저히 바로잡혀가는지 설명해주었다. 서울강남 수십억짜리 아파트 주인들, 전국의 땅부자들이 "겨우 살 만큼 벌어놓았더니 세금으로 다 뜯어간다!"며 현정권에 지독한 증오를 보인다는데맘먹기에 따라 사람이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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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넷중 하나는 식당에 배고픈 사람이 오면 꼭 밥을 먹여 보내고, 걸인이 오면 1000원 짜리 아니고 꼭 5000원 짜리를 줘 보내고, 행상이 들르면 반드시, 그것도 하나 아닌 두 개를 팔아준단다. 그런 원칙을 세워 주인인 본인은 물론이고 직원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시킨단다. 그게 바로 바로 나누는 일이고 복짓는 일이다


"내 것이라고 끝까지 가져갈 것은 하나도 없다, 하느님 앞에는."이라는 신념인 듯하다. 인간들에게 이웃사랑을 동냥하러 오셨다 "내 집 앞을 지나쳐 가시는 하느님이 두렵다"는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말대로 살아가는 그 딸이 참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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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섯달 정월에 무슨 겨울비가 이렇게 끊임없이 오다니!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이라는 소월 시인의 글귀가 있지만, 간밤에 내린 비가 지리산에는 하얀 눈으로 쌓였다. "온 산에 하얗게 눈이 내린 날, 나는나는 산이 될 테야"라는 '산사람' 노랫말이 새삼스러울수록, 아랫집 한빈이가 아장아장 걸을 뿐더러 엄마의 한마디 한마디를 따라 배우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엘리 손녀 윤서가 독서하는 할머니를 그대로 따라 하는 사진도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하느님은 세상에 보내시는 어린이들에게 '귀염'을 듬뿍 지참금으로 얹어주셔서 저렇게 어른들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남게 하시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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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의 '독서삼매경', 한반이의 '휴천재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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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심어놓은 늦마늘도 뾰족이 비닐 멀칭 위로 싹을 올린다. '남의 집 마늘들은 한 뼘이나 컸는데 쟤들은 언제나 크려나?' 마을회관 아짐들과 세배를 나누러 들른 자리에서 우리 텃밭 마늘 게으르다고 흉봤더니 '봄 되면 하루에 한 뼘씩 커오른다'며 염려 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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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에 심은 부록콜리(할메들은 보리꼬리라 부른다)가 제법 잎을 펴고 꽃대를 올리는데 주인이 서울 가고 없는 사이에 고라니가 잎을 몽땅 뜯어먹어 버렸다. 유채꽃을 보겠다고 심어놓은 겨울초도 물까치와 고라니 등살에 꽃은커녕 그루터기로만 봄을 맞겠다. "그래, 너희 미물들도 하느님이 만드셨으니, 먹을 것 없는 한겨울, 그거라도 먹고 살아 남거라!" 하는 수밖에! 지구의 한 켠을, ’내땅이라고 이름 지어 불러본들 결국은 다 두고 가는 길밖에 없는 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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