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3일 목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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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깊은 산속에서도 이틀간 눈이 빡빡할 만큼 미세 먼지에 시달리다 맑은 하늘을 바라보니 정말 파랗다. 동백이 빨갛고 환하게 피어오르니 파란 하늘이 더 곱다. 21일에 보스코는 교부학 문제로 대주교님을 만나야 한다고 광주엘 가자고 했다. 나는 기사다. ‘전직대사(서양에서는 대통령과 대사에게는 전직이라는 말을 안 쓰지만)의 기사다. 그가 원하는 시간에 어디든 모셔가야 간다, 그것도 기꺼운 마음으로.


사실 나도 그런 기회에 생각지도 않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그 점은 좋다. 광주대교구 평생교육원에는 바오로딸서원이 있어 책을 보며 2~3시간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다. 더구나 한 가족 같은 바오로딸 수녀님들을 만나는 것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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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가 노성기 신부, 하성수 박사, 최원오 교수와 대주교님 집무실에서 두어 시간 회의를 하는 동안 나는 수녀님들과 시간을 가졌고, 오늘은 이태석 신부님에 대한 신간으로 대전교구 박진홍 신부님이 쓴 톤즈를 웃게 한 사람을 수녀님들에게서 선물 받았다. “톤즈는 슬프지 않아요!”로 끝나는, 160 페이지로 끝나는 작은 책이니 다들 사보면 좋으리라


114일 부산에 있는 이태석 신부 기념관을 찾은 바오로 딸 수녀회의 김체칠리아('장장장장') 수녀님도, 개관식장에서 어떤 살레시오 신부가 달려와 꾸벅 절하며 자기가 빵고라고 하는데 감격스러웠다며 전화를 하셨다. 빵고가 아장아장 걸음마를 할 적부터 지켜보신 수녀님이시다. 우리 대모님도 기념관을 방문하셨노라고 사진을 보내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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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모임이 끝나고 다섯 시간을 운전하여 서울 우이동집에 도착했다. 서울집에 와도 지리산에서와 똑같은 일상의 연속이다. 조수석에 앉아 온 보스코는 피곤하다고 일찍 자고, 운전기사는 그 뒤로도 싣고 온 짐의 냉장정리와 집안 청소로 두세 시간은 일을 더해야 잘 수 있다. 보스코가 저렇게 해도 나름대로 생존하는 비결이 무엇일까? 


내가 하루라도 집을 비우면 냉장고와 찬장 앞에 메모를 적어 붙여놓아야 끼니를 찾아먹고, 자신의 일 외에는 알지도 못하고 알아서 하려는 의지도 도무지 없는 그를 보며, '실생활에 완벽하게 무능력하고', '늘 5%가 부족한' 저 남자에게 무엇이 생존을 가능하게 하나 항상 궁금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CyGGpsbN55A)


보스코가 혼자서 바게트를 데워먹게 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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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윤서 윤서의 발톱깎기(발가락 깎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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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펴보면 그의 선량함과 상대방에 대한 무한한 신뢰 같다. 마치 이엘리의 손녀 윤서가 모든 가족에게 사랑을 독차지하는 이유와 비슷한 수준이랄까? 할머니 하는 것을 보고 자기 발톱을 깎는 시늉을 하고, ‘하부이발톱을 깎아드리는 시늉을 하는 귀염이라니! 오늘 사진을 보내온 제네바 손주들에게마저 보스코는 보호를 받는존재다


내가 지난 주말 서울에 하루를 다녀온 틈에도 귀요미가 '독거노인' 한 끼라도 모셔야 하지 않느냐는 전화를 해오고, 이튿날은 도정 체칠리아에게 초대받아 올라가 물메기 점심을 얻어먹고 내려왔다니 그는 주변의 거의 모든 여성들에게 모성애를 자극하여 보호를 받는 완벽한 비결이 있고 그게 그의 생존비법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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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느티나무독서회모임 친구들이 이번에 읽은, 단테의 신곡(神曲)에 대한 소감을 얘기했다. 누구는 자기가 상상하던 지옥보다 13세기에 단테가 상상하여 그려낸 글이 더 실감 있어, 아마 그때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해리 포터속편을 기다리 듯,신곡의 다음 꼭지를 기다렸으리라는 얘기다그 시대에 연재신문이 있었더라면 하는 말이지만


단테의 무궁무진한 시적 상상력은 서구 예술과 문화에 많은 파생물을 만들었다. 하지만 타종교인이라고 마호멧을 지옥에 넣는다든가, 십자군 전쟁의 무사들을 영웅처럼 그려내는 견해는 동의할 수 없단다. 하기야 전쟁은 추악하고,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는 종교전쟁은 더욱 추악하여, 하느님께도 인간들에게도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므로 사랑에 반하는 모든 행동은 신성모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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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회에서 여자들끼리 모이니 책에 대한 이야기만큼 신나고 길게 이어지는 게 생활 주변의 얘기다. 젊어서 죽도록 시집살이를 한 친구의 시어머니 얘기. 나이 91세 시어머니가 밥을 반쯤 들다 밥상을 물리시며 찬이 없어 못 먹겠다. 입맛이 없어 못 먹겠다는 얘기를 들으면, 종일 움직이지도 않고 누워지내시면서 하루 세 끼 다 밥그릇을 비우시는 게 되레 더 이상하지 않나 싶어, 어느 날인가 (‘한 술만 더 드세요.’라는 입바른 말 없이) 그냥 상을 치웠더란다


그러다 일 갔다 와서 점심상을 차려 올렸더니 밥상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없이 딱 돌아앉으시더라나. 아무리 나이 많고 오감이 둔해져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격려의 말을 듣고 싶다는 서운함에서 온 반응이었으리라. 


우리가 그제 서둘러 서울에 올라온 것은 보스코의 두 군데 병원예약 때문이었다. 어제 오전 9시에는 공안과에 가서 왼눈 백내장 수술 결과를 최종 점검받고 오른눈마저 수술받을지 상담하고 돌아왔다. 오후 3시에 예약된 보훈병원 진료는 작년 2월에 수술받은 심장수술의 결과를 두상이 서방님에게 정기적으로 진단받고 석 달 치 약을 처방받는 길이어서 둘이 함께 다녀왔다


나도 며칠 전의 배탈을 기회로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속담대로 사흘 간 팔보효소단식을 하고 오늘부터는 보식(補食)을 시작했다. 역시 나이드니 15년 된 우리 소나타처럼, 우리 부부도 여기저기 망가져 수선과 부속교체가 필요한 징후를 보인다.


두 손주의 미사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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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한글학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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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무라이 시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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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의 생일에 모인 친구들(손님 집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손주들한테까지 유전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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