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4일 화요일, 맑음


매달 13일 오후 3시엔 그미의 집에서 세계평화를 위한 기도회를 연다. 평화를 염원하는 친구들이 전국에서 모여와 30분간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 타골의 시나 각자의 염원으로 기도회를 마친다. 파티마의 성모님을 모시고 촛불을 켜고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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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권이 무너지고서 하나 남은 미국의 패권이 국제법과 조약을 주저없이 무너뜨리고 횡포를 저지르는 요즘, 세계정세가 갈팡질팡하는 위기에서 누구에게나 세계 평화에 대한 갈망이 절실하여, 종교를 가진 모든 이가 자신이 모시는 신에게 간곡히 매달리고 있으리라. 우리 역시 마찬가지고, 함께 모이는 불교 힌두교 기독교 친구들도 같은 지향으로 둘러앉아 기도하고 나면 지구상의 모두가 결국 형제자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멀게는 이란과 가까이는 북한의 상황도 우리의 기도를 필요로 하지만, 엊그제 찾아온 친구의 위로받지 못하는 서러움, 인월 공업사 기사의 산산이 부서진 가정의 아픔도 내 가슴에 울려 새벽까지 잠 못 이루고 뒤척였기에 나는 그 두 가정을 위해 간절히 기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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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승임씨는 새로 지은 집터의 황무지를 작년 여름 내내 개간하여 길을 내고 자갈을 깔고 꽃과 나무를 심어 '타샤의 정원`을 모델로 한 멋진 정원을 만들었다. 그러나 땡볕에서 얼마나 힘들고 땀을 많이 흘렸던지 영양실조와 면역력 부족으로 심하게 피부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평소에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연마저도 그미를 만나면 너무 대접을 받아 행복한데 정작 본인의 희생이 너무 크다.


『명화로 보는 단체의 신곡을 다 읽고 나니 과연 느티나무독서회의 비기독교인 친구들이 이 책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까 걱정스럽다. 혜진씨가 대저인 신곡을 다 읽으려니 너무 방대하고 어려워 그림을 섞고 쉽게 이야기로 풀어놓은 이 책을 용기내서 추천했다는데, 아우님들이 이해했을 내용이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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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신앙으로는 지옥과 천국이 있을 따름이고, 구교인 가톨릭에서는 일단 구원은 받았지만 하느님 앞에서 자기의 처지를 돌이켜보면 실아온 삶이 너무 부끄러워 스스로 자기정화를 거친다는 연옥(煉獄), 말 그대로 purgatorium 곧 정화소(淨化所)가 있다. 단테는 자기 나이 35세이던 1300년 성금요일 전야에 시작하여 부활절까지 명계를 순례하는데, 지옥과 연옥은 로마 시인 비르질리오의 안내를 받으며, 천국은 오매불망 베아트리체의 안내를 받으며 순레한다.


죽음의 세계로 들어서는 입구 지옥문에는 어두운 글씨로

나 앞에 창조된 것이란 영원한 것

외에 또 없어 나는 영겁까지 남아 있으리니

여기 들어오는 너희 온갖 희망을 버릴진저!” (지옥편 3,7-9: 최민순 역본)

라고 쓰여 있다. 지옥불이 영원하다는 말은 인간의 자유의지가 내리는 결단을 하느님이 영원히 존중하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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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탄식의 아케론강을 카론이 나룻배에 불쌍한 영혼들을 실어 별빛 하나 없는지옥으로 건네다 준다. ‘림보(Limbo)라고 부르는 제1옥에서부터 제9옥까지 깔때기 같은 지옥도의 제일 깊은 곳엔 하느님을 배반한 사탄들의 우두머리 루시퍼가 갇혀 있다. 온통 뜨거운 불구덩이 지옥인데 루시퍼만은 얼음에 갇혀 있다. 지옥이란 결국 하느님 사랑과 인간에 대한 참 사랑을 거부한 얼음처럼 차가운 마음에 대한 형벌이라는 뜻이리라.


시름 나라의 황제가 얼음밖으로

반만큼 가슴을 내놓고 있는데...

이렇게 코키토스가 말짱 얼어버리는 것이더라(지옥 34,28-29.52)


우리의 삶에서 사랑을 선택하여 정의롭고 선한 삶을 사는 일이 사후의 영원한 운명을결정한다는 평범한 믿음들이 오늘도 내가 타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결단하게 한다


단테가 천국의 순례를 안내받으며 구원(久遠)의 여성으로 승화시킨 베아트리체(Beatrice Portinari)! 아홉 살 적에 처음 보았고 열여덟 살 때에 피렌체의 뽄떼 베끼오에서 두 번째 만났을 따름인 여인은 영원한 여성으로 문학사에 그려지고, 파란만장했던 시인의 일생, 더구나 유배의 고생스런 방랑생활을 평생 동반한 아내 젬마(Gemma Donati)는 시인의 작품에서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는 사실, 사내들의 도무지 ‘경우 없는’ 이런 환상을 여자로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피렌체 다리에서 만난 생전의 베아트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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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만난 '구원의 여인' 베아트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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