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7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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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첫 독서모임이라 꼭 참석하고 싶어 서둘러 일요일에 내려왔다. 첫 모임이지만 어떤 친구들은 바쁜 일로 빠졌고 누구는 산골짜기에 살아 길이 미끄럽다고 못 왔다. 그런 사람들이야 다음에 만날 수라도 있지만 생업으로 인해 당분간 못 나오겠다는 친구가 카톡방마저 나가버리자 내 손에 끊어진 인연의 한 자락을 붙잡고 아쉽고 섭섭해 한참을 망연해 했다


새로 온 사람도 있다. 주부독서회에 생뚱맞게 남자가 하나가 들어와서 나도 절반은 주부라고 자기를 소개한다. 함양도서관에서 독서회 활동을 하는 모임이 유일하게 우리뿐이어서 받긴 받았지만 낯이 익고 나면 '함양 남자들 술자리만 하지 말고 남자독서모임을 따로 만들라'고 떠밀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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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매미라는 책을 읽었다. 멋진 양장으로 된, 어른을 위한 그림책인데 그림은 도발적이고 몇 자 안 되는 내용은 읽을 때마다 사람을 울컥하게 만든다. '매미'는 고층빌딩에서 일한다.17년간 단 하루도 쉬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고, 실수도 없이, 승진도 없이 일한다. 건물 안에 있는 화장실도 못 간다. 인간 동료에게 매를 맞으며 괴롭힘을 당하고 대접이나 배려를 받아 본 일도 없이, 바보라고 생각되는 매미는 밤늦게까지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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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할 형편도 못돼는 매미는 사무실 벽 틈에서 산다. 그 대목에서 어느 대학에서 청소하는 아줌마들 생각이 났다. 그들은 매미였다. 그래서 화장실 구석에서 쉬고 그곳에서 식사도 했다. 그럼 인간과 매미는 무엇이 다른가? 17년간 일한 매미는 은퇴를 한다. 건물 꼭대기에 오른 매미는 허물을 벗고 모두 날아서 숲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매미 처지의 인간들은 날개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인간들을 생각하는 매미로서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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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지 15년이 되어 35만 킬로를 달린 내 차 소나타! 저 매미처럼 날개가 나올 시기도 지났고 저 대학교 아줌마들처럼 사방이 망가져만 간다. 소음이 심하고(저 아줌마들이 앉거나 설 때 저절로 아구구!’ 소리를 내듯), 매연도 심하다. 그래도 나는 인간성이 아주 나쁘지는 않아, '소나 타는 비정규직'으로 여겨 사정없이 잘라버리지는 않는다. 옆에선 ‘장거리 뛰는데 위험하다느니, ‘고치느라 자꾸 돈을 들이느니 차라리 새 차를 사라느니 한다. 그런데 그놈의 정 때문에 또 차를 고치러 인월에 있는 정비소를 찾아갔. 소한날 겨울비가 궁상맞게 내리는데 차도 기사인 나도 궁상맞기는 마찬가지였다. ‘차 맡기기 딱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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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하는데 사나흘 걸린다 해서 도정 체칠리아더러 집에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오랜만에 만났기에 오후에는 아예 체칠리아네 집에서 지리산 여자들 단합 대회를 열기로 했다. 보스코는 무슨 책의 해제를 쓴다고 따라나서지도 않았지만, 베로니카와 함께 왔던 김교수님도 네 여자(체칠리아, , 베로니카, 소담정 도메니카)들의 기세에 눌려 일찌감치 올라가버리자 우리만 남아 어둑해질 때까지 놀았다.


자신에게 처해진 큰일들을 풀어내어 공유하다보면 자기 처지가 객관화되어 잘 보이기에 각자가 해답에 나름대로 다가가곤 한다(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여자들은 언어로(‘수다라고 폄하 받지만) 풀기에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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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딸네에 다녀온 체칠리아씨 얘기. 직장일 하느라 정신없는 딸이 아침 밥상에 찬이라고는 멸치다시도 안 낸 콩나물국, 계란 프라이, 그리고 김이 전부여서 한심하게 쳐다보았단다. 그런데 다섯 살짜리 손녀가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는, “엄마, 엄마 음식 솜씨가 좋은 거야? 내가 밥을 잘 먹는 거야?”라는 멘트를 날려 할머니 눈치 앞에서 분위기를 멋지게 무마하는, '역시 여자는 남자에 비해 우성임에 틀림없음'을 실감했단다


오늘 저녁엔 창원 사는 김시인에게서 10월 달에 있을 따님의 결혼식에 주례를 부탁받았다. 우리 부부 중 누가 서도 된다는 말에 나는 응당 보스코가 전직대사로서 주례를 서야 한다고, 보스코는 나더러 난생처음에다 여류 주례자를 서라고 미루었다. 조금 뒤 날짜가 1017일이라는 통보를 받고 보니 문제가 절로 풀렸다. 그날이 하필 보스코가 서울 가서 네이버 문화재단 강연을 하는 날이어서 그도 나도 혼인주례를 면했다


멀리서 새해 인사를 사진으로 보내온 벗님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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