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8일 금요일 맑음


크기변환_IMG_1722.JPG


코엘료의 악마와 미스 프랭을 읽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을 잃고 원망과 증오로 악마와 한패가 된 이방인(異邦人)’이 베스코스 마을에 들어오던 날. 남편이 죽은 후 15년간 마을 어귀에서 마을을 지켜보던 베르타는 이방인을 뒤따라 마을로 들어오던 악마를 본다.


크기변환_IMG_1786.JPG


베스코스는 워낙 강도떼가 득실거리던 국경의 보잘것없던 마을이었다. 그런데 악당 중에 악당인 아합의 집을 성 사뱅이 방문하여 하룻밤 묵기를 청한다. 객을 없애려고 바로 옆에서 밤새 칼을 갈고 있는 악당 아합의 행동에 개의치 않고 편안한 밤을 보낸 성 사뱅에게 통곡하며 아합이 외치는 소리. “당신은 날 무서워하지도 심판하려 들지도 않았소. 내가 마치 선한 사람이라도 되는 양 내 집에서 편안한 밤을 보냈소. 당신이 처음이요. 나 같은 인간도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나도 그렇게 행동했소.” 그 뒤 아합은 이전에 범죄자에서 그 마을을 완전히 변모시킨다.


크기변환_IMG_1748.JPG


마을의 광장에 교수대를 만들어 세워놓고서 악당들을 위협하여 평정한 뒤 그것으로 십자가를 만들어 세운다. 마을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두 나라사이의 상업 중심지로 거듭난 것이다. 이런 평화스런 마을에 악마는 금덩이를 들여와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마을 주민 중에 누군가 한 사람을 희생시키면(죽이면) 그 금괴 10개를 주겠다.’ 공언한다.


그 희생제물은 바로 베르타 할메였고, 그미를 사형집행장에 끌고나온 건 한 사람이 죽음으로 모든 사람이 살아나리라는 복음 말씀을 앞세운 마을의 신부였다. ‘사람은 자기 안에 최상의 것에 도달하기 위해 자기 안에 최악의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사람을 죽이고서 악마가 주는 그 돈으로 쇠망해가는 마을을 다시 일으켜 세우라는 악마의 속삭임.


호텔에서 허드레 일을 하는 보잘것없는 고아 여종업원 미스 샹탈 프랭은 그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준다. ‘금의 유혹을 뿌리치고 가난하지만 지금처럼 각자 나름대로 살아가는 일이 바로 영웅적인 삶이라고 역설한다. 그 얘기에 누군가 딸깍하고 장총의 노리쇠를 풀기 시작하고 연이어 노리쇠 푸는 소리가 광장을 채운다. 그들을 설득한 미스 프랭을 향한 읍장과 베르타 할메를 겨눈 신부의 총만 남은 순간 그 군중들이 달려들어 빼앗으므로 모든 상황은 종료된다.


크기변환_20191108_172459.jpg


한 여름밤의 한 바탕의 무시무시한 악몽이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악의 주인공은 읍장과 신부였다. 요즘 우리가 토요일마다 티부이에서 보는 모습과 똑같다. 정치인과 종교인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이 합작한 처참한 죄악, 토요일마다 광화문 광장에 아직도 개혁정권에 총을 겨누고 있는 전 아무개 목사와 황 아무개 장로가 바로 그들이다.


선배 언니가 형부의 병간호로 고생이 크다. 젊은날 현직에 있을 때도 남편을 보살피던 모습이 워낙 지극하여 후배들에게 지청구도 어지간히 들었지만 그 여리고 착한 마음까지 뭐라 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모든걸 놓고 편히 지낼 때가 되었지만 병상의 남편을 돌보는 다른 숙제가 기다리고 있었으니, 하느님이 당신의 사랑을 대신하여 여인의 따뜻한 마음과 여린 관대함을 사람들에게 함께 주셨기에 이를 어쩌랴


크기변환_20191108_215526.jpg


남편 시중에만 매어 있는 언니가 안타까워 우리 몇이 찾아 나섰다. 오늘 언니에게 주어진 (자유로운) 시간은 오직 두 시간, 남편을 타인에게 맡길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 점심 먹고, 차 한잔 마시고, 그래도 엄말 도우러 온 딸이 좀 더 놀다 오라며 등을 떠밀었다고 좋아하시더니 겨우 15분을 더 있다가 갔다.


크기변환_20191009_163055.jpg   


어제는 지리산에서 달려와 보스코의 양압기 정기검진을 하러 은평성모병원으로, 오늘은 언니들과의 만남 후, 왼눈의 백내장 수술을 위한 검진으로 종각의 공안과에 간 보스코를 동행하며 나도 선배언니와 별반 다른 인생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인의 팔에 안기어 어린 세월을 커 오다, 여인과 함께 인생의 긴 강을 노저어 건너, 선착장에 내려서는 다시 그 여인의 품에서 쉬게 되는 게 그래도 행복한 한 남자의 인생 아닐까? 지친 몸으로 깊은 잠에 빠진 보스코를 보며 얼마 남지 않았을 우리의 날들이 오늘 따라 더욱 소중해진다.


크기변환_IMG_064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