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4일 목요일 맑다 흐림


우리 결혼을 주례하신 김성용 신부님이 언젠가 당신의 가슴 깊이 새겨 두셨다 들려주신 고백. 1980광주민주화운동당시 시민수습대책위원장을 하셔서 계엄군과 협상을 하다가 체포되어 구속되고 심한 고문을 당하고 투옥되셨다. 무수한 광주시민들이 총맞아죽거나 잡혀가고 죄없는 신부님의 협상노력마저 이렇게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때, 견딜 수가 없더란다. ‘하느님은 왜 이렇게 침묵하시는지?’ ‘과연 하느님이 계시기는 하는지?’ 머리를 벽에다 들이받고 소리 지르고 날뛰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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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수는 그분을 독방에 가두고 밖에서 자물쇠를 잠갔단다. 그런데, 어두컴컴한 방구석에 작은 책상이 있었고 더 이상의 희망이 사라져 버린 절망의 그 순간에 예수님이 먼저 와서 그곳에 앉아 기다리고 계시더란다. 그 뒤 그분은 마음의 평정을 찾고 잘 싸워나가셨다.


지금도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기막힌 사건들이 무수하지만 가해자들은 자기들이 한 일들을 부인하고 회피하는 것만으로 이미 심판받은 셈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얼마나 많은 악당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고 고통과 절망의 늪에 침몰시켰는지 잘 알고 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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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끝장이라고 절망했던 사건들, 예컨대 광주시민 학살을 자기들이 저지르고서 국가전복음모로 몰려 사형을 선고받은 고난의 시간을 보낸 김대중 대통령, 그리고 이명박에게 몰려 죽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들은 이제 끝장났다고 누구도 모르게 감쪽같이 처리했다고 회심의 미소를 지을 때 그 죽음에서 당당히 부활하여 민주정권의 꽃으로 피어났고 깨어있는 민중과 함께 했음을 우리는 안다.


그리고 그 모든 음모와 불의에 동원된 하수인이 정치검찰이었다. 이 민족사에서 가장 철저히 청산되어야 할 집단이 검찰이라는 신념을 온 국민에게 심어주고 있다. 조국 장관과 그 가족에 가해지는 불의를 지켜보며 그가 겪는 불의와 고난이 거세지면 거세질수록 그가 민족사에 짊어질 사명이 크리라는 예감이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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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갤러리에서 조광호 신부님의 관조하는 인간이라는 제목의 개인전이 있어 서울 나들이를 했다. 1부 유리화 전시, 2부는 관조하는 인간드로잉, 3부는 성모자에 관한 페인팅이다. 특히 제3부는 교회 미술사에 안 나타나는 전통적 성모자 양식을 페러디하여 그린 작품들이다. 우리가 소장한 그분의 첫 조각작품인 '예수성면' 이후로 40여년간 놀라운 발전을 하여 그림자체와 내용도 사상도 작품도록의 제목처럼 여여(如如)의 경지에 이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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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오랜만에 구중서 선생님, 조광 교수(국사편찬위원장), 김형용 시인, 김정택 신부님, 염추기경님 등 반가운 분들도 만났다. 보스코가 이번 작품전에 관조하는 인간’(Homo Contemplans)이라는 라틴어 제목을 지어드렸기에 꼭 참석해야 한다는 부탁을 받고서 참석했는데, 지리산 속에서 하느님이 그리신 작품만 매일 감상하다가,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이 그린 하느님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보는 것도 의미가 컸다.


휴천재가 소장하고 있는 조광호 신부님 70년대 작품 두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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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부터 서둘렀던 서울 나들이를 마치고 밤차로 돌아오려 했는데 너무 피곤해 우이동 집으로 자러 갔다. 40여년이나 친구처럼 반가이 맞아주는 빵기네집’, 뜰에도 가을은 깊어 담쟁이도 얼굴을 붉히고 은행잎들은 노릇노릇 가을 나들이를 준비한다. 국화는 아직도 한창이고 주인이 없어도 각기 다른 아름다움으로 뜰을 지키는 꽃들이 몹시 고맙다. 집사 총각이 슬쩍 얼굴을 내밀고는 잔다고 들어가니, 지리산 집처럼 우이동 집도 우리 둘만 남은 듯 적적하다.


테라스에 나와 지난날들의 작은 조각이나 소리를 찾아봐도 귀퉁이에서 찍찍거리는 귀뚜라미 소리가 전부. 옆집에서 늘 소란하던 사내아이도 총각티를 내며 의젓하고, 새벽부터 TV 소리를 내던 이웃집 뽀로로 기집애도 이젠 중학생이라고 콧대가 높다. 마을 입구 은행나무가 이른 봄 귀여운 싹을 틔우더니, 어느새 검푸르던 여름을 지내고 이제는 노랗게 가을하늘을 물들이다 머잖아 앙상한 가지로 겨울눈을 맞기까지 흐르는 줄 모르게 그렇게 또 한 해가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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