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포럼] (2019.10.22) http://www.edasan.org/sub03/board02_list.html?bid=b33&page=&ptype=view&idx=7494
[광주일보] (2019.10.22) http://pdf.kwangju.co.kr/pdf/201910/1022-23.pdf
십자가를 장검으로 휘두르는 '증오의 종교' |
성 염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 |
필자가 다니는 조그만 성당 주일미사에서 일어난 일화. 대표신자들이 자유로이 기도문을 지어 염송하는 '신자들의 기도' 시간. 북핵문제로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여선지 어느 청년이 "김정은 일가가 하루 빨리 몰살당해 북한이 망하고 이 땅에 평화가 오게 하소서."라는 기도문을 올렸다. 미사를 집전한 사제는 미사 후 청년을 따로 불러 "우리 크리스천은 기도 중에 누구를 잘못 되라고 저주는 못해요. 심지어 '여러분을 박해하는 자들을 저주하지 말고 축복해 주십시오.'라는 성경말씀까지 있어요."라고 타일러 주었다. 청년은 대뜸 "내 맘대로 기도도 못하면 성당엔 왜 나와야 하죠?"라고 반문했고 이튿날은 청년의 모친이 찾아와서 불쑥 한 마디 던지고 갔다. "신부님, 북한 좋아하시나본데 이북 가서 사시죠." "악행을 헤아리시는 하느님께 반항하는 것" '평화의 사도'를 자처하는 크리스천들이, 비록 일부지만, 민족화해와 경제정의라는 정치문제만 나오면 견해가 다른 진보인사들에게 집단적 증오를 가차 없이 쏟아내는 언행이 고스란히 보수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는 기독교 2000년 역사가 그만큼 굴절된 결과다. 로마 제국 300년 박해를 벗어나고 유럽전역이 기독교를 믿게 되자, 그 종교는 자기네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까지 믿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장검으로 벼려내어 이단자 박해, 십자군 전쟁, 마녀 화형, 유대인 학살, 30년 종교전쟁을 자행하면서 '증오의 종교'로 변신해 왔다. 로메로 대주교, 성인으로 시성되다 한국기독교는 신구교가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에 열중하였고, 해방을 맞고 38선으로 국토가 양분되자 '반탁운동'에 앞장서더니 '반공의 보루'로 변신했다. 적어도 4·3 제주에서 시작하여('진실과 화해 위원회'가 밝힌 대로) 군경의 손에 희생당한 100만 여명의 민간인 학살은 기독교 장로 대통령 이승만의 1948년 11월 4일자 명령서("남녀 아동이라도 일일이 조사해서 불순분자는 다 제거하여 반역적 사상이 만연하지 못하게 하라")에 근거한 것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신실한 믿음으로 국가를 위해 기도하고 행동하는 신구교도들이 대부분임에도, 후대의 역사가 자칫 기독교를 한때, 아니 특히 요즘 반공을 명분으로 삼는 증오심에 마귀 들린 집단으로 비웃을까 걱정스럽다. "우리가 진리임을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은 믿음 바로 그것이 악마다!"(움베르토 에코)라는 경고를 무시하면 어느 종교도 마귀 들린 집단으로 표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