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7일 월요일,


올 가을은 줄기차게 며칠 건너 비가 내린다. 휴천재 우리 텃밭이 걱정스러워 드물댁에게 전화를 했더니 우리 무 배추는 괜찮은데 동네 배추는 모두 노랑잎병이 걸렸거나 녹아버렸단다. 우리 배추는 광합성 미생물 재제를 두어 번 준 게 전부여서 바깥주인 보스코만큼 단아하다. 동네 아줌마들은 옆집이 뭔가 하면 너도나도 따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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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디 여린 열무 잎에 벌레먹은 구멍이라도 생기면 눈구멍도 안 남기고 무밭에 하얗게 흰가루를 뒤집어 씌운다. 농약방 아저씨에게 그게 뭐냐고 물으니 토양살충제인데 그 유해성이 몇 달은 가고 비와도 안 씻겨내려가기 때문에 절대 뿌려서는 안 된다는데... 배추밭에도 너도나도 성장촉진 비료를 주면 큼직하게들 자라지만 쉽사리 병이들고 오랜 비에는 잎이 지려진다.


그제, 105일 토요일. 비가 온다고 하늘이 성난 얼굴을 하였으나 잘 참아 주었다. 한목사와 이엘리와 서초역 3번 출구에서 만났다. 성난 물결처럼 흐르는 인파는 지하철역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을 쏟아낸다


한겨레 드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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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의 교회앞마당에 자리를 잡았다. 교회 관계자가 나와서 자기네 땅이니 일어나 가라고, 아니면 자기네 교회가 정치적이라는 지탄을 받는다나. 우리는 이 땅은 시유지를 교회가 점령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못 일어난다. 이 자리를 끝까지 지킬 테니 그냥 가보라고 타일러 보냈는데 그 뒤로 교회 앞마당이 인파로 가득 찼고 그 자는 더는 안 왔다. 강남땅 사거리에 가득찬 인파의 입에서 검찰개혁!’ 외침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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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시가 지나자 배가 고파 싸온 음식을 나눠먹었다. 이엘리는 김밥과 계란, 한목사는 찰떡과 보리떡, 나는 과자와 두유를 내놓있다. 엽엽한 엘리는 옆에 앉은 어르신까지 김밥을 챙겨 드리고 우리는 가져온 음식을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나누었다. 뒷사람이 배고프다는 말을 하자 과자 밤 떡 계란이 전달 됐고 그미도 갖고 있던 밀감 전부를 내 놓았다. 초대교회 신도들처럼 가진 바를 다 내놓는 사랑의 애찬이 이뤄지는 현장은 그 자체로 감격스러운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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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그동안 우리가 백안시하던 태극기를 태그끼아재들에게서 되찾아오는 퍼프먼스가 있었다. 촛불을 든 군중들 머리위로 펄럭이며 날아가던 태극기! 누구의 손에 들렸다 해서 미워할 수 없는 내 나라의 내 깃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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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엔 큰아들, 작은아들이 모두 모여 네 식구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우리 네 식구가 이렇게 만나는 일은 흔치 않아 일년에 한두번 큰아들의 회의차 귀국길에 맞춰 이뤄진다. 강된장에 호박잎과 아주까리잎, LA갈비, 고등어 무조림, 가지나물, 열무김치, 부추김치, 오이소박이, 조개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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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먹던 입맛 그대로이기도 하고, 엄마와 멀리 있던 그 거리 그 시간만큼 입맛이 변한 아들들을 보니 내가 서있는 자리가 이젠 쟤들에게 내어줘야 할 때가 온듯도하다. 40대 중반과 이제 마흔이 된 두 아들이 나누는 대화는 어렸을 적 그대로 실없어도 신나서 껄껄거리며 웃는 모습을 바라보는 보스코 얼굴엔 웃음이 한가득이다.


9시가 되자 수도원으도 돌아가는 빵고신부를 수유전철역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빵기와 주고 받던 말. “엄마! 밤눈이 어두워지면 그만 운전 접으셔요!” “시골에 살면 하는 수 없이 운전을 해야 됀단다.” “그러다 두 분 기도대로, 우리 두 아들 기도대로 한 날 한 시에 두 분은 하느님 나라에 같이 가시니까 좋으시겠지만 남은 사람들 생각도 조금은 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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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보스코의 심장 스턴트시술후의 정기검진일이어서 한강 건너 보훈병원 김두상 의사에게 갔다. 벌써 여덟달 지났다. 석 달 분 약을 처방받고 돌아오다 운전할 때면 찌그덕거리는 잡음을 내는 소나타를 정비소에 맡겼다. 정비된 차를 밤늦게 집에까지 몰고온 정비소 주인을 다시 정비소까지 우리 차로 데려다 주는데 사모님, 아내가 뇌종양이에요.”라며 깊은 한 숨을 쉰다. 올망졸망한 네 자녀를 키우는 가난한 부부다


오늘 퇴근시간 다 되어 며느리와 작은손주 안경을 맡기러 찾아간 동네 안경점 주인의 부인도 온몸에 퍼진 암으로 마지막 한방식 투병을 하는 중이다. 선량한 안경사의 얼굴에 시름이 깊다. 동네 골목길로 올라올 적마다 혈액암으로 갑자기 죽어버린 내 친구요 동지였던 말남씨가 자꾸만 그리워진다


말남씨네집 감나무(심고 가꾼 주인은 가고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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