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928일 토요일, 흐림


어제 산청에 가니 한방 축제를 한다고 시끌벅적했다. 지자체마다 축제를 하는데 실속 없기는 매한가지고 구경 오는 사람들의 숫자도 매해 줄어들어 개최하는 당사자들도, 가게를 여는 상인들도 힘이 빠진단다.


불쌍한 우리 귀요미 미루는 어제도 오전 오후로 산청군 행사에서 찻자리 팽주를 하고, 밤에는 축제에서 판매할 미루젤을 만드느라 잠이 모자라 눈이 반은 감겨있다. 사람들이 각자에게 주어진 일의 분량이 있지만 할 수 있는 한계가 있어 그 한계를 넘기면 꼭지가 돈다. 그래도 인간 승리로 극한에 도전하는 미루의 모습은 신통하고도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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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련한 모습이 안됐던지 보스코가 내게 하는 말. “여보 나는 장사는 절대 못할 것 같아.” 내가 물었다. “다른 건 뭐 할 줄 아는데?” 한참을 생각하더니 번역? 글쓰기? 강연?” “그밖에는?” “전혀.” 속으론 알긴 아는구먼.’ 하면서도 그래도 그 분야에서는 당신이 최고니 됐어요.”라며 등을 따독여주었다. 자기 일 외에는 정말 아는 게 없고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고 정말 관심 있는 게 없는 남자.... 하기야 어제 예초기를 돌려 텃밭을 깨끗이 평정한 사람은 보스코다! 


빵고 신부가 지난번 추석휴가 와서 우리 부부가 첩첩산중에서 문화생활을 통 못한다고 여겼는지 노트북에 영화를 몇 편 받아 주고 갔지만 스타워즈나, 마불, 인터스텔라 종류 영화는 도대체 젊은이들이 왜 그걸 보고 좋아 하는지이해를 못하는 우리다. 해마다 한번씩 휴천재를 다녀가는 마리스타 수사님이 외장하드에 깔아주고 간 것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아빠의 청춘아니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프란체스코 교황님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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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수사님과 아들신부의 배려로 다운받아놓은 ‘12세이상 관람가영화라도 보기로 하고 엊저녁에는 원더(Wonder)를 보았다, 그것도 혼자서. 보스코는 인생 내리막길의 속도를 유난히 실감하는지 아내 곁에서 영화 한편 함께 보아줄 시간도 없으리만큼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쫓기고 있다.


심한 안면 기형을 갖고 태어나자마자 장장 스물다섯 번의 성형수술을 한 소년의 학교생활 적응기를 유머러스하지만 가슴 따뜻하게 그려내는 영화였다. 영화에서처럼 아무리 큰 장애가 있어도 가정에서 아이를 지탱해 주는 힘은 바로 엄마다.


결혼한 지 오늘로 벌써 15년이나 되는 우리 며느리 지선이. 남편이 일년의 절반을 제3세계 난민 캠프로 돌아다니며 보내는데도 두 아들을 똑바로 키워줘서 참 고맙다. 저런 아내가 있기에 오늘 우리 아들도 있을 게다. 따뜻한 가정에서 가족이 화목할 때 모든 어려움은 극복이 가능하다. 가정의 기둥은 아내라지만(남편은 울타리?) 저처럼 든든한 며느리가 들아와 성씨집안을 든든히 받쳐주니 내가 큰절을 올려야 할 처지다.  


보스코는 예초기를 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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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규씨랑 난방시설을 고치고 물탱크를 청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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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도정 체칠리아가 우리 텃밭에서 부추, 열무, 민들레를 거둬갔다. 지난 6월 친한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부터 몹시 힘들어지고 건강이 좀처럼 회복이 안 된단다. 친구는 사랑하는 남자가 지병으로 먼저 떠나자, 살아남을 의미를 잃은 이들이 많이 가는 뒤를 따라가고 말았단다. 그래서 나이 들어서도 사랑을 되찾고 거기에서 삶의 목표를 다시 발견한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우리 오빠처럼.


오후에 잠시 들른 드물댁이 하는 말에도, 검은굴댁이 남편이 떠난 후에 갈수록 이상해진다면서 냄편 품에서 자다보니께 서방이 가고나면 저리도 외롬을 탄다라는 진단을 내린다. 혼자 남겨진 여인들이 워낙 많다보니 남편 그리워하는 것도 흉이 되고 죄가 된다.


오늘 아침기도를 바치던 시각, 테이블 위에 풍뎅이 한 마리가 뒤집어져 발버둥치고 있었다. 우리가 지켜보면서 응원을 했더니 각고의 노력 끝에 뒤집는데 성공! 보스코가 박수를 치면서 풍뎅이를 집뒷계단에 내다 놓아주었다. 조국사태는 대한민국의 검찰과 언론, 친일세력 그리고 아마도 언론에 광고몰아주기로 대기업들이 총동원한, '촛불정권 쓰러뜨리기 전쟁'이었다. 


지난 석달간의 안타까움, 가슴졸임, 열불...

그리고 뒤집기 성공에 환호!



지리산 속에 있으면서도 내 마음과 눈길은 오늘 저녁 온통 서울 서초동에 가 있다. 내 가까운 친구들이 대부분 그곳에 가 있는데 100만 국민을 그곳에 모이게 하는 힘은 대체 무엇인가? '깨어있는 민주시민의 단결된 힘만이 역사를 바꿔간다'던 노대통령의 유훈이 떠오른다. 사법개혁은 이미 국민들로부터 이뤄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 그대로. 조국풍뎅이가 뒤집기에 성공했으니 제2차 촛불혁명으로 갈수밖에 없겠다. 날짜도 '9.28 서울수복!'


한겨레에서 퍼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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