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922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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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아주 얌전히 하늘에서 땅으로 하나의 흔들림 없이 '1'자로 꽂히는 빗방을을 바라보며 내 마음의 평화가 이리 고요하기를, 세상 사람들의 마음에 주님이 주시는 평화로 좀 더 선해지도록 기도한다. 어제 오늘 얌전하지만 줄기차게 내린 양으로 보면 500미리 이상 왔을 게다. 송문교의 휴천강도 여간 기운차게 여울져 흐른다.


이번 서울을 오가는 버스 안에서 정재승의 시네마 사이언스를 다 읽었다영화를 보노라면 우리 눈에도 저게 정말일까?’ 싶게 황당한 장면들이 무수하다그러니 물리학자처럼 깐깐한 눈으로 보자면 눈에 거슬리거나 과학적으로 증명해보고 싶은 영화 장면이 얼마나 많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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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활극을 보던 과학자들이 "왜 주인공은 빗발처럼 쏟아지는 총탄 속에서도 총알 한방 안 맞고 유유히 악당들을 물리치는가?"를 과학자답게 검증해보고 싶었단다우선 악당들의 의도적인 기습보다 주인공의 무의식적인 반응이 더 빠르다.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했단다


멋진 주인공을 죽이려 호시탐탐 노리던 악당 역을 맡은 과학자가 물총으로 연구실을 기습하여 공격하였더니 주인공역 과학자가 물총을 먼저 쏴서 악당을 제압하더란다. 과학자들은 "역시 자유의지는 결코 반사신경을 앞지를 수 없다."는 엄청난 결론을 내렸단다이로써 "죽이려는 자가 먼저 죽는다."는 삶의 진실에까지 이르렀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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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일 공소예절에는 유난히 사람이 적었다. 그러나 교회력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순교자들 대축일"이었다!  순교자성월이나 순교성지 방문 때마다 보스코가 늘 내게 묻는 물음이 있다. "어떻게 나라가 금하는 천주교를 믿는다는 그 이유만으로 조정이 자기 백성 3만명을 죽일 수 있었을까? 대부분 무식하고 힘없는 서민들이요 아녀자들인데?" "또 '사학죄인'들을 몰살시키던 조정의 대감들과 포졸들과 새남터의 구경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천주교 100년간의 박해가 일어날 때마다 권력은 늘 '노론파'의 손아귀에 있었단다. 또 권력을 쥐면 사화를 일으키고 백성을 학살하던 집단 '노론파'가 지금까지도 이 나라 권력과 재력과 학계와 군경의 핵심부에 자리잡고 있다는 게 보스코의 유식한 한탄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37699

"노론·친일파·뉴라이트는 한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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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놈들이 임진왜란을 일으키자 여러 전투에서 장수는 도망하고, 선조는 임진강을 건너면서 백성이 못 따라오게 배들을 모조리 불살라버리고, 혼자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을 역적으로 모함하여 감옥에 가둔 세력도 노론파 계보란다. 


6.25 전쟁이 나자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국군은 서울을 사수할 것입니다."라는 방송을 녹음해서 남기고 한강철교를 폭파해버리고서 대전으로 도망간 대통령... 제주와 여순에서 "빨갱이로 보이면 어린애들까지 몰살하라!"는 식의 명령을 내려 전쟁 전후로 양민 100만명을 군경의 손으로 학살한 이승만 장로와 측근 친일파들도 노론파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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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로 독재정권을 무너뜨리자 두 번의 군사반란으로 재집권한 노론파의 잔당. 촛불혁명으로 이명박-박근혜를 권좌에서 몰아내자 3년만에 '조국사태'로 검찰을 앞세워 야당과 모든 언론이 총궐기하는 지난 석달간의 소요에서 보스코는 아직도 노론이 건재하다는 표라며 탄식한다. 


늘 비관주의자인 보스코는 다음 대선은 조국 대 윤석렬의 한판이 될 거라는 추측마저 내놓는다. 그의 정치감각은 아내인 내가 보기에도 별로지만, 부부간 일심동체여선지 시골사는 이 아줌마에게도 지금의 정국을 큰 그림으로 읽는데 도움이 된다. 


6년전 바로 오늘 서울시청앞에서 거행된 사제단 미사에서 일갈하던 보스코의 발언은 꽤 용감했다. 그 자리에 있었다는 엄엘리는 "독한 소리는 대사님이 다하시는데 감옥은 왜 우리가 가나요?"라고 자기 남편의 옥살이를 항의한 적도 있었다.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110857

데모에 나설 적마다 최루탄과 경찰서 유치장, 자칫 학교 제적과 감옥살이를 겪어본 우리 세대는 요즘 서울대 연고대 데모 현장에서 시위자들이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쓰고 5060대 아저씨들을 앞줄에 앉힌 진풍경을 보며 어안이 벙벙해진다


'대통령 문재인을 총살하라!'고 외쳐도 안 잡아가는 세상이라서 저 학생들이 경찰 무서워서는 아닐 게고 아마도 햇볓 알레르기 땜에 얼굴을 가리나 했는데, 야간시위에서도 그 당당하고 결연하고 젊은이다운 얼굴을 못 내보이다니 스스로도 부끄러운 줄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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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가 외대와 서강대에 재직할 때에는 교수들의 시국서명은 상당한 용단을 내리고서야  이름 석자(보스코는 이름 두자)를 적었다는데, 지금 "드뎌 대학교수 수천명 서명! 4.19때처럼!"이라고 언론들이 대서특필하는 성명서에 서명교수들의 이름들이 안 나온다니! 


'이름 없는 교수서명'과 '얼굴 없는 대학생 시위'라니! 저런 움직임을 보면 국민의 촛불혁명 앞에서 '노론파'의 맥도 조금씩 사그라드는 징조 아닐까? 휴천강 거센 물살이 쓸어가야 할 세력이 모조리 맨얼굴을 드러낸 지난 석달! 아무리 '개검'으로까지 욕을 먹는 현시국의 주인공들도 이제쯤은 "죽이려는 자가 먼저 죽는다"는 과학적 이치를 터득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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