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717일 수요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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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은 뜨거우나 그늘에 누워 책을 보는 뺨 위로 살랑대는 바람이 감미롭다. 때로는 이렇게 아플 때 보너스를 받은 편안함을 느낀다. 보스코는 벌레가 물면 심한 알러지 반응을 일으켜 얼룩 반점이 가득한 얼룩말 같다. '나는 그와 반대야!'라고 자신하면서 증거를 대고 싶었던지 그제 저녁밥상에서 속이 시큼한 참외를 마치 시식하듯이 한 개를 내가 다 먹었다. 마치 세월호사건으로 '단식투쟁'하는 희생자 부모들 옆에서 놀리면서 피자를 사다 '폭식투쟁'한다던 일베 같이 못된 맘보였던가 보다. 내가 얼마나 성한가를 그에게 보여 주려고 우적우적. 시큼한 맛이 목을 넘어가며 '앗차, 사고를 쳤구나!' 이미 알았으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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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고 나서 배가 살살 아픈 것으로 시작하여 사고의 전조가 보였고, 배는 차다찬 얼음덩이처럼 굳어졌다. 밤새 전기방석으로 몸을 데웠는데도 일은 터졌다. 나야 건강자랑의 대가를 치르느라 어제 오늘 이틀을 굶고 복통약을 먹으면서 죄값을 치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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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일에는 벌이 따라온다는 교훈을 일베들도 배위야 한다. 오늘도 제정신인 사람들은 일본상품 불매운동에 일본여행 자제 운동을 하는데, '위안부소녀상'에 침을 뱉으며 '천황폐하만세!'를 부르는 놈들이나, 일제맥주 마시며 아베 칭송하는 애들을 보며, '도대체 저런 애들은 언제 철이 들까? 커서 무엇이 될까?' 한심한데 답은 즉시 나왔다. '쟤들은 조선일보를 읽으면서 커왔고 장차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된다!'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이라 폄하해서 3개월 징계를 맞았는데, 3개월이 지나자 보라는 듯 최고위원으로 복귀시키는 모습에서 저 당의 후안무치가 크게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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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혹시 손님들이 많이 오면 소개해 주려고 이웃 한남마을에 있는 지리산리죠트엘 들러보았다. 리조트 주인장은 지난번 우리 집엘 다녀간 수달아빠최상두씨. 1500여 평에 모텔, 리조트, 식당, 카페, 레프팅 등 온갖 위락시설을 갖추고, 누나가 식당 주방을 책임지는데 우리 아랫집 진이엄마 얘기로는 그 집 음식이 맛있단다. 가까운 곳에 쓸 만한 곳이 있었는데 등잔 밑이 어두웠다.


최상두씨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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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주인장이 동네앞 강가에 서식하는 수달의 모습을 찍어 걸어놓은 사진이었다. 수달의 눈에 비친, 수달이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을 포커스로 잡았다. 자연을 바라보는 주체가 내가 아니고 자연이 나를 보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내 주변도 자세히 보면 사랑스런 자연보호 활동가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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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안길 우리 집 가까이에 가로등이 세워졌고 거기에 전선을 연결한다면서 가로등 바로 옆에 전봇대를 세우느라 기중기들이 붕붕거린다. 그런데 보스코가 다 세운 전봇대가 눈에 너무 띈다면서 좀 아래, 우리 텃밭과 구장네 밭 사이의 감나무 옆으로 옮겨 달라고 부탁을 했다면서 전주를 옮기고 있었다. 전봇대가 감나무 가지에 가려지길 바라고 한 일인데, 맙소사, 집 정면에 흉한 기둥 하나가 솟아올라 산을 양편으로 가르는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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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가 앗차! 하고선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러자 '대한민국에서 뻔뻔함의 대명사 쯤 되는' 이 아줌마가 간식을 차려가서 간곡하게 부탁을 했다, '다시 원 위치로 옮겨 설치해 달라!' '그게 아닌데요. 바깥양반이 하도 부탁해서 한 일인데요!'라는 일꾼들에게 '우리 남편이 지금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어요. 잘못 생각은 했지만 그렇다고 두고두고 평생을 이 전봇대를 바라보는 일은 너무 가혹하지 않아요? 부디 옮겨 주세요.' 사정사정했더니 '아줌마가 하는 말이 귀여워서 옮겨준다.'고 한발 물러섰다.


우리 부탁으로 아닌 달밤에 체조를 한 공사 아저씨들은 구장님네 논가 축대를 약간 망가뜨리며 윗길로 해서 떠났다. 구장님은 구시렁구시렁 '어떤 놈이 이런 짓을!' 하며 화를 냈고, 나는 입을 꼭 다물고 밀고를 안 했다. '고라니가 그랬나 봐요.' '뭐시기? 고라니가 한 짓이 아니고마.' '아니면 좀 기운이 좋은 멧돼지가 그랬나 보죠!' 그 사이 구장님은 자기 논 축대를 다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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