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13일 수요일. 맑음


성무일도 후에 티벳 요가 그리고 아침식사. 블루베리를 넣은 요구르트, 빵과 차, 계란, 과일(사과 체리 바나나 천혜향). 늘 먹는 평범한 식사인데 어제 김원장님 지적을 듣고 나니 이게 몇 칼로리가 되나 계산을 하게 된다. 이렇게 사사건건 계산을 하고 먹으면서 쌓이는 스트레스가 과연 보스코가 오래 사는데 도움이 될까? 그렇게 해서 오래 사는 삶의 질이 과연 바람직할까? 아무 생각 않고 그날 주어지는 음식에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웃으며 밥상 앞에 앉아 온 게 우리네 삶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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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게 특별히 맛있다고 쫓아다니며 맛집 순방을 한 일도 없고, 입맛이 없다거나 밥맛이 없다고 한번도 투정해 본 일이 없는 게 보스코다. 늘 식탁에 앉으면 맛있다며 그 특유의 미소로 밝고 환하게 웃어 내가 준비한 수고에 충분한 보상을 해주던 그. 음식을 만들며 특별히 그의 건강 땜에 걱정을 한 일도 없거니와 그도 그날 식탁에 나온 음식에 만족했다. 오늘도 예전과 다름없이 기쁜 마음으로 아침을 먹고 있어 끼니마다 칼로리를 재는 별난 생각은 접기로 했다.


식사 후 약봉지를 꺼내니 한 주먹이나 된다. 저 약(열세 알)을 다 먹어야 하나? 반만 먹을까? 고민을 한다. 내일 수술을 위한 약이니 다 들라는 간호사의 전화 설명을 듣고서야 다 먹었지만, 약은 음식과 달리 절식을 상용화하는 보스코. 그래도 참 오래 살았다. “인생은 오래 살면 칠십 년, 근력이 좋아야 팔십 년이라는 성경 말씀도 있는데 그는 근력 좋게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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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 만난 72년도, 그의 몸무게는 50kg도 못됐고 체중 미달로 군대도 못 갔으니(요즘 같으면 군대미필자는 절대 높은 공직엔 오를 수 없었다, 어느 당 사람들에게는 군대미필이 필수요건 같지만 말이다) 지금 65kg까지 몸을 불려놓은 내 죄도 크지만 아무튼 건강하게 잘 살아왔다. 하느님께 감사드릴 일이다.


오빠나 빵고신부가 평소 내 차를 타보고는 이런저런 걱정을 많이 해준다. 둘 다 공돌이의 촉감이 발달한 사람들이라 그 얘기들 들은 뒤에는 보통 정비공업사에 차를 가져간다. 최근 오빠는 소나타의 머플러에 이상이 있다 했고, 아들은 바퀴 브레이크 부분이 이상하다고 했는데 오늘 정비공장에 가져갔더니만 둘 다 맞았다. 머플러는 중간이 녹슬어 거의 끊겨 있었고 바퀴축이 찢어져 그리스가 다 새나가고 없었다!  


매일 타는 차라서 서서히 고장이 나면 잘 모르고 있다가 큰일을 겪는다. 늙은 보스코의 건강만 아니고 늙은 소나타도 돈 먹는 하마. 하기야 그래서 내가 단골 정비공장에 차를 몰고 갈 적마다 사장님네 연년생 네 아이를 먹여 살리는데 기여하러 왔다고 큰소리를 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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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쯤 보스코 친구 종수씨가 대부님 병문안을 왔다. 어제까지 친구 김양언씨의 삼일장을 치르고 귀경하여 오늘 또 여기까지 왔으니 어지간히 피곤할 텐데도 우선엄마도 종수씨도 둘 다 얼굴이 밝다.


나더러 얼굴이 야위었다기에 '남편이 없으니 청소하기도 싫고 밥먹기도 싫고 잠도 안 와서' 라니까 우선엄마는 남편이 곁에 없으면 못 자는 정도가 아니고, 혼자만 있으면 끙끙 앓는다는 한숨. 저 여인의 남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죽음의 강을 건너던 남편의 나룻배에서 뱃머리를 돌렸다. 저승인줄 알고 내려준 저승사자도 속이고 이승의 부두에서 남편을 낚아채 남편을 살려냈다. 20여년 전의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던 일 얘기다. 그러니 혹시 정말 헤어질까 둘이 꼭 붙어서 잘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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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수씨네가 돌아가는데 걷기도 할 겸 지하철까지 데려다 주고 우리는 솔밭공원을 두 바퀴 돌았다. 나는 한걸음이라도 더 걸리려고 바깥쪽으로 돌자 하고 보스코는 안쪽 작은 원을 돌겠단다. '여보, 김원장님 말대로 내가 아무 소리 안하면 당신이 스스로 할 꺼야?' 물으니 '그분이 날 모르는 소리지, 절대 안 걷지. 난 정말 움직이기 싫어.' 아아, 저런 사람을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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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밭공원 안 놀이터에서 한참을 서서 언젠가 시아가 오르내리던 미끄럼틀을 바라보며 '보고 싶다, 우리 손주들'이라고 한다. 그 소릴 멀리서 들었던지 밤에 두 손주가 할아버지 병문안 화상전화를 해 왔다. 작은 시우도 감기로 열이 나서 요 며칠 학교엘 안 갔단다. ‘해열제를 먹었느냐?’ 니까 시우가 체온계로 39도까지 재서 화면으로 보여주며 몸이 열을 올려 감기균을 죽이게 하느라 약은 안 먹어요.’ 라는 대답. 손주네 특이한 스위스식 감기 퇴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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