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4일 월요일, 미세먼지로 해도 앞산도 안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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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이주여성인권센터총회에 앞서 열리는 이사회. 마침 서울에 올라온 길이어서 참석에 부담이 적다. 멋쟁이고 성격도 깔끔해서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유난히 싫어하던 신신부님도 내가 서울에 올라와 있는 줄 어떻게 알고 날을 잡아 돌아가셔서 함양에서 서울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덜어주었다.


오늘 이사회에서는 ‘2018년 사업 및 결산 보고‘2019년 사업계획안과 예산안 검토’, ‘임원 선출등으로 회의에 부칠 사안이 많았다. 대표와 센터 직원들이 최저임금도 못 되는 급료로 해놓은 일들이 엄청 많아 우리 이사들은 그저그저 미안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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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끝에 각자 소회를 말하는데 나는 한국염 대표가 물러나고 허요영숙 대표가 들어오며 조금은 염려스러웠는데 그게 나의 기우였고 너무 잘 하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숭리 이사는 처음 이주여성 이슈로 이 일을 시작할 때는 낯설었는데 이주여성과 함께 역사 속에서 빛날 한국염 목사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김상임 이사는 활동가들이 그 박봉 속에서도 정말 많이 성장했고 그 기틀을 잡아준 게 한국염 대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내 친구 한목사 정말 수고가 많았다.


점심도 못 먹고 집으로 돌아와 짐을 챙겨서 저녁 7시 함양도서관에서 있을, 2019년 첫 느티나무독서모임을 하러 달려 내려왔다. 전국을 관통하며 미세먼지의 위력을 내 눈으로 몸으로 확인하는 날이었다. 차라리 맑고 추운 겨울이 그립고 또 고맙다. 중부내륙 이천에서부터 오창까지의 대기는 최악으로 안개가 잔뜩 낀 해질녘 풍경 같았다. 하늘의 태양도 베일을 쓰고 숨가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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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에서 보스코는 군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고 나는 곧장 도서관으로 갔다. 오늘 읽은 책은 창가의 토토. 유진씨가 추천한 책인데 젊은 엄마답게 아이들의 교육을 염려하며 상큼하게 좋은 책을 추천해 주어 마치 우리가 잊었던 시절의 동화를 한편 읽은 듯하다토토는 왜 창가에 있었을까? 1980년대 일본이 종신고용을 보편화시키며 구조조정을 목표로, 일을 주지 않고 자발적 퇴사를 종용하는 대상들을 창가에 앉혔다는데 이들을 '창가족`이라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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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짜리가 뭘 안다고 퇴학을 시켰을까? 집에 있는 책상과 모양이 다른 책상 뚜껑을 자꾸 열고, 창가에 서서 지나가는 광대 아저씨를 불러 공연을 보고, 그도 없으면 집짓는 제비를 불러보고.... 토토의 죄목은 길지만 극히 정상적인, 그 또래 아이들이 으레 함직한 일인데 선생님이 걔를 학교에서 쫓아내다니.... 


자신이 퇴학을 당한지도 모르고 찾아간 도모에학원교장선생님은 '무슨 얘기든 해보라'는 주문을 토토에게 하는데 고만 때 계집아이가 하고 싶은 얘기가 얼마나 많겠는가! 꼬박 네 시간을 지껄이는 아이의 말을 경청할 줄 아는 선생님이 세상에 있다니! 그니의 먼저 학교에서 당한 퇴학은 아이에게 차라리 행운이었다!


황금 같은 초등학교 시절을 자연과 친구와 지내며 인격과 개성을 존중한 탁월한 교육자를 만나는 일! 말썽꾸러기 토토에게 '넌 정말 착한 아이야!'라는 학교와 선생님들.  학교에 오자마자 알콜 램프와 플라스크에서 실험을 하거나 어려운 과학책이나 물리책을 읽던 학생은 미국에서 유명한 물리학자가 되었고, '괜찮아 다카하시, 너는 뛸 수 있어!'라는 격려 속에 소아마비로 볼품없던 다카하시는 한 전기 회사의 조사 담당관이 되었다. 우리도 주변에서 선생님의 격려의 말 한마디로 전혀 다른 아이에서 훌륭한 성인으로 당당히 큰 사람을 많이도 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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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슬픈 건 교직에 있는 친구들이 한국의 일그러진 교육제도 안에서는 꿈같은 얘기라고 미리 포기하는 모습. 내가 아무리 설명을 해도 그건 옛날얘기고...’라고 대꾸하면 더는 할 말이 없다. “내게 돈과 능력이 있었다면 요즘 인기 절정이라는 스카이캣슬의 부모처럼 됐을 거야.”라는 말은 차마 안 듣고 싶다. 돈과 권력 그걸 인정하고 부러워하는 순간 우리의 자녀교육은 이미 실패하는 것이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다. 전혀 다른 가치관의 세계를 이 젊은 엄마들도 찾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집에 오니 분도출판사에서 보스코의 열한번째 아우구스티누스 번역서 "영혼의 위대함"의 신간 증정본이 새해 선물처럼 와 있다. 저 위대한 교부의 저서 10분의 1이라도 번역해내고 싶다는 보스코의 꿈, 치매가 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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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의 아우구스티누스 역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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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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