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7일 목요일, 맑음


엄마 노릇은 참으로 힘들다. 몸이 힘든 것 못잖게 맘들이 아프다. 자식을 키우며 맘 졸이고 자식 일이라 남에게 말도 못하고 속만 썩어 나가는 엄마들이 어디 한 둘인가! 한 친구는 ADHD인 아들이 학교에서 말썽피우고 왕따 당하고 집 밖에도 못 나가고 고개 들어 상대방의 얼굴도 못 보고 눈도 못 맞출 때, ', 이상한 아이가 아니라 특별한 아이야!'라고 인정해 주고 친구처럼 터널 같은 인생길을 손잡아 걸어나갔다


'지금 세상은 ADHD를 정신병으로 간주하지만 옛날엔(원시시대?) 드물게 똑똑하고 특출 나고 창의력이 뛰어난 지도자였다. 지금은 사회가 획일화되어 그 특별한 인재를 발견하고 수용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그 엄마의 지론이다. 말하자면 남들 눈엔 미운오리새끼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백조일지도 모른다는, 그 엄마의 열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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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는 어린 아들의 분노조절을 위해 중딩 호주머니에서 떨어지지 않게 담배까지 대줘야 했다고 고백하는데 사회에서 모자가 둘 다 손가락질 받을 일이지만 엄마이기에 감수한다. 온 세상이 누굴 손가락질 하고 다 버릴 때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내 편이 엄마다. 아들이 무슨 일을 저질러도 엄마는 '마더'다. 그건 엄마의 거부할 수 없는 숙명, 하느님을 대신해야 하는 엄마의 슬픈 숙명이다. 


엊그제 크리스마스이브에 살레시안들이 돌보는 아이들(소위 ‘6호 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의 엄마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사회에서는 낙오자요 가족에서도 아버지나 형에게 눈에 띄는대로 욕하고 두들겨 맞았을 테고 이웃들에게는 '저건 사람도 아니다!`라는 손가락질을 받았을 게다. 그날 미사에서 영세를 받는 아이들 중 한 명의 엄마 같은데 미사 내내 내 곁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생산자 책임이니 엄마로서 무슨 일을 안 당했겠고 무슨 일인들 안 했겠는가? 그게 엄마 마음이고, 그게 아마도 하느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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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도 생산자 책임이어서 당신이 우주의 최고걸작이라고 만들어 놓으신 인류가 하도 말을 안 듣고 하도 타락해 가니까(괴테의 문장을 빌리면, '어느 짐승보다 더 짐승답게만 사니까')  당신의 외아들마저 세상에 보내시질 않나 십자가에 매달았다 부활시키시지 않나 벼라별 일을 다하시지 않던가? 보스코의 말에 의하면, 이건 인간에게 자유의지(이걸 안 주셨더라면 하느님이 얼마나 맘 편하셨을까?)를 주어 창조하신 하느님의 승부욕이란다(아우구스티노 성인의 표현). 


피조물이 저지르는 악을 어떻게 해서든지 이기시겠다는 그 도박에 외아들 목숨까지 걸어야 하셨다니 '타짜 하느님'(외람된 말이기는 하지만) 참 대단하시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빌리면, 성탄절은 (보다보다 못해 어떻게든 해보시겠다고 외아드님 편에서 저지른) '하느님의 가출'이라고까지 하는데... 그래서 성탄절은 아마도 엄마들만 제대로 알아듣는 신비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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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동 4인방'이 만나면 으레 식사는 두 엘리가 내고 두 노친은 겨우 커피나 산다. 둘은 생산성이 없는 '퇴물'이고 자기 둘은 현역이라니 권력의 균형을 위해 늘 우리 둘이 밀린다. 그렇다고 그렇게 무능하기만 한 건 아니다. 그동안 갈고 닦아온 비장의 무기가 있다. 바로 몸이다. 손으로 할 수 있는 실전엔 여전히 나이든 사람이 낫다


그래서 오늘은 집으로 오라고 해서 누구나 좋아하는 피자를 만들었다. 1.2kg의 밀가루로 세 판의 피자를 만들면 상당수가 먹을 수 있다. 한 판은 컴비네이션. 두 번째 판은 세 가지 치즈를 섞은 고르곤졸라피자, 마지막 세 번째 판은 감자와 베이컨피자. 실컷 먹고 나머지는 싹 싸보냈다. 실비아도 시간을 내서 찾아와 함께 해 주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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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스코에게 딸을 못 낳아주었는데, 그래서 평화 엄마한테서 "난 딸 못 낳은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더라!"는 구박을 받아왔는데 늘그막에 지리산에서는 미루를 딸처럼 예뻐하고 서울에 오면 두 엘리가 딸처럼 잘해준다. 보스코의 노년이 이래서 행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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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주 시아가 시를 지었다고 아범이 번역해 보내왔다. 눈송이 별’(Etoile de neige)이라는 제목의, 학교 숙제였나본데, 시를 읽어본 할아버지는 제법 운율도 맞추었다고 대견해한다.


어느 겨울 저녁

하늘엔 눈송이가 떠다니고

별들은 미소를 짓는다.

소나무 아래 기다리는 선물들

적막한 고요 속에

눈송이별이 우리 잠을 깨우고

성탄의 기쁨을 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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