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0일 수요일, 맑음


보스코가 없으니 구석구석 꿍쳐 두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정체를 드러내는 바람에 밤 11시에사 일기를 쓴다. 아침 일찍부터 문대통령의 교황청 방문에 관한 인터뷰 전화가 이어진다. 아침밥 먹다 말고 한두 인터뷰에 아침을 끝내고 김어준의 뉴스공장마저 교황의 방북’ 뉴스를 신나게 얘기하고 있어 예감이 이상했다. 좀 전에 받은 신신부님 전화가, 민족의 평화에 기여 할 기회로 치고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있으면 거절하지 못하게 나더러 옆에서 거들라는 부탁.


지리산 산중에서 공부하는 사람 흔들지 말고 도시에 있는 사람들 끼리 현지 조달 하시라니까 나를 어르고 달래며 ‘성대사님만큼 바티칸에 대해 정통으로 아는 전문가가 없다.’는 대꾸. 김어준씨가 맨날 미국에는 한국에 관한 전문가가 정말 없다!’던 탄식이 생각났다. 바로 그때 TBS ‘뉴스공장인데 내일 출연해 달라는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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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는 서울까지 가기가 싫어 그냥 전화인터뷰를 하자고 했지만, ‘뉴스공장의 초창기부터 애청자였던 나로서는 전화인터뷰와 현장인터뷰의 전달감이 차이나기에 그냥 올라가라고 재촉했다


어떤 사건이 생기고서 이해가 안 되면 전에는 CBS ‘시사토론을 듣다 '김현정의 뉴스쇼''정관용입니다'를 듣다 언제부턴가 뉴스공장을 더 많이 듣게 되었다. 아마 사건의 핵심을 꿰뚫는 공장장의 날카로운 질문에 전문적인 대답을 들으며 통쾌한 결론에 이르는 스릴이 청취자들을 끄나 보다특히 힘 빠지는 사건이 일어날 때일수록 공장장의 변함없고 힘 있고 건강한 클클 웃음을 들으면 힘이 나고 기가 차면서 '별일 아냐. 그럴 수도 있지. 잘될 꺼야.' 하는 위로를 받기도 했다


그러니 그동안 내가 받은 고마움을 보스코가 갚을 차례다. 오후에 가겠다고 했었는데, 느닷없는 엄엘리네 딴 부탁이 오자 그가 서두르기 시작했다. 시계는 12시를 가리키는데 1230분 버스를 탄다고 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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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분 만에 산길을 카레이서처럼 달렸다. '그대는 나에게 누구이기에, 나를 이토록 고달프게 하는가?' 묻고 싶다. '당신은 내게 동지여서'라고 대꾸할 게다. 그가 무슨 일을 해야겠다 생각하면 옆도 안 보고 직진하므로 '동지 마누라'인지 '마누라 동지'인지 모를 여자가 수습을 해야 한. 가까스로 차부에서 나오는 버스를 붙잡아 그를 태워보내며 아침에 먹다만 음식을 싼 비닐봉지를 건내주었다.ㅣ


차가 떠나고 나서, 지난번 교통사고를 당한 연수씨를 찾아보러갔다. 곁으로 보기엔 멀쩡하지만 고속도로에서 차가 옆으로 누워 박살났으니 쇳덩어리 아닌 살덩어리는 얼마나 내상이 클까! 남편도 디스크로 몸이 불편하지만, 그니는 화나고 짜증스럽고 어떻게 주체가 안 될 때면 남편에게 스트레스를 푼단다. ‘제일 만만한 게 남편이라 다 받아주지만 미안하기도 해서 우선은 환자라고 생각하고 받아줘요.’라면서 양해를 구한다나... '동지 남편'인지 '남편 동지'인지를 두었으니 참 사려 깊은 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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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국수를 함께 먹고는 윤희씨 집에 잠깐 들렸다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농협에 들러 퇴빗값을 내고 배달을 부탁했다. 사시사철 가운데 세 철을 흙에서 얻어먹으니까 일년에 한번쯤은 내가 흙에다 '한턱`내야 되지 않겠는가?


보스코는 동서울터미널에 마중나온 김애영교수를 만나 교황대사를 보러 궁정동엘 갔고 가서는 나름대로 엄엘리네 일을 처리해 주었으리라. 동생을 석방하라며 일년반동안 청와대 앞에서 일인농성을 하고 있는, 이석기의원의 누나도 처음 만났단다. 누나의 얘기로는 10여년 전 무슨 행사에서 보스코를 만난 적 있다는데 보스코의 나쁜 기억력이 그니를 알아보지 못했을 게다. 더구나 여자라면 마누라 외에는 식별과 기억을 도시 못하는 사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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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영 교수가 찍어보낸, 저녁하늘에 청와대 인왕산 위로 떠오른 구름기둥에 실낱같은 희망을 거는 사람들이 측은하기도 하다박그네가 저지른 저 행악에서, 사법농단의 대표적인 통진당 사건의 억울한 희생에서 엄얼리네 동지들이 벗어나기를 기도한다. 오늘 아침 읽은 복음에서 주님 몸소 가르쳐주신 기도대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고 빌며 한낮을 살아가다 저녁이면 '악에서 우리 구하소서.`라고 끝마치는 하루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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