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927일 목요일, 맑음


이렇게 맑은 날은 하늘에 흐르는 구름 따라, 구름이 그려내는 그림에 몸을 싣고 상상의 세계로 날아가고 싶다. 추석동안 구물구물하더니 명절이 끝나자 약 올라라!’ 하듯 하늘이 파란옷으로 양껏 치장을 하고 뽐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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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 축대 바로 밑에 있는 욱이네 밭은 제동댁이 짓던 농사를 욱이네가 넘겨달래더니 넘기자마자 천연의 밀림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그 밭을 제동댁이 도지를 내고 시작한 10여년 전엔 대밭으로 묵어서 제동댁 남편이 일일이 대를 베어내고 대궁에 약을 발라 뿌리까지 죽였고, 그러고도 칠팔년 지나고야 겨우 밭 꼴을 갖췄다는데... ‘욱이 엄마, 농사지을 깜냥도 안 되면서 지도 못하고 남도 못하게만 했다...’며 제동댁의 원망이 컸다


욱이엄마가 땅을 넘겨받아 첫해에는 고사리도 캐다 심고, 풀도 베다 지치자 타는약도 쳐서 나한테 꾸중도 듣고(그 집보다 낮은 우리 텃밭으로 제초제가 흘러들어 우리 작물이 많이 죽었다), 나를 ‘언니라고 부르며 유난히 살가운 그녀가 얼굴이 두세 배로 부어 신장치료차 입원과 퇴원을 거듭하면서 밭은 타는 약에서 놓여났다. 아무튼 그 밭은 절반 넘게 대나무밭이 되었고 나머지는 그니가 캐다 심은 고사리와 우리집에서 날아간 꽃씨들이 싹을 티우고 코스모스와 공작꽃이 한 가득 피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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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고신부가 추석선물로 제주에서 사온 오겹살을 내주면서 미루아주머니랑도 하루 파티를 하세요.’ 하고 갔는데 오늘이 그날. 텃밭에 나있는, 초록으로 씹어 먹을 수 있는 모든 식물을 먹을 것으로 간주하여 큰잎, 작은잎 다 뜯어 이라 칭하며 앞치마를 채워갔다.


속으로는 자기 집이 영원하고 자기 거처가 대대로 이어지리라 생각하며 땅을 제 이름 따라 부르지만 사람은 영화 속에 오래가지 못하느니...”(시편 49,12-13)라는 이치를 알기에 나는 내 이름으로 등기된 유일한 이 땅 덩어리를 그냥 쓰고 살다가, 그냥 가꾸고 일구다 놓고 갈 생각이다. 마음을 내려놓으면 땅이 주는 풍요로움이 소쿠리에 가득 채워진다.


푸성귀와 감자, 양파, 호박, 가지를 바구니 가득가득 채워 강 건너 진이네 펜션으로 갔다. 그곳 마당엔 마천 오석으로 된 큼직한 불판이 있어 마른 나무 몇 토막으로 달구어 놓으면 고기도 굽고 야채도 굽고 김치볶음밥도 해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오늘은 미루네 부부, 새 공장의 지배인, 봉재 언니네 남매, 도정 체칠리아, 우리 부부 모두 여덟 명 식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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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돌위에서 오겹살은 지글지글, 기름이 흐르는 쪽으로 올린 감자 양파 호박 가지도 노릇노릇, 사위어가는 군불 속에서는 마당에서 주운 알밤들이 토닥토닥, 가을이 오는 냄새를 싣고 바람이 산들산들... 


후식으로는 휴천재 배 원앙’, 진이네가 선물한 사과, 미루가 내일 산청약초축제에서 특판할 들꽃 젤리’... 잔치에 남은 송편과 유과, 그리고 커피...


좋기도 좋을시고, 아기자기한지고, 형제들 오손도손 한데 모여 사는 것...”(시편 133,1) 산속 골골이 사는 이웃들이 형제간처럼 자주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갖고 특히나 요즘 공장 신축으로 지쳐있을 미루네를 다독여줄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 누군가에게 등을 기대고 함께 할 수 있음이 사람’()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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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간 전쟁 위험이 줄고 화해의 무드가 일고 있는 요즈음, 어떤 인간부류와 보수정당 인사들은 평양회담 사흘간 TV를 끄고 온갖 저주와 욕설을 퍼부으며 명절을 보냈다니... 또 오늘 한겨레신문에 나온 기사로는 가짜 뉴스 생산 공장이 기독교 교회라니... 


그리스도가 평화와 용서를 가르친 것으로 온인류,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터라 그 가르침으로부터 너무 멀리 사는 저 집단을 가리켜 사람들이 그리스도교대신 개독교라 부르는 처지가 참 가슴 아프다. 이왕이면 "남이든 북이든 오손도손 한데 모여" 좀 착하게 살도록 맘 먹을 것이지 불쌍한 인간들 같으니라구....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며 이제는 국제사회가 북한을 폐쇄에서 끌어낼 차례다!’라고 국제사회 호소하는 우리 대통령이 얼마나 대견한지... 언제 어디서 그 누구든 평화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참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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