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624일 일요일, 맑음


틀림없이 알람을 해놓았다는데도 매시간 깨어나 시계를 확인했다. 광주에서 제주 가는 9시 비행기를 타야 한다휴친재에서 6시 40분에는 나가야 하는데 아들에게 가는 길이라 챙겨 가야 할 것이 많다. 530분에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차가 막 출발하고 백연마을 쯤 갔을 때 아주 중요한 것을 잊고 와 다시 휴천재로 돌아가는데 그의 표정이 자못 심각하다. 아무 말도 않고 "당신이 늦은만큼 내가 내달릴게."라는 표정이다. 시간 늦어 비행기를 놓친 사람은 우리 집에 자기밖에 없으면서도... 또 며칠전 교황청 대사관에 가던 날도 약속시간에 늦는다고 늦는다고 애를 태우던 그를 약속시간 1분전에 대사관저 주차장에 골인한 내 실력에 감탄했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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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분에 광주비행장에 도착하여 발권을 하고 2층 출발장에 우리 같은 고객을 위해 마련되어 있는 식탁에 아침상을 폈다. 바게트샌드위치, 오이피클, 요거트, 커피우유, 여기까지는 잘 먹었는데 과일 그릇이 나오자 보스코의 얼굴이 비호감도를 나타낸다.


사과 한 쪽만 딱 먹고 ", 그만 먹어." 그 한 마디에 물러설 내가 아니다. "내가 먹여 드릴까요? 스스로 먹을래요?" 주변의 그 많은 눈길(자기들은 두유나 커피 한 잔에 빵 한 개가 전부인데 떡 버러지게 상을 차려 놓은 우리 식탁을 흘금거리던 중이다)을 의식한 보스코에게 바나나 두 쪽, 사과 두 쪽, 파프리카 세 쪽을 의기양양하게 먹인 나. “당신은 유치원생 키우는 엄마 같애. 어제도 수녀님들이 당신이 나를 두고 하는 어투를 듣고서 웃더라고....” 듣고 보니 정말 내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남편을 걸리고’ ‘입히고’ ‘재우고’ ‘먹이고...’ 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손주 배낭에 매인목줄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할머니(공항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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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비행기가 떴나보다 했는데 벌써 제주공항에 도착한다고 안전띠를 매란다. 비행기 바퀴가 땅에 닿는 순간 모든 승객이 자리에서 일제히 일어선다. 정말 한국사람들 급한 성격은 금메달감이다. 우리가 짐찾는 벨트에 도착할 즈음엔 벌써 벨트 위에서 우리 짐이 빙빙돌며 주인보다 먼저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짐을 찾아 밖에 나가니 작은아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렌트한 차로 우리가 머물 한림으로 데려 갔다. 짐을 풀고 가져온 식품들을 냉동실에 넣고 다시 제주시로 나갔다. 이번에 도의원으로 당선된 강성의씨를 만나러 갔다


젊은 여자로 제주 출신이지만 외지에 나가 살다가 돌아왔다는 험을 잡는 두 남자 후보의 성토를 잠재우고 51%의 득표로 당당히 당선된 그녀를 맘껏 축하해 주었다. 이미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실력이 있지만 도의회에서는 나이든 남자들 앞에서 설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충분히 아는 그니이기에 열심히 공부하여 선배 남정들에게 모든 공을 건네주고 조용히 일해 나갈 현모양처형 도의원상을 구현할 방도를 궁리할 게다. 아직도 한국에서 정치적 여성의 지위란 날고기는 여자는 도끼로 짱돌로 찍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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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고의 일터인 숨비소리건물은 리모델링이 다 되어 내일 가까운 금악본당 교우 아주머니들이 대청소를 하러 온다는데, 정원은 아직도 포클래인과 돌들이 힘겨루기를 하는 중이다. 거대한 석재를 들어올려 땅 속에 정리하고 그 위에 흙을 덮어 잔디를 심거나 꽃밭 텃밭을 만들겠다는데 우리 동네엔 그렇게 흔하디 흔한 흙이 이곳엔 쌀만큼이나 귀한 몸이다. 그래도 바닥에서 주워낸 돌로 담을 쌓는데는 네 명의 장정이 이틀에 뚝딱 해치우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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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에 이시돌목장 이사장 마이클신부님을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데, 우리한테 이시돌목장에서 나오는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다. 빵고도 그분 휘하에 들어가더니 점점 그 분 몸매를 닮아가니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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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에 오신부님이랑 꿈낭밥집에서 저녁을 먹고 빵고가 저녁미사를 집전하는 제주 연동성당에 가서 주일미사에 참례하였다. 아들 미사는 언제나 흐뭇하다. 미사 후 본당주임 양신부님과 인사도 나누었다. 성당 모양을 보니 작년 10월 중순에 보스코가 강연하러 왔던 성당이다.


한림으로 돌아오는 길, 밤바다가 외로울까 봐 오징어잡이 배들이 제주섬을 온통 둘러싸고 불야성으로 조명하고 잔잔한 파도를 타고 밤새 무도회를 여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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