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615일 금요일, 맑음


얼마 전 지리산 천왕봉에 다녀온 친구가 하는 말. 지리산이 원산지인 구상나무가 기후변화로 점점 죽어 가며 하얗게 뼈를 드러내어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제주가 원산지였던 감귤은 열대 과일에 자리를 내어주고 수영도 않고서 바다를 건너 육지에 상륙했단다. ‘대구 사과는 북진통일을 꿈꾸며 강릉을 넘어가는 중이다.


그런데 우리 서울집에 저 머나먼 남쪽 지리산 꼭대기에 있었을 구상나무 한 그루가  입양왔다. 원래 말남씨 남편 신선생님이 살아계실 때 제자 하나가 한뼘쯤 되는 그 나무를 화분에 심어 담임선생님께 선물하면서 귀한 나무라고 했다는데, 어느 해 그 집에 가서 보니까 불쌍한 그 나무가 몇 해 자라 돌계단 위에서 노랗게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내게 주면 저 나무를 살리겠다니까 우리 말남씨 하던 말. "냅둬라, 안 죽는다. 그게 을매나 귀한 나무라 안하나?" 그러고 또 몇 해 지나 그 나무가 말기암 정도로 중증이 되자 말남씨가 나더러 "그럼 함 가져가 살려봐라." 하는 말과 함께 우리집에 가져와서 현관 옆에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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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그리웠던 나무는 푸른 기운을 되찾고 뿌리를 내리자 쑥쑥 크기 시작했다. 그 나무가 2층 처마에 닿을까 말까 할 때 나무 주인 신선생님은 육십 중반에 암으로 돌아가셨고, 혼자 남은 말남씨는 우리집 올 적마다 "우리 서방은 가고 없는데 니는 잘도 살아 잘도 큰다."라며 남편 보듯 반가워했다. 그러다 몇달 전부터 말남씨가 앓아눕고 그녀의 창문에 불이 꺼지고 병원에 입원하여 집에 돌아오지 않는 날이 늘자 내가 애

가 탔다. 전화도 안 받고 면회도 싫다하고...


이번에 서울 와서 보니 그 나무가 2층 테라스 난간위로 훌쩍 커올랐다. 방학이 끝나고 키가 정강이 하나만큼 웃자란 건들건들한 아이를 보는 찬탄의 눈으로 그 나무를 봤다. 예쁜 솔방울도 처음으로 네 개나 달렸다. 사람으로 치면, 장가가서 아이 낳아 안고 찾아온 폭이다. ‘말남씨가 빨리 건강해져야 하는데...’ 솔방울을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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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새로 부임한 주한 교황청대사 수웨렙 대주교님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다. 프란체스코 교황님의 첫 개인비서였다가 재무성 차관을 지냈고, 15년전 보스코의 대사시절 친분을 쌓았던 인물이다. 교황님이 당신더러 한국대사로 가 달라고 부탁을 하셔서 ""라고 대답했더니만 주변의 모든 친지들이 놀라더란다. “한국에 곧 전쟁이 터칠 텐데 어째서 가느냐?” 말리고 걱정하면서


당신이 오면서 교황님의 축복과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 온 듯해서 고맙다는 우리 인사에 교황님이 정말정말 한국민을 사랑하시고 한반도를 걱정하시더라'면서 우리를 반겨준다. 바른 심성과 판단력을 갖춘 분으로 우리와 친한 분이 부임하여 기쁘다. 한국교회에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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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 영동가톨릭사목센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한반도라는 제목으로 보스코가 강의를 하러 가는 길에 홍천에 있는 수타사에 들러 그곳에 있는 공작산 생태숲에 있다는, ‘새집목수이대우씨의 새집마을(‘새들의 합창’)을 보러 갔다


10km까지 충분히 걸을 만하게 여러 형태로 다듬어진 생태숲길을 걸으며 우리나라가 이젠 국민 모두의 건강과 복지를 생각하고 거기까지 마음을 쓰는구나하는 생각에 자부심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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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주문진 성당에서 춘천교구 영동사목센터 원장 배광하신부님의 소개를 받고 930분까지 보스코의 강연이 있었다. 동해안 일대 여러 본당의 지성인급 교우들이 모여 들었다. 강의 후에는 회장단 부부 소모임을 호프집에서 하면서 부인들과도 함께 자정이 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배신부님이 교우들과 얼마나 깊은 연대를 갖고 있는지 나까지도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그들 중 한 분의 말대로 사람은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는가로 인생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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