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516일 수요일, 흐리다 해 나다


크기변환_20180516_092714.jpg


"여보,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해줄까? 송종의 신부님 책("웃기는 신부의 못 웃기는 이야기")에 우리 부부하고 똑같은 사람들이 나오거던..." 이게 또 무슨 소린가 우선 들어보자 했다.


“60년 결혼 생활을 한 85세 부부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지난 10년 동안 건강식품과 운동 덕에 건강하게 살았는데 죽게 됐다. 이 부부는 천국에서 성베드로의 안내로 멋진 부엌과 훌륭한 화장실이 달린 맨션으로 들어갔다. 감탄을 연발하던 노인은 이 집이 얼마냐?’고 물었다. ‘모든 것이 무료요. 이것이 천당이오!’하고 성 베드로가 대답했다. 그 다음 챔피언 골프 코스도 구경했다. 매일 공짜로 골프를 칠 수 있다고 했다.


골프 하우스에서 세계 최고의 점심 부폐를 보고 점심 식사는 얼마랍니까?’ ‘아직도 이해들 못하고 있소? 여기는 천당이요. 먹는 것도 공짜요.’ 이에 남편이 소심하게 물었다. ‘저지방 저콜레스테롤 식탁은 어디에 있습니까?’ ‘당신 먹고 싶은 대로 먹어요. 그래도 살도 찌찌 않고 병에 걸리지도 않소. 이것이 바로 천당이오!’ 그러자 늙은 남자가 마누라에게 소릴질렀다. ‘당신이 귀리로 만든 그 망할 놈의 머핀 따위를 억지로 먹이지 않았으면 난 벌써 10년전에 이곳에 올 수 있었단 말이오!’"


크기변환_IMG_5146.JPG

아침상에 오르는 과일접시에서 사과 외엔 보스코가 마다하여 억지로 먹여야 한다

크기변환_IMG_5149.JPG


식탁에서 먹기 싫다는 음식을 억지로 먹이는, 특히 아침마다 그가 싫다는 과일들을 먹이는 아내에게 보스코가 신나서 읽어준 얘기다. "어때요, 그럼 10년쯤 천국에 빨리 가게 먹여드릴까?" 


"여보, 그런데 내 친구 아내에게 치매가 왔는데 아무것도 모르는데도 잔소리는 여전하데. 그런데 그 잔소리라도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데." 내게는 그 말이 '당신도 계속 잔소리 해줘 제발!'이라고 들려 남편의 소원대로 죽을 때까지 실컷 잔소릴 하기로 다시 다짐했다.


크기변환_20180516_112326.jpg


오늘 손님들이 오시면 강 건너 진이네 펜션에서 밤을 지내게 하려고 그 집 청소를 하러 갔다. 우리집 오신 손님은 펜션 청소를 내가 하고 시트를 내가 빠는 조건에 공짜로 사용한다. 팬션 주변에는 정말 많은 꽃들이 피었다. 특히 은은하면서도 기약 없이 떠나간 임을 속절없이 기다리는, 시골처녀 같은 찔레꽃은 슬프다


크기변환_IMG_4873.JPG


오각형 별들이 무수히 나무에서 반짝이다 하얗게 땅에 떨어지는 때죽나무, 흰색 보라색의 매발톱, 아가씨 분솔 같은 엉경퀴, 논두럭이나 버려진 귀퉁이 땅에서 노랗게 피어오르는 고들빼기, 울타리 곁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자운영과 들양귀비. 그리고. 노랑 하양 보라 붓꽃이 어찌 저리 아름다울까?


크기변환_20180516_111241.jpg


크기변환_20180516_112159.jpg


크기변환_20180516_112604.jpg


시골처녀의 한창 때, 모란처럼 활짝 피었다가는 시집가서 한두 해만에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처럼 사라지는 아름다움이 보는 이들을 서글프게 하듯이... 오죽하면 시골에서 시집 잘 가 봤자 이장 며느리'라는 말이 나오듯이, 산길에 저 화려한 봄이 지고 있다. 


3시가 되어 대전에서 두 친구가 도착했다. 한 친구는 부인의 건강이 안 좋아 늘 곁에 있어줘야 한다해서 모시고 오라했더니 함께 왔다. 홍해리 선생님의 매화(梅花)에 이르는 길을 연상시키는 부부다. 그래도 남편을 전적으로 믿고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걷고 순한 아이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며, 평생 아내의 수발을 받으며 살아온 남편이 지금까지 받아온 것을 품앗이 한다고 생각한다는 보니파치오씨의 얘기를 듣고서 마음이 놓였다. 구선생님도 대전에서 함께 오셨다.


크기변환_IMG_5157.JPG


크기변환_IMG_5155.JPG


크기변환_IMG_5159.JPG


크기변환_IMG_5165.JPG


밀양에서 송신부님, 마산에서 정신부님, 고창에서 이선생님이 부인과 함께 오셨다. 퇴직 교수님인 이선생님 부인은 보니파치오씨의 부인과 중고등학교 동창이어서 옛친구(왕년에 동문회장을 했다!)의 변한 모습에 아연해했다.


휴천재 메뉴로 저녁식사를 한 뒤 두 신부님은 급한 일로 부산으로 떠나시고 남은 사람끼리 밤늦도록 담소를 나누면서 흘러간 세월, 살레시오에서 한 솥 밥 먹던 우정이며, 지금의 건강이며, 풀려가는 이 나라 시국을 얘기하다 자정이 넘어 잠자리들에 들었다. 50년 넘게 이어지는 저 70대 후반(구선생님은 80대) 노인들의 우정이 부럽다.


크기변환_IMG_5173.JPG


크기변환_IMG_5176.JPG


크기변환_IMG_518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