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2일 화요일 흐림


붉디붉은 동백이 이렇게 서러운 핏빛의 눈물일 줄이야! ‘뚝뚝 떨어져서 피어나는. ‘세월이 지나면 잊히겠지’, ‘새 세상이 열리면 아무도 모르겠지하던, 가해자들의 부끄러운 속마음은 죽음으로 남겨준 그 핏빛 진실 앞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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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떠난 빵고가 보스코의 노트북에 깔아준 월트 디즈니의 만화영화 '코코'를 보았다. 줄거리는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날 112, 저승에서도 그날만큼은 자기들을 기억하는 가족들을 찾아 죽은 이들이 금잔화 꽃길을 걸이 현세로 나들이를 할 수 있단다. 단 죽은이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단 하나라도 현세에 있을 때에만


음악에 미쳐 가족을 버리고 집을 떠나버린 고조할아버지 헥토르의 피가 흐르던 꼬마 미구엘의 사후세상 관람기랄까저승에서 열리는 노래경연대회에 미구엘이 튕길 기타를 구하러 갔다가 저승에서도 죽어가는 또 다른 소멸’을 목격한다. 헥토르의 말: "살았을 때 알았던 사람들이 기억을 간직하고 전해 줘야 해. 이승에서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여기 저승에서도 사라지지. 그게 '마지막 죽음'이지."


이승에서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저승에서 하루 나오는 나들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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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골 사는 아녀자로서 제주 4.3’에 이토록 가슴 아리는 까닭은 제주 중문에서 태어나 일곱 살까지 자랐기 때문이고,우리 가족이 뭍에서 제주로 내려간 기독교 집안이어서 조금이라도 서북청년단의 범죄에 연루되었을지 모른다는 자책감 때문이다. 제주를 찾아갈 적마다 4.3 공원을 방문하는데 중산간 마을들과 섯알오름 강정 등을 방문할 적마다 하느님과 제주민 앞에 당시와 지금의 기독교도들을 대신하여 무릎꿇어사죄한다


... 이름 석 자 얻어 갖지 못한 채

밭에 채일 봉분 하나 마련하지 못한 채 

얼어붙은 어미의 젖무덤 감싸 안고 죽어 간 

山心이의 딸 

잊힐 듯도 하건만 반세기를 또렷이 살아 

기억 속을 파고드는 高山心의 딸 (강덕환, "山心이의딸"에서)


이런 아픔을 두고 가톨릭교회가 금년에 한 주간(41일부터 7일까지) 제주민의 명예회복과 치유에 앞장서는 일은 가톨릭신자로서 가슴  쓸어내리게 한다.


텃밭에 배꽃이 피면 휴천재의 봄은 화장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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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프란치스코 교황님마저 한국의 4.3 행사가 치유와 화해를 증진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 행사를 통해 모든 남녀가, 형제적 연대와 항구한 평화를 바탕으로 하는 세상을 건설하는 데에 새로운 각오로 투신하기를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셨다.


피카소가 그린 '한국의학살'로 전세계에 알려진 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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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공원 조각 '비설'(25세 모친 2세 딸이 국군에 총맞아 죽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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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교단은 남북의 분단을 우려하며 5·10 단독 선거를 반대한 제주도민들은 이념갈등의 포로가 되어 냉전체제의 희생제물이 되었습니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는 제주도의 지역적 특성이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가혹한 무력진압을 감행함으로써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3만여 명의 도민의 목숨을 앗아가고 제주의 섬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었습니다.”라고 사태의 본질을 규정하였다. 


전 가톨릭신자들이 우리 교회도 지금까지의 무관심을 뉘우치고, 4·3에서 시작된 어두운 과거의 진실을 찾고 규명하며, 그 해결과 치유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연대하여야 하겠습니다. 평화의 하느님,  한민족의 삶의 터전인 한반도와 제주도가 강대국을 위한 군사기지가 되고 전쟁터가 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늘 깨어 기도하게 하여 주소서.”라고 기도를 바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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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니도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오늘 4.3 공원에 내려가서 선언하였다.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4.3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그 토대 위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합니다. 더 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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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가 어제 하루 억세게 아프더니 오늘은 웬만한지 다시 톱과 전지가위를 들고 대추나무 가지치기를 한다고 사다리 위에 오른다. 공부하다가 쉬느라 하는 일이요 이 산골에서 저 재미도 없으면 뭐하랴 싶어 잔소리를 하다가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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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만발한지 고작 사흘인데 골을 타고 오르는 강바람에 꽃비로 진다. 내일 모레 이틀간 꼬박 비가 온다니 테라스에 앉아 두 눈에 가득가득 봄을 고봉으로 담아두는데 보스코 심경도 그런지 나를 불러 휴천재 꽃나무 앞마다 데려가 이리 서라 저리 서라를 해가며 샤터를 누른다. 이제는 사위어가는 할미꽃인데 아직도 노오란 수선으로 아내를 기억하는 눈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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