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1일 일요일, 흐림


엊저녁에는 저 자두나무에 꽃이 피었다 져서 저리 푸른 잎이 돋는 걸까?’ 했다. 나날이 조금씩 나빠지는 눈으로는 확인을 못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텃밭을 내려다보니 밤새 자두나무에만 흰눈이 내려쌓인 듯 눈부시게 만발하여 나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초봄에 배나무 가지치기를 할 적마다 5년이 지나도록 자두 단 한 개도 열리지 않는 나무가 원망스러워 보스코가 차라리 베어버리자. 땅만 차지하고..’하였고 나는 조금 기다리면 꽃이 피니까 자르더라도 꽃이나 보고서 자릅시다.’하던 참이었다.


자두나무는 한 그루만 심어면 꽃은 피워도 열매를 못 맺는다니까 꼭 나무 잘못도 아닌 듯하다. 우이동 오빠네집 자두나무는 50대 후반 아줌마 정도의 늙은 나무인데도 다디단 열매를 원 없이 맺으니까 꼭 혼자여서 불임은 아닌 듯하고.... 오늘 아침을 먹던 식탁에서 만개한 자두꽃을 내려다 보던 우리 둘은 쉽게 결론을 내렸다. ‘여보, 벚나무도 만발했네요. 열매 없이 꽃만 보여주는 벚나무도 그냥 두면서 자두는 저리 예쁜 꽃을 피우는데도 꼭 열매를 맺어야만 살려둔다는 건 불공평해요. 나무나 꽃들에게도 억울하게 해선 안 되니까 자두 꽃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냥 살려둡시다.’ 가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오늘 아침 만발한 미모 덕분에 텃밭의 10년생 자두나무는 사형을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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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활주일!’ 공소식구들 모두가 본당으로 미사 나들이를 가고 거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여러 공소에서 와선지 성당이 가득하다. 우리 친구들 곧 남해 형부네, 미루네 부부, 그리고 봉제언니까지 오시라고 초대를 해서 잔치 분위기도 난다. 잔칫집엔 역시 사람이 많아야지... 본당신부님도 다정하게 미사에 오신 분들은 빠짐없이 점심을 들고 가시라여러 번 얘기를 하셔서 타지역에서 잠시 들러 자칫 눈치 보일 사람들까지 안심시키신다.


그동안 우리 본당에서 마음고생과 상처로 엉켰던 사이들이 봄눈처럼 녹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봄꽃처럼 피어올랐다. 사제 한 사람이 본당공동체에 일치의 중심이 되는가 하면 모든 것을 흩어버릴 수도 있음을 교우들이 절감했으리라. 부활절이 봄에 오는 까닭은 얼음같이 차가운 마음들을 녹이기 위함이기도 하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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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에서 제공하는 점심 후에는  공소 회장님이 공소식구와 우리손님까지 콩꼬물로 초대를 하여 후식을 들며 기쁜 날의 설레임을 나눴다. 내가 만들어간 사과 파이를 한조각씩 나눠 먹었다


어제 식당채 뒤꼍 일이 힘들었는지 보스코는 몸살기운까지 겹쳐 정신을 못 차린다더구나 오후에는 얼굴에 두드러기까지 다시 솟아나는데 까닭을 모르겠다. 먹은 것이라고는 아침에 떡 한 쪽, 점심에 흰밥에 깻닢 두어 장이 전부였으니 누구를, 무엇을 탓할 수도 없어 항히스타민만제 두어 알을 차례로 먹였다. ‘이제는 고된 일을 시키면 저렇게 아파 누우니 어찌 할까?’ 고민하다 부활을 축하하러 소담정이 올라왔기에 링거를 놔달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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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야 자기처럼 배 불러 뚱뚱한데 웬 영양제냐 면서 마다지만 배나온 건 탄수화물이고 주사는 단백질이니까 별개라며 어르고 달래서 주사를 맞게 했다. 소담정이 ‘기운이 떨어지면 면역이 약해져 별것 아닌 일에도 알러지가 생긴다고 타일러줬다. ‘남자가 하나뿐이니 어떻게든 어르고 달래서 잘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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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너 진이네 팬션에 부산 달맞이성당사목위원들이 엠마우스 소풍을 왔다. 나와 갑장인 여성부회장 세라피나씨가 저녁도 와서 먹고 인사차 잠시 그곳에 들르라고,본당신부님까지 모시고 왔다기에 저녁식사 후 인사차 건너갔는데 소주 대신 사이다를 받아든 보스코가 그만 안주로(?) 구운 소시지를 집는다


처음 보는 일행 앞에서 말릴 수도 없어 애태우다 집에 와서 보니 그의 얼굴은 완전 멍게로 탈바꿈 하는 중이다. 어린아이와 같아야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지만, 나이가 들수록 철이 없어지는 저 사람을 어찌하랴, 어쩌랴! 내일 날이 밝자마자 읍에 데려가 해독주사를 맞춰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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